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온도
<나의 문장 >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와, 그 앞에 서 있는 내 몸의 온도가 대비되었다. 냉장고는 늘 차갑고, 나는 늘 36.5도 안팎의 온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온도로 존재할 뿐이다.
음식들도 각자의 온도를 가지고 있고, 나 역시 하루를 살아내며 체온을 유지한다. 살아 있다는 증거는 어쩌면 ‘눈에 보이는 성취’가 아니라, 꺼지지 않는 온도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내 안의 온도를 얼마나 잘 돌보고 있을까.
과학에서 말한다. 인간은 빛을 내는 존재라고. 다만 그 빛이 가시광선이 아닐 뿐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감지하지 못할 뿐이라는 말이 이상하게도 위로처럼 들렸다. 냉장고 안에 들어 있는 음식들도 각자의 온도를 가지고 있고, 나 역시 나만의 온도를 갖고 있다. 그래서 냉장고는 음식 저장고가 아니라, 현대인의 심리적 안전장치에 가깝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내 안의 온도를 얼마나 잘 돌보고 있을까?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마음의 온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날들이 있다. 그럴 때 나는 냉장고 문을 열어 뭔가를 꺼내 먹는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것은 빛을 확인하고 싶은 몸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아직 살아 있고,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다. 차가워질수록 고립된다. 빛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빛을 감지하지 못한 채 스쳐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