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김상진
2025년은 1975년 4월11일 김상진열사가 박정희유신독재정권에 항거 학내시위현장에서 칼로 할복자결하신지 50년이 되는해다. 1월 13일(월), 김상진열사50주년기념사업 준비위원회 촬영팀은 함세웅신부님 인터뷰 및 말씀을 채록한다. 기념사업회 기관지 ‘선구자’ 표지모델로 모시고 겸해서 인터뷰까지.
신부님의 「함세웅의 붓으로 쓰는 역사기도」를 읽다가 65년전 ‘지금’을 만났다.
신부님의 글씨와 김수영시인의 ‘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가 2025년 1월 10일 새벽을 타고흐른다.
65년간 우린 무엇을 한것인가?
자책감속에 뜨겁게 만져지는 청년세대들의 응원봉혁명.
그들로부터 비로서 반민족,반헌법,반민주 좀비들을 아주 잔인하고 단호하게 ‘밑씻개’로 쓰겠구나 용기를 얻는다.
윤석열 무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세포다.
4.19혁명 1주일뒤 시인 김수영의 ‘각성’에 뛰어들어온 절절함.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딱 내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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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놈의 사진을 떼어서 밑씻개로 하자
그 지긋지긋한 놈의 사진을 떼어서 조용히 개굴창에 넣고
썩어진 어제와 결별하자
그놈의 동상이 선 곳에는
민주주의의 첫 기둥을 세우고
쓰러진 성스러운 학생들의 웅장한
기념탑을 세우자
아아 어서어서 썩어빠진 어제와 결별하자
이제야말로 아무 두려움 없이
그놈의 사진을 태워도 좋다
협잡과 아부와 무수한 악독의 상징인
지긋지긋한 그놈의 미소하는 사진을―
대한민국의 방방곡곡에 안 붙은 곳이 없는
그놈의 점잖은 얼굴의 사진을
동회란 동회에서 시청이란 시청에서
회사란 회사에서
××단체에서 ○○협회에서
하물며는 술집에서 음식점에서 양화점에서
무역상에서 가솔린 스탠드에서
책방에서 학교에서 전국의 국민학교란 국민학교에서 유치원에서
선량한 백성들이 하늘같이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우러러보던 그 사진은
사실은 억압과 폭정의 방패이었느니
썩은놈의 사진이었느니
아아 살인자의 사진이었느니
너도 나도 누나도 언니도 어머니도
철수도 용식이도 미스터 강도 유 중사도
강중령도 그놈의 속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무서워서 편리해서 살기 위해서
빨갱이라고 할까보아 무서워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편리해서
가련한 목숨을 이어가기 위해서
신주처럼 모셔놓던 의젓한 얼굴의
그놈의 속을 창자 밑까지도 다 알고는 있었으나
타성같이 습관같이
그저그저 쉬쉬하면서
할말도 다 못하고
기진맥진해서
그저그저 걸어만 두었던
흉악한 그놈의 사진을
오늘은 서슴지않고 떼어놓아야 할 날이다
밑씻개로 하자
이번에는 우리가 의젓하게 그놈의 사진을 밑씻개로 하자
허허 웃으면서 밑씻개로 하자
껄껄 웃으면서 구공탄을 피우는 불쏘기개라도 하자
강아지장에 깐 짚이 젖었거든
그놈의 사진을 깔아주기로 하자······
민주주의는 인제는 상식으로 되었다
자유는 이제는 상식으로 되었다
아무도 나무랄 사람은 없다
아무도 붙들어갈 사람은 없다
군대란 군대에서 장학사의 집에서
관공리의 집에서 경찰의 집에서
민주주의를 찾은 나라의 군대의 위병실에서 사단장실에서 정훈감실에서
민주주의를 찾은 나라의 교육가들의 사무실에서
사 · 일구 후의 경찰서에서 파출소에서
민중의 벗인 파출소에서
협잡을 하지 않고 뇌물을 받지 않는
관공리의 집에서
역이란 역에서
아아 그놈의 사진을 떼어 없애야 한다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소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영숙아 기환아 천석아 준이야 만용아
프레지던트 김 미스 리
정순이 박군 정식이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우선 가까운 곳에서부터
차례차례로
다소곳이
조용하게
미소를 띄우면서
극악무도한 소름이 더덕더덕 끼치는
그놈의 사진일랑 소리없이
떼어 치우고―
(1960. 4. 26. 조조) 김수영
함세웅신부님의 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