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산만한 나에게 가장 소중했던 것

지갑은 잃어버려도 아이는 잃어버리지 말자

by 담빛


나는 어릴 때부터 물건을 참 잘 잃어버렸다.

지갑, 휴대폰, 열쇠, 우산…

심지어는 갓 산 물건까지,

한두 번 쓴 것도 없이 감쪽같이 사라지기 일쑤였다.



대학교 때,

지갑을 잃어버렸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깨달았다.

"어, 지갑 어디 갔지?"


그날은 혼자였고, 비도 내리고 있었다.

지갑엔 현금이 얼마 없었지만

학생증과 통장 카드가 들어 있었다.

나는 울 듯한 얼굴로

버스 종착지로 돌아갔다.

그때 버스기사 아저씨가 내게 말했다.

"학생, 이거 찾던 거지?"




지갑은 온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 안에 들었던 3만 5천 원도,

학생증도,

카드도 그대로였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 사람들, 정말 착하다.”


지하철에서 잃어버린 적도 있었다.

어디서 흘렸는지조차 몰랐던 날,

역무실에서 ‘혹시 몰라’라는 마음으로 묻자

친절한 직원이 CCTV까지 돌려보며 찾아줬다.


그리고 마지막은,

가장 감동적인 복귀였다.


카페에서 잃어버린 내 지갑이

며칠 뒤 집으로 택배로 돌아온 것이다.

택배 안에는 지갑과 함께

손글씨 메모 한 장이 들어 있었다.


"길에 떨어져 있길래 주웠습니다.

신분증 주소 보고 보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는 또 한 번 생각했다.

“세상에, 아직 따뜻한 사람이 많구나.”


이쯤 되면,

지갑은 잃어버려도 괜찮다는 결론이 날 법하다.

왜냐하면,

신기하게도 내 지갑은

세 번 모두 기적처럼 나에게 돌아왔으니까.



하지만,

내 치아는 그렇지 않았다.


대학생 때 친구들과 피자 가게에 갔다.

그날은 수업이 끝난 뒤 모처럼 편하게 웃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피자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딱’ 소리와 함께

무언가 단단한 것이 씹혔다.


“어? 뭐야? 이거 사람 이빨이야?”

피자에 이가 왜 있어?”

친구들은 놀라며 피자 조각을 뒤적였고

우리는 잠시 조용해졌다.

그리고 속으로 나는 '살인사건인가'라고 생각하며 갑자기 무서워졌다.


그 후 집으로 가 양치를 하려고 보니

이가 깨져있었다

내 이였다는 걸 깨달았다.

피자 속에 든 게 아니라,

내 입에서 나온 거였다.


그 순간 충격과 민망함이 밀려왔다.


이처럼 나는

지갑도 잃고, 이를 부러뜨리고,

스스로를 당황시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친구들이 늘 웃으며 말했다.


“야, 너는 뭐든 잃어버릴 수 있는데…

제발 애는 잃어버리지 마.”



그 말에 웃었지만,

웃음 뒤엔 묘한 찔림이 남았다.


나는 안다.

나는 산만하다.

늘 뭔가를 흘리고, 깜빡하고, 놓친다.


그래서 그 말이,

농담 같지 않았다.


그날부터 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다짐했다.

그래, 지갑은 잃어버려도 돼.
이를 잃어도, 우산을 흘려도 괜찮아.하지만… 아이만은 절대, 절대 안 돼.”



그 다짐조차도,

삶은 조금 빠르게 시험에 들게 했다.




임신 사실을 모르고

맥주 두 캔을 마신 날이 있었다.

뒤늦게 알게 된 순간,

나는 눈앞이 캄캄해졌다.


무엇보다

‘나 같은 산만함이

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준 건 아닐까’ 하는

공포와 죄책감이 몰려왔다.


나는 동네 병원을 돌기 시작했다.

“선생님, 저… 그게…”

어떤 병원에선 말을 잇기도 전에 눈물이 쏟아졌고,

어떤 병원에선 설명도 제대로 못 한 채

결과지만 받아 들고 돌아섰다.


그러다 만난 한 의사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괜찮습니다.

지금은 아이의 뇌가 형성되기 전이에요.

오히려 병원 오실 때 마신 매연이 더 해로울 수도 있어요.”




그 말에 나는

비로소 병원 투어를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남편 앞에 앉아

내 배를 쓸어내렸다.



그날 이후,

나는 더욱 단단히 다짐했다.


나는 산만하다.

나는 잘 잊는다.

그렇지만…

아이만큼은 절대 놓치지 않겠다.



왜냐하면,

나는 엄마니까.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의 우당탕탕한 일상, 다음 화에도 이어집니다.

(진짜 더 산만해질지도 몰라요...)




매주 화요일, 목요일 오전 11시 우당탕탕 육아일기가 업데이트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