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J 교육칼럼 -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도 하는 질문
“요즘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어느 날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한 아이가 툭 던지듯 내뱉은 이 말이 제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주로 가르쳐왔습니다. 제주도의 국제학교, 해외 대학을 준비하는 학생들, 경제적으로 넉넉하고 교육적 투자도 아끼지 않는 가정의 아이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힘은 조건이나 환경과는 무관하게 아이들마다 확연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모든 걸 갖춘 듯한 환경 속에서도
"왜 공부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냥 하래서 해요”
라는 말이 너무도 자주 들렸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정말로, 공부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었을까?
지금 이 시대에 공부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AI가 아이보다 더 잘 글을 쓰고, 더 빠르게 문제를 풀어주는 시대. 지식과 기술이 넘쳐나는 시대.
그런 시대에 필요한 건 ‘얼마나 많이 아느냐’보다 ‘무엇을 왜 배우고 싶은가’라는 방향 감각 아닐까요?
이 책은 단지 영어를 가르치는 한 선생으로서,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그리고 수많은 아이들과 부모 곁에서 살아온 한 사람으로서, ‘공부란 무엇인가’를 다시 질문하며 써 내려간 작은 편지이자 기록입니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라 질문이고, 성취가 아니라 감정과 의미를 말할 수 있는 언어입니다. 그런 힘은 교과서가 아닌 관계 속에서, 경청 속에서, 그리고 가장 가까운 어른의 시선과 말속에서 자랍니다.
혹시 당신도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다면, 이 글이 조용한 울림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 시대의 교육을 함께 다시 묻는 동료가 되어주신다면, 참 든든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