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

시간을 인내하고 하루를 버틴다.

by 도우너 킴

오늘은 유난히 많이 버틴 하루였다. 목요일 음악 방송을 들으며 하루 버텨낸 일들을 생각해보았다. 수영장 물속에서 숨이 가빠질 때도 버텼고, 무엇보다 말로 꺼내지 못한 가슴속 답답함을 바쁜 일정 속에서 잠시 잊고 지내며 버텼다.


수영장에서의 버팀은 단순하다. 물이 무겁게 몸을 누르고, 호흡이 흐트러질 때, 포기하지 않고 한 바퀴를 더 도는 일이다. 그 순간 머릿속에는 대단한 각오도, 멋진 목표도 없다. 그저 “여기서 멈추지 말자”는 아주 단순한 생각 하나뿐이다. 몸은 정직해서 버틴 만큼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


하루 일정을 버팀으로 이겨내는 것은 조금 다른 결이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고, 해야 할 일은 끝나지 않고, 집중력은 점점 흩어질 때 ‘그래 한번 더 해보자 ‘ 하고 호흡을 고르고 다시 들여다본다. 이때의 버팀은 속도를 내는 일이 아니라 리듬과 감각을 잃지 않는 일에 가깝다. 완벽하게 해내지 못해도 자리를 지키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힘. 이 버팀이 쌓여 하루는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간다.


버틴다는 건 참아낸다는 말과 조금 다르다. 참는 건 언젠가 터지지만, 버티는 건 시간을 이겨내고 그 순간을 통과하는 것이다. 잘 버티는 사람은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시간에게 맡길 줄 아는 것이다. 스스로 버리지만 않는다면 버텨낸 시간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나는 깨닫는다. 대단한 성취는 없었지만 대신 하루를 끝까지 이겨내고 시간을 보냈다는 것이다. 이건 작지 않은 일이다. 하루를 버텼다는 건 내 삶의 리듬을 지켜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오늘을 버텼기 때문에 내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사실과 버틴 만큼의 내공이 쌓여서 내일을 맞이할 자세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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