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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Jun 03. 2024

죽산아이 다시 태어나다

공유주택_에어비엔비


파란 하늘이 수국에 내려앉기 시작했다. 보리수와 앵두가 한껏 의기양양할 무렵 한가지 일을 마무리했다. 작년 11월부터 7개월이 걸린.


‘공’이란 의미가 새삼스러운 여정이었다.

‘시간과 온 마음을 쏟아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작은 오류들이 중간중간 솟아나지만 이내 수습되는 경험 맛보기’


병오년(1906년),  김제 죽산에 살던 한 아이가 우여곡절 끝에 훌륭하게 성장해 새 어머니에게 지어드린 집을 3년전 리모델링하고 택호를 ‘죽산아이’라 붙였다. 아내와 나의 문화 놀이공간으로 2년여.  


그러던중 지인들이 죽산아이를 공유주택으로 빌려달라는 분들이 있어 고민 끝에 작은 도전을 하기로 하고 직접 공을 들였다. 작년 11월부터 크지 않은 한옥이지만 서까래와 대들보를 일일히 손질하고 메꾸고, 칠하고, 털어내기 시작해서 전체 콘셉을 손님들의 숙박 공유 시선에 맞추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마침내 5월 말일자로 뜻을 이뤘다. 외부 일정 소화하며 틈나는대로 와이프와 손발 맞췄다.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잔 손질들. 지치고 힘들 때도 부지기수. 

그런데다 전문영역이 아닌 솜씨로 침대, 옷장도 만들고, 칠하고, 바르고,  뜯어내고 다시 붙이고... 이 집에서 나온 창호지 창살문을 뜯어 벽장문에 부착하는 작업도 삐뚤빼뚤이지만 결국 해냈다.


 ‘주인의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니 집을 고치는 일의 ‘또 다른 세상’이 보였다. 아하 그랬구나!  이해가 되면서 동시에 ‘과오를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다. 일하는 과정에서 파격적인 생각을 잘하는 와이프 덕에 생각의 지평 또한 넓어지는 계기이기도 했다. 끊임없이 뭔가를 고친다는 것은  ‘생활의 중요한 본질’이라는 것도 깨닫는다.


죽산아이 앞마당 꽃들과 언덕에서 살아가는 뭇 생명들.... 새소리 다이나믹하다.  세상이 싱그러울때 마무리해서 즐겁고 유쾌하다. 이제 사진 작업과 영상촬영으로 생명감을 불어넣고 이야기를 만들어 숙박공유시스템 에어비엔비에 정식 등록할 예정이다. 

효자 죽산아이의 기운이 이곳에 오시는 분들의 삶결속에 ‘의미로운 여정’으로 자리잡기 기대한다. 

사진으로 속살을 보여드린다.

죽산아이 언덕에 수국이 많다
벽장과 옛 부엌 출입문을 이불장옷장으로 하고 다락 올라가는 곳에 계단목을 설치했다. 한옥창살을 뜯어내 벽장문에 붙였다
작은방 입구에서 바라본.
거실
다락방이다. 어른잠자리로도 훌륭하고 차한잔 나눌만도.
죽산산 입구 쪽문에서 바라본.
옛부엌을 침실로.
화장실 리모델링
화장실 입구에서 바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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