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우스 별 ; 우주에서 제일 밝게 빛나는 별

by 이홍

은근한 반골 기질, 고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은 내게 모범생 같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반골 기질이 강한, 다소 과격하게 표현하자면 삐딱한 성격이라고 하셨다. 너는 명령을 누구보다 따르는 듯 하지만, 속으로는 누구보다 따르지 않는 그런 애라고 했다. 그런 반골 기질은 나이를 먹을수록 약해지는 법을 모르고 자라났다. 양분은 열등감과 자기혐오였다.


누군가 자신의 주장을 단언할 땐 더했다. 내가 볼 땐 그저 허점투성이에 말도 안되는 주장인데 뭘 믿고 저렇게 자신감 있게 헛소리를 하는지. 그 자신감에 튀어나온 앞니까지 반발심이 올라왔다.


한창 케이팝 씬에서 흥했던 키워드가 있었다. 러브 유얼 셀프. 그러니까 너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었다. 온갖 비싼 옷을 휘감은 가수들은 환히 웃으며 나는 나를 사랑한다. 나의 못난 모습까지 멋지다. 그러니 너도 너 자신을 사랑해라. 뭐 이런 얘기를 남발했다.


어김없이 내 반골 기질이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말이 쉽지. 그런 짜증이 솟구쳤다. 너네는 뭘 해도, 못난 모습도 사랑받고 응원받고, 게다가 돈도 많잖아. 못나고 한심한 나를 그렇게 쉽게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아? 네가 날 알아? 내가 너랑 같아? 비웃음과 반골기질이 아우성쳤다. 사람에 지치고, 사랑에 지치고, 삶에 지치고,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하는데 지쳤었다.


눈을 감고, 눈을 뜨고. 사유에 잠겨 옛날 철학자들처럼 나는 왜 사는가. 따위의 사유를 하지만 끝내 답변 칸을 채우지 못한 채, 공란으로 하얗게 비워두고 살고 있었다. 그냥 왜 힘든지 알아보지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채 살았다.




어느 날, 인터넷에서 시킨 대용량의 마스크가 배달되었다. 넉넉하게 쟁여놔 몇 달은 썼던 마스크들이 동이 나 홈쇼핑에서 시켜놓은 것이었다. 문제는 너무 많이 시켜버린 마스크들을 넣을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좁디 좁은 집을 뒤지다 베란다 작은 창고 천장에 자리가 빈 걸 발견했다. 의자를 밟고 올려다 본 공간에는 언제부터 쌓였는지 모를 먼지가 가득했다. 구석에는 먼지가 쌓여 회색처럼 보이는 붉은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는 아주 오래 전의 애인이 써준 편지가 있었다. 파랗고 빨갛게 하트를 채운 모양의 편지는 얼마나 오래 전에 받은 편지인지를 증명하듯 내 기억 속에 잊혀져 있었다.


편지를 열자, 정갈한 글씨체로 적힌 단 세 문장이 있었다. 두 줄의 자기소개 끝에 적힌 한 문장이 눈에 걸렸다.



"너는 처음 봤을 때도, 지금도. 여전히 씩씩하고, 용감하고, 누구보다 밝게 빛나는 사람이야."



그 문장을 읽는데 마음 어딘가가 그랬다. 이걸 표현할 형용사를 고를 수 없을 만큼 마음이 그랬다.


나 조차 나를 좋아하지도, 사랑하지 못하는데.

예전 연인은 나를 여전히 빛나는 사람이라 불러주었다. 그 하나의 문장은 나는 왜 사는가 라는답변에 비어있던 답란을 채웠다. 우문현답이었다.


그 뒤로 극적이진 않지만, 그래도 살아가는데 나름 변화가 생겼다. 드라마처럼 짜잔- 하고 나는 나를 사랑해, 나는 대단해 뭐 이런 마음가짐까진 아니고.


그저 넓디 넓고 아무것도 안 보이는 내 우주에도 가장 밝게 빛나는 시리우스 별이 있다고, 그 별을 본 사람이 있으니 허상의 존재가 아니며 오늘도 이 시리우스 별을 찾으려 살아가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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