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병권 Aug 29. 2024

눈물글썽, 웃음가득_울엄마는 이야기보따리

구순파티준비

우리는 최고의 존경앞에 정관사 ‘The’를 붙입니다. 

울엄마, The 김순연.


다음 달 추석 직후 어머니 생신입니다, 구순파티 준비중. 1934년부터 시작된 이야기를 풀어볼 요량으로 그간의 기록과 사진들을 꿰매고 있는 중이다. 이모, 고모, 외삼촌이 모두 연로하시거나 편찮으셔서 장거리이동이 어렵습니다. 팔순때는 다 모이셨는데 10년의 세월이 여의치 않게 만드는군요. 그래서 아들이 사는 부천에서 사촌들하고 가족모임으로 ‘엄마의 90년’을 누리려고합니다. 


노래와 춤으로 흥겹기보다는 고비고비 넘어온 엄마의 삶결을 공유·공감하는 ‘눈물글썽, 웃음가득 이야기보따리’로 저녁 시간을 즐기려합니다. 엄마가 쓰신 기록과 틈틈이 찍어놓은 사진과 영상자료, 6월에 찍은 영상인터뷰를 토대로 활기차게 우리 곁에 계시는 엄마의 진면목을 장면·장면별로 구성했습니다.


그러면서 드는생각

첫째 어머니..... 이렇게 계셔주셔서 고맙습니다. 

둘째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이 도처에서 울컥울컥 눈물나게 만듧니다. 일제강점기의 아픔과 빨갱이로 낙인찍고 민족을 둘로 갈라쳐 자기 잇속을 채워온 세력이 득세한 부끄러운 한국현대사를 온몸으로 감당하다보니 고단하고 가난했습니다. 애쓴만큼 댓가는 돌아오지 않고 좋은 기회 고비고비 ‘빨갱이 연좌제’로 좌절해야 했고... 아버지는 지금 나보다도 훨씬 어린 59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이전과 이후를 홀몸으로 악전고투하신 ‘고단한 일반인 김순연여사’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격하지만 차분하게.

엄마의 일생을 자식의 시선으로 마주하면서 채워진 감정입니다. 강요된 시대의 아픔속에서 가난했지만 올곧게 살아내신 에너지는 그대로 저와 여동생의 ‘불의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는 또 다른 동력’으로 작동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엄마 덕분에 존재한 내 지난 역사를 차분하게 돌아봅니다. 그리고 제 자식 둘을 은근슬쩍 마음에서 꺼내 한참 쳐다봅니다. 제 아이들과 그 아이들의 아이들에게도 ‘할머니의 헌신적 사랑’에 담긴 의미는 자연스레 이어질 것입니다. 


빙그레 웃음짓는 내가 보입니다.

엄마는 제게 최고이셨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