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병권 Aug 23. 2024

일상의 활개짓

죽산아이

시골에 살면서 종종 삶결이 ‘활개를 편다’ ‘활갯짓을 한다’는 느낌을 경험하곤 합니다. 최근에는 양주 우리들자연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야 나도 저 아이들 느낌 한번 맛 보고 말거야!” 하면서 몸이 근질근질했습니다.


활개를 편다(친다)라는 것들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때’의 상태나 느낌인데요. 다소 좀 추상적인 의미지만 개념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입니다.  활개라는 게 1. 사람의 어깨에서 팔까지 또는 궁둥이에서 다리까지의 양쪽 부분 2. 새의 활짝 편 두 날개를 의미하고 3. 윗부분 끝이 보이고 아래가 양쪽으로 부어진 물건 또는 그런 모양을 의미하는데 우리 신체에도 존재를 하죠. 어깨에서 팔까지, 그 다음에 궁둥이에서 다리까지 즉 그러니까 몸뚱이에서 뻗어 나간 부분들을 일컫는다고 봐야 될 것 같은데요. 그게 활짝펴진 상태..... 생각만 해도 시원·쾌적합니다. 한 달 이상 계속된 폭염으로 몸과 마음이 늘어지고 동시에 위축된 요즘입니다. 엊그저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서 일상의 활개를 펴고 싶었습니다.


게스트 숙박 공유 시스템(농가민박)으로 재구성한 <죽산아이> 대문 옆에 언덕과 잔디 마당을 새로 조성했습니다. 그 언덕에 죽산아이의 주력 꽃, 수국을 심었습니다. 한참 전에 수곡 삽목을 해서 작은 미니 화단안에서 충분하게 뿌리를 내리게 했고 그것을 하나씩 옮겨 심는 작업인데요. 와이프랑  심어가면서 이 공간을 찾아올 공유숙박 손님들과 지인들을 즐겁게 하고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수국 밭을 여기다가 추가 조성을 하는 거죠.


죽산아이는 전면부터 시작해 저 뒤로 돌아 쪽문옆 감나무 언덕까지 수국이 주력이고  절기에 따라서 다양한 꽃과 나무들로 준비가 돼 있습니다. 땀은 비 오듯 했습니다. 수건으로 훔치고 훔쳐도 막을 수가 없는 정도로 흘렸지만 흠씬 흠씬 땀을 흘리고 또 쉬어가고 또 흘리고 쉬고 하면서 3시간 가량 작업 했습니다.


마을 후배들이 사온 복숭아로 간식을 먹고, 집 앞마당에서 키운 둥그런 애호박으로 만든 부침개에 막걸리 한잔으로 새참을 먹기도 했습니다. 땀은 비오듯 했지만 폭염과 맞짱 떠서 활개치는 재미는 시원했습니다.일을 흠뻑 하고 났을 때의 후련함, 일이 진행된 상황들을 봤을 때에 어떤 작은 성취감, 그다음에 온몸 땀을 한번 흠뻑 흘리고 났을 때의 팔다리의 개운함 뭐 이런 것들이 ‘일상의 활개짓’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내 직업이 농사를 짓는 게 아니고 이야기를 만들고,강의하고, 촬영 하고 글을 쓰고 하는 일이지만 하루에 일정시간 할애를 해 땀을 쏟는 작업들은 시골살이가 주는 인생의 활개짓입니다.


 일을 마치고 나서 샤워를 하고 좀 쉬었다가 커피 한잔 하고 작업실에 들어서면 일머리가 훨씬 실감나고 유쾌하고 상쾌해지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즐거운 상상은 시간이 좀 들어가 오늘 심은 것들이 자리를 잡고 나름대로 역할들을 하기 시작할 무렵이면 농가민박 공유시스템 <죽산아이>는 훨씬 더 풍요로운 공간으로 재구성 된다는겁니다. 


 다만 한가지 샤워실에서 거울을 보니 아버지보다 더 늙은 한 남자가 보였습니다. 30여년전 59살에 돌아가신 아버지는 지금 나에 비하면 ‘그 어린 것’ 그 자체셨습니다.  그렇게 65살 안병권은 목주름이 두껍고 눈두덩이 쳐지고...  천천히 숙성·발효되어가고 있습니다. 


김제 죽산아이

즐거운 마음.

제 인생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작업중인 필자
뿌리를 내린 수국


작가의 이전글 ‘공교육의 빈틈’을 메꾸다_활개짓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