차에 대해서 잘 몰랐다(모르고 있다). 주위에서 차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아예 마셔본 적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차'라는 항목 자체에 대해서 공부를 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도 더 즐기려고 수업을 듣는 것에 가깝지, 공부를 위한 목적으로 수업을 듣는 것은 아니다.
6대 다류의 기초에 대해서 설명하는 수업이 있어요. 시간이 있다면, 들으면 좋을 것 같아요.
라는 쌤의 전화에, 주저 없이 간다고 했다. 차를 심도 있게 공부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수업에 참여하면 최소한 6가지 종류의 차를 마셔볼 수 있겠구나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나열된 6개의 잔과 컵처럼 생긴 다기가, 찻집 'D'에 들어가자 나를 반겨주었다. 수업시간의 경우, 다회에 비해서 뭔가 공부하는 시간이란 게, 쌤의 테이블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타난다.
"개별적인 종류의 차 수업을 듣기 전에, 이 6대 다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좋은데, 제가 이 수업을 1년에 많이 열지 않다 보니, 이렇게 순서가 뒤죽박죽이 되었네요."
"아마, 이야기해주셔도 많이 까먹을 거예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오늘 수업을 듣고 나면, 어떤 차를 더 좋아하는지, 어떻게 분류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대강은 알 수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 들었던 다른 수업의 내용을 정리하는 시간으로 가져도 좋고요."
쌤의 수업은 12회(고정되어 있는 건 아니다) 정도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그걸 1년 동안 한 달에 한번 정도의 흐름으로 진행하신다. 티소믈리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학원이나, 라이선스 발급 관련 수업은 아니기에, 월마다 쌤이 스케줄을 공지하시면, 그 차에 대해서 수업을 듣고 싶은 사람들이 신청을 한다.
"그럼 시작해 볼까요?"
"6대 다류는 차나무의 잎을 가지고 만드는 차만을 의미합니다. 저희도 가끔 대용차나 블렌딩 된 차를 마실 때도 있지만, 수업에서는 6대 다류를 바탕으로 다뤄요."
찻잔 앞에 나열된 6가지의 차. 찻잎의 색깔과 행태부터 확연히 다르다.
"그리고 차나무의 찻잎을 가공하는 방법에 따라서, 총 6가지로 나누는 게 6대 다류입니다. 산지나 품종 등으로 나눌 수도 있지만, 가장 널리 쓰이는 건 6대 다류를 통한 분류법이에요."
그리고 이어지는 가공방법에 대한 차이를,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주신다.
백차(白茶), 녹차(綠茶), 황차(黃茶), 청차(靑茶), 홍차(紅茶), 흑차(黑茶).
가공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차의 색에 따라 이름을 붙였어요. 보통은 발효에 따라 그 색상들이 달라지게 된답니다.
그리고 계속되는 ppt. 거기에 분류에 따른 차의 제다법의 설명이 적혀있다. 백차는 위조-건조, 녹차는 살청-유념-건조, 황차는 살청-유념-민황-건조, 청차는 위조-주청-살청-유념-건조, 홍차는 위조-유념-발효-건조, 흑차는 살청-유념-쇄청 건조-퇴적 발효-건조.
머리가 아프다. 어차피 외우지 못할 걸 알고 있기에 그냥 이런 게 있구나라고 듣고만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에 대한 설명도 계속되었지만, 나에게 있어선 하나의 이야기일 뿐, 외우기는 어려운 그런 단어들의 나열.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게 아닌가 싶다가도, 흠... 천천히 계속 들으면 기억이 나겠지라는 생각으로 듣고만 있었다.
"이 제다법을 따라야만 이 종류의 차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크게 이렇게 구분한다는 것만 기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차를 우려 볼까요?"
2분 정도의 시간을 들여 동시에 우려 지는 6종류의 차. 품평을 하고, 맛을 비교하기 위해서 컵처럼 생긴 다기를 쓸 뿐, 사실 이렇게 우리면 차 자체의 맛이 떨어진다. 자사호나 다완에 비해서, 더 떫어지고, 묵직해지긴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차를 품평하기에는 더 좋다고 한다(클래스에서 저 흰색 주전자가 나오면 맘이 약간 아프긴 하다. 쌤이 다완에 우려 주시는 것과 정말 차이가 많이 나기에. 좋은 차는 컵처럼 생긴 다기를 피하길 속으로 바란다).
그리고 잔에 채워지는 6개의 색.
하얀색 찻잔으로 인하여 그 색은 뚜렷하게 구분된다. 이름에 맞는 그 색이 아닐 수도 있지만, 계속해서 보다 보면 백, 녹, 황, 청, 홍, 흑이라는 그 말이, 왠지 어울리게 된다. 맛도 맛이지만 그 색을 구분해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하나의 식물에서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색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각각의 차를 맛보고,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나는 백차와 황차를 처음 마셔봤기에, 지금까지 마셔보지 못한 색다른 향과 색에 대해서 말한다. 누군가는 흑색이, 누군가는 홍색이 더 좋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각자 어울리는 색과 맛, 향을 찾아가는 그 과정도 재미있다.
"차만 마시면 안 되니까 먹고 해요."
오늘도 빠질 수 없는 다식에 대한 이야기도 계속된다. 어떤 색의 차에는 어떤 음식이 어울리는지. 6가지 색의 이야기는 몇 시간이 가도록 끝날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