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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Oct 12. 2024

김상진 기억공간 콘셉트시안

오랫동안, 김상진

        

수원 옛서울농대캠퍼스 김상진열사 할복의거 현장

상상캠퍼스(옛 수원 서울농대캠퍼스) 대강당앞 잔디밭은 모든 농생대 구성원들한테 심장 같은 공간이다. 그 곳 느티나무 아래에 김상진열사 표지석과 안내판이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 마음 깊은 곳에는 ‘잔디는 밟으면 안 돼’ 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어서 선뜻 현장으로 발을 내딛기가 쉽지 않다. 잔디밭 안쪽(할복의거 현장)으로 안내하는 장치들도 없다. 표지석도 보이고 안내판도 보이지만 잔디를 밟아서 들어가야 되는 ‘무심코 방어벽’이 생기는 데다가 대강당 쪽으로는 주차선과 경계석이 다시 한번 현장 진입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1975년 4월 11일, 김상진열사가 세번째 연사로 나가기 위해  기다리던 대강당 계단,  할복의거 현장(잔디밭)이 보인다


“현재 수원상상캠퍼스내 할복의거 현장 ‘김상진 기억공간’에 대한 문제의식은 ‘정보’도 있고, ‘지점’도 다 있으나 이것이 ‘경험’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이 안(잔디밭)으로 데리고 들어와야 하고 들어올 뿐만 아니라 거기에 앉을 수 있어야 하고,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거기서 시간을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전하는 정보를 얻도록 한다”

                                   - 정욱주교수 연구실       


           

2024년 10월 11일 오전 10시.

관악 서울대학교 농생명과학대학 기획실, 김상진 기억공간(메모리얼) 시안 설명회.

참석자는 학교에서는 최원부학장, 박창권팀장, 용역팀에서는 정욱주교수, 도시조경설계연구실팀 2명(이주현과 김지윤), 50주년기념사업 준비위에서는 안병권위원장, 정근우회장이 참석했다.  설명회는 정욱주교수의  콘셉트 시안 설명후 질의응답으로 1시간 반 진행했다.      


Plan A_디딤       

플랜A_디딤

       

[콘셉트]

발걸음, 누군가 먼저 디딤을 딛고 뒷사람들이 따라가게끔 해주는 역할을 임무로 이어받는다. 디딤의 가장 중요한 설계 콘셉트는 연설 전 대기 장소(대강당 계단)부터 표지석이 있는 데까지를 시각적, 가시적으로 연결한다. 디딤은 동시에 사람들이 자연스레 메모리얼로 들어오는 통로가 된다. 디딤이 있으면 당연히 길이고 그걸 따라서 들어오다 보면 디딤이 점점 더 튀어 올라온다. 그러다 마침내 느티나무 아래까지 오면 올라와서 벤치도 조성이 된다. 여기에 자연스레 앉을 수도 있고, 느티나무 그늘을 즐기기도 하고, 벤치 돌 그 자체와 표지석등에 여러 가지 정보를 주면서 김상진 열사의 메모리를 전달한다.       

   

    Plan B_틔움      

플랜B_틔움

[콘셉트] 

꽃잎이 꽃봉우리가 터져서 꽃은 벌어진다.

김상진 열사의 행동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를 연상한다. 무엇인가를 뚫고 새로운 것들이 드러나도록 하는 이미지로 꽃을 피웠다. 그런 것들을 상징하는 방식의 디자인이다. 박정희유신정권의 심장을 향해 찔러 들어간 바늘침이 유신정권에 균열을 내고 동시에 새로운 운명들을 많이 만들어 내었듯...   이 구조는 소형 놀이터처럼 되어있는데 여러 방향에서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해서 안쪽으로 들어오게끔 한다. 구조물의 높이는 900mm 정도 생각하는데 어떤 부분은 좀 더 높게 앉는 부분, 어떤 부분은 좀 낮게 형성해서 높낮이를 조절한다. 외부에서 감아 들어오면서 메모리얼의 내용을 담을 수가 있다.     


    Plan C_확산        

플랜C_확산

[콘셉트]

열사의 행동이 개인의 한 행위로 시작 했지만 그것들이 파급·파생·확장되어 여러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쳐서 많은 사람들이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열심히 투쟁하며 살았다. 그래서 어떤 행동의 진원지를 알려주는 ‘확산’의 이미지를 연출했다. 동심원 가운데 힘을 모아준다. 김상진 열사의 목소리가 퍼져 나감을 상징하는 구조물을 만든다. 느티나무가 있고 그 밑에 어떤 파동을 보여주는 형상을 보여주는 구조물들이 들어가고 여기서는 앉거나, 쉬거나, 읽거나 하는 것들이 가능하고 그 테두리로 출발한 파장이 옆으로 확산되는 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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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가지 안을 의미심장하게 파악하며 격의없이 논의를 진행했다.

김상진과 관련된 양심선언문 전문과 의미로운 짧은 텍스트들을 선택하여 메모리얼에 구현한다. 시민들이 ‘열사의 지향’과 ‘앞으로의 일’들을 자연스레 ‘경험’토록 하는 장치들로 구성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후원금 기부자들의 명판을 어떤 방식으로 지속성과 확대가능성을 갖도록 표출할 것인지도 아이디어 교환했다.      


현재 1안인 디딤은 잔디밭을 최소화시켜 쓰는 것이고 2안과 3안. 틔움과 확산은 잔디밭을 넓게 활용한다. 

따라서 조성비용도 2안과 3안이 많이 들어간다.  회의에서 논의된 시안들은 콘셉트 시안이므로 방향과 예산이 정해지면 그에 맞춰 시안조정 및 구체화 작업은 얼마든지 조정,변경가능하다. 11월말까지 마스터플랜 확정하고 공사준비 기간을 거쳐 2025년 3월 한달간 조성작업 진행한다. 4월 12일(토) 50주년기념일 제막식으로 완성한다. 이 공정이 메모리얼 시공 1단계 이고 추후 몇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업그레이드할 상황이 있다면 2단계 공정을 설계하고 실행하여 마무리 할 예정이다.   

  

이날 회의중 인상적인 장면 하나.     

“지난 7월, <1975.김상진> 영화도 보고 이 메모리얼 작업 진행하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어요?”

회의 말미에 두 연구원에게 물었다. 도시조경설계연구실 이주연, 김지윤 연구원들의 똑 부러지는 소회가 참석자들 마음을 움직였다. 각각 09학번과 18학번으로 학부는 타 대학에서 하고 대학원 석사과정은 정욱주교수팀에서 공부한다.      


“농생대 수원캠퍼스는 처음 가봤는데 이런 역사가 있다는 거를 딱 공간만 봤을 때는 많이 와닿지가 않더라고요. 앞에 현황 분석에서 보여드렸던 것처럼 개별단위로 놓여 있고 공간과 연계가 많이 안 되어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공간 자체는 좋은 분위기를 내고 있어서 이 공간 안에 김상진 메모리얼을 조성하면 시민들에게 일상적으로도, 기념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이자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학교는 우리들의 사업제안을 충분히 이해했고 감동적이라는 표현과 함께 공감을 표했다. 학교 공식 회의 테이블에 올려 논의를 하고 결과를 공유하겠다고 했다. 또 현재 부분부분 막혀있는 캠퍼스내 시민들 동선 문제도 긍정적으로 검토·해결하겠다고 이야기했다. 50주년기념사업 준비위원회는 기본컨셉과 시공비용등을 감안하여 11월말까지 한가지 안을 선택하고 마스터플랜으로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겨울동안 시공 준비작업을 거쳐 2025년 3월, 한 달 공사를 진행 50주년 행사하는 날 공식 오픈할 예정이다.      


지난 여름 김상진메모리얼 콘셉트를 준비하느라 고생하고 의미있는 시안을 도출해낸 정욱주교수 연구팀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신축75동 융합관 후원기부자

회의 마치고 정근우 회장과 함께 75동 새 건물로 올라가 김상진홀(세미나실) 내부 인테리어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김상진백서와 논문, 김상진 메모리얼, 김상진홀등등 계획한 사업들이 기획단계에서 순조롭다. 다만 사업별 그림들이 구체화되면서 사업추진 특별후원금 모금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해야할 타이밍이다. 회원여러분들의 아낌없는 후원과 협조, 널리 홍보작업 함께 손잡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이글은 (사)김상진기념사업회 기관지 <선구자 원고>로 송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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