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김상진
저 민족의 들리지 않는 피맺힌 절규가 무엇을 뜻하며 간절한 무언의 호소가 무엇을 바라는 가를 왜 각하는 모르시는 것입니까? 죽음으로써 바라옵나니, 이 조국을 진정 사랑하는 마음에서 바라옵나니, 국민된 양심으로서 진실로 엎드려 바라옵나니, 더 이상의 혼란이 오지 않도록 숭고한 결단을 내려 주시길 바라옵니다.
이 땅에 영원한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갈망하는 우리 민족의 그것을 성취하기 위하여 어떠한 압력에도 끝없는 투쟁을 계속하여 싸워 이겨 나갈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일 것입니다. 각하의 안녕과 건강을 축원합니다.
1975년 4월 10일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축산과
김 상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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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선선배가 촬영 끝부분에서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장’을 낭독했다
시대가 김상진형을 소환하고 있다.
아니다. 50년 전, 박정희 유신정권의 폭압에 맞서 학내집회시위중 할복자결로 항거한 스물여섯 한 청년 학생이 지금 청년들과 우정과 연대를 나누는 것이다.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 제작진에서 연락이와 진행된 인터뷰 일정이다. 강남 눅스튜디오플레이스에서 상진형 큰형님 김상운과 보성고.대학 친구 이호선 인터뷰였다. 오후 4시반부터 7시까지. 꼬꼬무 제작진은 카메라 4대의 각으로 2시간 반 동안 촬영했다. 꼬꼬무 김상진열사편은 두달 여 제작과정을 거쳐 방영될 예정이다.
인터뷰 마치고 인근 식당으로 옮겨 송년회겸 조촐한 술한잔. 김상진열사 50주기기념추진위에서는 정근우회장과 박석두선배, 장영철PD와 내가 참석했고 큰형수님이 함께했다.
김상진 열사의 살아생전과 이후의 시간을 반추했다.
50주기 기념사업 추진위원장이자 <1975.김상진> 감독으로 제안 한가지 드렸다.
내년 50주기 이전에 김상진열사 9남매 ‘가족 상영회’를 민주시민들과 함께 서울에서 진행하자
열사의 누님 (고)김영자님 외손녀 백 승이양과 두어달전부터 내심 마음먹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큰형님·큰형수님도 흔쾌히 맞장구치셨다. 여하간 50주기기념 사업준비하면서 알차게 준비해 볼 요량이다. 남은 8남매와 손주·손녀까지 내려온 50년의 시간과 공간, 지금 K-혁명,K-민주주의 흐름과 맞물려 시민들과 함께 그간 조금은 놓치고 지냈던 ‘김상진을 역사로’ 만드는 일이다.
늦은밤 수서에서 늦기차로 김제 집에 내려오는 길.
깜깜한 차창으로 남태령 전봉준투쟁단에 함께한 젊은이들이 보인다. 수만의 김상진이 손을 흔들며 지나간다.
형님이 할복의거로 목숨바쳐 만들려 했던 세상이 분명하고 단호한 모습으로 오려나 봅니다.
형님 이 나라에 ‘소리 없는 뜨거운 갈채’를 보내주세요
돌아가시며 육성으로 남긴 양신선언문중 미쳐 다 읽지 못한 글로 글맺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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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민족과 역사를 위하는 길이고 이것이 우리의 사랑스런 조국의 민주주의를 쟁취하는 길이며 이것이 영원한 사회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면 이 보잘 것 없는 생명 바치기에 아까움이 없노라. 저 지하에선 내 영혼에 눈이 뜨여 만족스런 웃음 속에 여러분의 진격을 지켜보리라. 그 위대한 승리가 도래하는 날! 나! 소리 없는 뜨거운 갈채를 만천하에 울리게 보낼 것이다.
1975. 4. 11
서울농대 축산과 4년 김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