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 2000년대 중후반의 소설이야기
14살 학교 근처 책방에서 처음 판타지소설을 접했다.
내가 처음 읽을 당시에는 '인터넷 소설'이라고 불렸고, 다양한 플랫폼에서 업로드 후 출판사와 접촉하여 계약을 맺고 책으로 출간되고는 했다. 그 이후 대여점이나 서점에서 찾아서 읽어볼 수 있었다.
제일 처음 접한 책은 <아이리스(IRIS)>라는 소설이었다. 이세계판타지 장르로,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에는 신비롭고 새로운 이야기로 처음 책장을 넘겼을 때의 설렘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당시에 가정사나 학교문제로 일상이 그다지 즐겁지 않아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책을 읽었고, 그때의 나는 책 속에서 잠시나마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나아진 후에도 꾸준히 용돈의 대부분을 소설 대여에 지출했으며 현재까지도 책을 자주 읽는다.
지금부터는 개인적으로 소설을 읽으며 느꼈던 느낌들에 대해서 작성해보려고 한다.
쭉 소개되는 소설들은 내가 기억에 남는 소설들 몇 개로 구성돼 있으며, 이것 외에도 명작으로 불리는 소설들이 많다.
90 ~ 2000년대 초반 인터넷소설로 상업적으로 등용문을 펼친 대표적 작품들로는
퇴마록, 바람의 마도사, 드래곤 라자가 머릿속에서 생각난다.
퇴마록은 어반 판타지
바람의 마도사는 정통 판타지
드래곤 라자는 하이판타지
이렇게 각각 다른 판타지로 불린다.
공통점이라면 단순한 영웅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운명, 인간의 본성, 철학적 질문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는 작품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당시 독자들에게 단순한 영웅담 이상의 깊이 있는 서사를 제공하며, 한국 판타지 소설이 세계관과 설정 면에서 한층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도레미파솔라시도>를 집필한 귀여니도 있는데 10대 여성독자를 겨냥하여 로맨스물을 주로 썼으며, 이모티콘을 엄청나게 많이 사용하여 언어파괴라는 당시의 비난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재밌다는 평과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도 있다.
종합적으로 이 당시의 인터넷 소설들은 장르적 확장과 대중성 확보라는 두 가지의 큰 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내가 책을 접한 2000년대 중반, 이때부터는 조아라, 문피아, 개인 홈페이지 등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으로 작품들을 올렸다.
이 당시 소설들의 특징을 살펴보자면
1. 평범한 주인공
사실 평범한 주인공이지만 어딘가 특출 난 분야가 하나씩 있다.
2. 주인공의 개성과 차별성 강조
주인공의 성격도 다양해졌으며,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닌 반(反) 영웅적 캐릭터가 많아졌다.
이 부분은 게임판타지 소설에서 더욱 부각되는데, 주인공이 특별한 직업을 얻는 케이스가 많다.
<레이센> '블러드 파이터'
<마스터오브웨폰> '웨폰 인챈트'
<달빛조각사> '전설의 달빛조각사
<아크> '다크워커'
<대장장이 지그> '대장장이'
위처럼 히든 클래스이거나, 흔하게 접하지 않는 직업들을 고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히든 클래스나 비주류 직업 선택은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작품의 전개 방식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처음에는 약하지만 주인공 특유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방식들처럼.
이어서 2000년대 이전, 초반에 흥행한 정통판타지와 2000년대 중반에 흥행한 퓨전판타지가 있다.
퓨전판타지는 기본적으로 이세계물 판타지를 통칭하는 단어라고 부를 수 있다.
<묵향>을 필두로 <사이케델리아>, <아이리스>, <다크 메이지> 등 다양한 퓨전 판타지가 등장했다.
특징으로는 마나와 기를 같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주인공이 마법을 사용하는 경우 무공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공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마법을 압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주인공이 현대의 고등학생인 경우에는 초반에는 돌아가고 싶다는 독백이 자주 나오지만 중반부터는 그런 묘사가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아이리스>처럼 현실로 넘어와서 깽판 치는 부류도 있다.
이동방법으로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로 나뉘는데
환생, 차원이동으로 나뉘었다.
정통판타지 같은 경우에는 중세 유럽풍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의 작품들은 대개 주인공이 왕국, 제국, 기사단, 마법 길드 등에서 서사를 시작하며, 그 세계의 질서 속에서 성장하고 모험하는 구조를 따랐다.
<룬의 아이들>, <하얀 늑대들>, <카르세아린>
대부분의 주인공은 귀족 가문 출신이거나, 몰락한 가문의 후계자, 혹은 평민 출신이지만 특출 난 재능을 가진 인물로 등장했다.
<하얀 늑대들>의 카셀처럼 힘이 약해도 언변이나 임기응변에 매우 능한 케이스도 있었으며,
<카르세아린>처럼 드래곤이 주인공인 독특한 직업군을 가진 주인공도 등장하면서 정통 판타지 내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한 작품들이 많았다.
이후 2010년 이후부터는 웹소설이라고 불리는 한국의 4세대 장르문학으로 넘어가게 되며, <마왕데이몬>, <구르미 그린 달빛> 등 다양한 소설들이 연재되며 시장을 개척하다가, 출판과 웹소설의 중간에 있던 <달빛조각사>가 선연재 방식으로 합류하면서 편당 결제의 유료웹소설화가 대중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