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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삐꼬 Jul 24. 2023

시골 학교 워터밤

놀아 재껴부러!

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노느라 바빠서”예요.


찾아보면 시골에도 정말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많더라고요. 그것들을 즐기느라 사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녔을 때 보다 더 빡빡한 스케줄로 몇 개월을 지내왔습니다. 고삐 풀린 망아지마냥 정신없이 놀았죠.


이제 날이 더워지고 비가 많이 오니 밖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줄어서 글을 쓸 시간이 생겼습니다. (드디어!) 26살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육아휴직 이외에는 쉼이 없이 일을 해왔는데 여기에서 그동안 못 놀았던 걸 다 놀아 재껴부는 기분이랄까요?


그동안 재미지게 놀았던 것들에 대해서는 차차 글로 하나씩 써 볼 예정입니다.


요즘에는 남부 지방에 비가 정말 많이 와요. 7월 들어서서 정말 해를 본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으면 남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반짝 비가 그치고 잠깐의 해가 보였던 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여름 축제가 있었어요. 물총놀이로 시작되는 축제는 며칠 동안 아이들이 냈던 아이디어로 귀엽고 깜찍한 게임들과 포토존 촬영으로 이어졌습니다. 학부모는 초대받지 못한 자리지만, 저는 그날 운 좋게도 도서관 봉사 때문에 학교에 방문했기에 귀한 시간들을 사진과 눈으로 담을 수 있었네요.



유치원생부터 전교생, 선생님은 물론 졸업생 형님들까지 함께 즐겼던 축제는 안전 사항 전달과 6학년 체육 부장 형님의 준비 운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모든 선생님이 흠뻑 젖을 준비를 하셨더라고요. 2층에서부터 호스를 들고 물을 뿌려 주는 선생님, 바가지와 물총으로 애들과 열심히 놀아주는 선생님, 난리통의 현장을 촬영해 주는 선생님… 모두들 정말 신이 난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주고 계셨습니다.



사실 조차도 아이들과 그렇게 흠뻑 젖어가며 놀아 본 적이 있나 싶어요. 왠지 모르게 가슴속에서 뭔가 꾸물거리는 감동이 몰려왔습니다. 사실 어른들은 그렇잖아요. 아이들과 노는 게 그렇게 재미있지 않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그날 제가 본 선생님들은 정말 진심으로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음이 느껴졌어요.



저희 딸의 담임선생님은 아이들을 “아들, 딸”이라고 불러 주신다고 해요. 적당히 단호하게, 그리고 한없이 다정하게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사랑해 주신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축제의 장면에서 선생님은 저에게 뭔가 홀리한 느낌을 줄 정도로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이런 선생님들이 어디 또 있겠나 싶은 게 감사한 마음이 절로 생기네요.


열심히 물놀이를 하고 라면도 먹고 떡볶이도 먹습니다. 그리고 무표정으로 레몬 많이 먹기 게임을 하더라고요. 참아내는 표정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아이들이 손수 열심히 꾸민 포토존에서 사진도 찍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예쁜 추억을 쌓아가는 아이들의 표정에서 제가 더 행복감을 느꼈네요.


방학을 해도 2주 동안을 학교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으로 학교에 갑니다. 그래서 그런지 방학이라고 막 들뜨거나 아쉬워하는 모습은 없어요. 2주가 끝나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비가 그치고 학교 옆 계곡에 흙물이 씻겨 내려가는 날, 또 모일 테니깐요. 그렇게 놀고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을 보니 잘 내려왔다 싶은 생각이 또 듭니다.


애들도 놀고, 엄마도 노는 시골 생활. 병원에 가려면 읍내나 시내 차를 타고 가야 하고, 배달음식이 없으니 매번 끼니 걱정이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단점이 없는 시골 생활은 아니지만, 장점의 최대치를 누리고 있는 기분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reel/Cu9ymxWMDXK/?igshid=MzRlODBiNWFlZA==


학부모들끼리 함께 만든 계정이에요. 그날의 풍경이 더 잘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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