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꿈바꿈 3호 (18.07.02)
수영을 하며 깨달은 것
힘 빼기의 기술
뜨거웠던 계절, 더위를 이기지 못한 세 모녀는 동네 수영장에 회원 등록을 했다. 수영장에 가는 것은 즐거웠다. 엄마와 언니라는 수영메이트가 있었고, 더운 여름 더위를 식혀주는 것도 좋았다. 수영 강사님이 우리 반의 에이스라며 칭찬해주는 것도 내심 뿌듯했다. 한여름부터 겨울의 입구까지 부지런히 수영장에 출석했고 그 사이 자유형과 배영, 평영을 배웠다. 접영에 들어가기 전, 사정이 생겨 수영을 그만두게 되었다.
여유롭게 흘러가고 있는 요즘, 날이 더워지면서 수영을 다시 시작해볼까 싶었다.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개장한 동네 수영장에 신규 등록을 했다. 접영을 배워야 하는 반에 들어가야 했지만, 시간대가 맞지 않아 한 단계 낮은 반에 들어갔다.
이전 수영장에 다닐 때는 속도가 빠른 편이라 늘 앞에서 두 번째에 섰었다. ‘그때 했던 대로 하면 되겠지?’ 이번에도 잘할 거라는 근거 모를 확신에 차 있었다. 첫 수업에 가니 강사님의 인상이 제법 깐깐해 보였다. 그가 자유형을 하라고 하길래 갈고 닦은 수영 실력을 뽐낸다는 마음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강사는 가던 나를 멈춰 세우고 팔 자세를 교정했다.
왜지, 왤까. 자유형은 항상 잘한다는 소리를 듣던 나였다.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회원님, 팔에 힘을 빼세요. “
'수영 잘한다'의 척도는 속도라고 생각했다. 힘내서 앞으로 쭉쭉 나아가야 하는 데 힘을 빼라니. 그가 시킨 대로 하면 빨리 갈 수 없을 것 같았다. 속으로 그를 돌팔이 강사라고 치부해버렸다. 그의 말을 듣지 않고 내 방식대로 힘을 주며 수영했다.
다시 내 차례가 돌아왔다. 아까와 같이 팔을 봐주며 힘을 빼라고 조언했다. 그의 말을 듣느라 지연된 시간 때문에 뒤에서 따라잡을까 봐 열심히 목적지까지 헤엄쳤다. 도착하니 숨이 차올랐다. 내 뒤의 회원님은 한참이 지난 후에야 도착했다.
봐봐, 내 마음대로 해도 누구보다 빠르잖아. 왠지 모를 승리감이 들었다.
강사는 다음으로 평영을 시켰다. 같은 클래스 회원들보다 나의 속도는 빠른 편이었다. 하지만 강사는 다른 누구보다도 나의 다리 자세를 오래 봐주었다. 앞으로 빨리 가고 싶은데 그는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이내 답답했는지 물속에 엎드려서 발길질하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발가락 안 아파요? 쓸데없는 곳에 힘을 주지 말고 힘을 빼세요.”
내가 발가락에 힘을 주고 있었다고?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생각이었다.
힘을 어떻게 주었는지 모르니 어떻게 빼는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하던 대로 하는 것이 편하고, 빨랐다. 나름의 고집을 부리며 계속 다리에 힘을 쫙, 주고 물을 퐉, 하고 찼다.
다음 수업에도, 다다음 수업에도 수영 강사는 내가 수영을 할 때마다 자세를 교정하며 “힘을 빼세요.”라고 말했다. 듣다 듣다 짜증이나 전보다 설렁설렁, 대충대충 수영했다. 전보다 힘이 적게 들어서일까, 앞으로 가는 느낌이 훨씬 덜 했다. 가고 있는 거 맞나? 라는 의문이 들 때쯤 피니쉬라인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사는 슬그머니 와서 “그렇게만 하세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만 하라고 한 다리 자세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아까처럼 해보려고, 다리 힘을 빼는 것에 집중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몸에 집중을 기울였다. 설렁설렁 발을 움직이자 미묘하게 스윽-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물의 흐름이 느껴졌다. 처음 느껴보는 느낌이었다. 이거 뭐지, 재밌네? 그 순간만큼은 자유롭게 태평양을 헤엄치는 니모가 된 듯했다.
평영을 할 때, 다리를 접은 후 물을 치는 반동으로 앞으로 나가는 줄 알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힘을 모아 다리에 힘을 주고 강렬하게 물을 강타하는 방법으로 수영했었다. 알고 보니 평영은 접은 다리로 동그랗게 물을 모아주어서 생기는 힘으로 앞으로 나가는 거였다. 그러니 물을 모을 때 힘을 줘야 한다. 무조건 강력한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적당한 힘과 요령 그리고 물의 흐름을 타고 앞으로 가는 거였다.
평영에서 힘을 빼는 법을 터득하고 난 후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 성격이 급한 탓에 무엇이든 ‘빨리’ 해내야만 속이 시원했다. 게다가 욕심까지 있는 편이어서 누구보다 빠르게 잘 해내서 인정받고 싶었다. 누가 쫓아오는 것이 아닌데 스스로 마감기한이나 경쟁상대를 정해두고 나를 압박했다.
그러다 보니 항상 조급했다. 평영을 할 때 발가락에 알게 모르게 힘을 주고 있는 것처럼 언제나 긴장상태였다. 그렇게까지 힘을 주지 않아도 될 일들이 있었을 거다. 오히려 힘을 빼는 것이 도움 됐던 상황도 분명 있었을 거다. 어쩌면 우리는 중요한 것이 아닌 다른 것들에 너무 많이 힘을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살아남기 각박한 우리네 인생에서 힘을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을 빼는 것도 그만큼이나 중요하지 않을까?.
그러니 오늘 하루만큼은 힘내지 말고, 힘을 내려봅시다.
by.김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