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에게 보이는 딸
팔순이 넘으신 엄마는 큰딸을 보면서 젊고 활발하게 움직이던 딸의 이미지만 기억하시는 것 같다.
이미 지천명을 지나 예순이 되어가는 딸이 얼굴에 주름지고 피부도 늙어가는 것이 자연의 이치일 텐데 엄마는 인정하기 싫으신가 보다. 젊었던 딸의 모습이 그립고 다시 젊어질 수 없음에 속상해서 그러신듯하다.
엄마를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방문한다.
집안 정리 및 엄마의 말 동무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속상하고 때로는 눈물도 난다.
특히 엄마가 내 모습을 보면서 유난히 뭔가 계속 말씀하시는 그 마음을 알기에 더 슬프다. 가진 것 하나 없이 나이만 들어가고 늙어 보이는 딸에 대한 엄마의 애증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딸이었던 적이 있다.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하던 딸이 엄마의 든든한 힘이었다.
뭐든 말만 하면 해결 방법을 찾아오는 딸이 얼마나 큰 의지가 되었을까, 그러나 다시 돌려보면 그런 딸 역할에 충실하려고 겉과 속이 다르게라도 부단히 노력하고 살았던 것이다. 후회는 없다.
어려운 형편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역할에 충실하다 보니 나이가 들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세월에 장사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