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병권 Jan 06. 2024

몸노동이 건네는 ‘한껏 개운함’

죽산아이

 

노동삼매경에 빠져 지내는 요즘.     

공유숙박을 위한 집수리 여정, ‘더디지만 야물게 가는 것이 지름길’이라는 말을 새삼스러워하며 오늘도 총 6시간 작업에 집중했다. 일하는 동안은 세상사 다 담벼락 바깥에 둔다. 오직 눈앞에 보이는 서까래 구석·구석과의 씨름이다. 접이식 사다리에 올라 천정 가득 놓여있는 해야 할 일과 버려야 할 것들을 순간순간 쳐내려 간다. 그러면서 한옥 내·외부를 깔끔하게 칠(손질)한다는 의미를 실제하는 현실로 깨닫는다.     


작업공정이다.

1.먼지 및 이물질, 여기저기 묻은 흰색 페인트 칠 벗겨내기.

2.흰벽에 마스킹테이프 붙이고 서까래(목재) 부분 오일스테인칠.

3.반대로 서까래 나무에 마스킹테이프 붙이기.

4.흰색페인트칠.

5.거실 및 방바닥 전면적 청소.     


오늘 작업은 3번과 4번, 침실(예전 부엌) 서까래 마스킹테이프 붙이고 힌색 페인트 칠(이틀만에 침실 작업공정 50%). 단계 하나하나 시간이 만만찮게 걸린다. “그냥 건너 뛰어도 괜찮아요 병권씨!” 라며 곳곳에서 ‘소리 없는 유혹’들이 설레게 하지만 단단하게 마음을 다잡는다. 앞마당 배추와 시금치밭에서 얻은 나물로 안주 삼아 막걸리 한 잔 새참으로 마신다. 그렇게 하루가 간다.      

 

아내와 함께 어제는 김제 지평선시네마에서 영화 ‘노량’을 보았고, 내일은 부안 마실영화관에서 늦게나마 ‘서울의 봄’을 본다. 틈틈이 양양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수업 준비, 강제징집·녹화공작피해자 채록증언 조사연구원으로서 자료검토를 한다. 다큐<1975.김상진>관련 짧은 이야기들 구상하고.      


시간 나는대로 3시간이든 4시간이든, 어떨 날은 2시간도 채 안되지만 집수리·칠 노동에 빠져든다.  뻐근한 몰입감이 주는 묘한 맛은 중독성이 있다. 김제 죽산에 내려와 살게 된 이후 ‘몸노동’은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늦은 밤 거실에 깔린 잠자리에 누울 때..... C자로 휘어진 허리가 쭈욱 펴지는 느낌. 그리고는 어느 정도 일을 쳐냈다는 만족감을 이불로 덮는다.

서까래 오일스테인칠
페인트칠 붓 3가지
가는붓으로 정밀하게 페인트칠


작가의 이전글 ‘살아내면서 만든 통찰’이 지도자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