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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전멘토 박은정 Aug 05. 2023

삶의 방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신림동 사건을 보고 느낀 점  

 2008년 일본 아키하바라에서 무차별 칼부림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그냥 길을 지나가던 행인 7명이 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사건을 일으킨 카토 토모히로에게 칼을 휘두른 이유를 묻자 "살고 싶지 않다. 그냥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라는 대답은 일본을 넘어 우리나라에 까지 고스란히 그 충격과 공포가 전해져 왔습니다. 우리는 착하게 살면 복을 받고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의 이야기를 어릴 때부터 듣고 배우며 자라 왔습니다. 그런데 잘못을 한 것도 없는데, 그냥 나는 길을 걸어갔을 뿐인데 갑작스럽게 칼에 찔려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너무나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평소에 감각이 무딘 편에 속하는 저마저도 길에서 만난 저를 향해 걸어오던 술 취한 행인을 보고서 소름이 쫙 끼쳐 저 멀리 돌아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그런 충격적이 일들이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서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길가는 행인들을 향한 무차별 칼부림, 그로 인해 무고한 희생들이 연일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런 묻지 마 살인사건들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는 현직 경찰의 블라인드 글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았습니다. 이런 사건들이 일어나면 우리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도대체 왜 저런 짓을 벌인 걸까?"


 얼마 전 넷플릭스에서 [셀러브리티]라는 드라마를 봤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표현되는 부와 아름다움, 그것이 돈이 되고 권력이 되는 SNS 세계의 이면을 다룬 시리즈였습니다. 화려한 색감, 자극적인 셀럽들의 세계에 관한 내용에 저도 흥미를 느끼고 하루 만에 모든 시리즈를 정주행 했었습니다. 저는 재미있게도 SNS 인스타 그램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저의 생활을 남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당시 사업을 시작했고 뭔가 홍보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당시 가장 핫했던 SNS인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던 것이죠. 전문 마케팅을 잘 몰랐던 저는 되는 대로 저의 일상과 회사의 제품을 찍어 의무감에 하루 한 개씩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저희 회사제품을 사용할 것 같은 타깃 고객들에게 무차별 '선팔'을 걸어대던 시기였습니다. 그리고 저의 무차별 선팔 공격을 받은 사람들 중 한 명이 저의 남편이었습니다. 나중에 얘기한 사실이지만,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남편의 여자 사람 친구들의 필터로 위장된 인스타그램 계정들을 보다 보게 된 날 것 그대로의 제 계정 사진들을 보고 새로운 매력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뭐 어쨌든 인스타그램이란 SNS는 사진 한 장만 올리면 되는 간단한 업로드 방식으로 인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여타 다른 스토리텔링방식의 SNS와는 다르게 인스타그램에서는 사진 한 장으로 나의 모든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사진 한 장에 모든 것을 담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좋은 것, 내가 갔던 가장 멋진 곳, 가장 자랑하고 싶은 순간들을 사진 속에 담아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친구들에게 직접 말하기는 쑥스럽지만 자랑하고 싶은 것들을 인스타그램은 다 받아줬습니다. 친구들 뿐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들 까지도 나의 자랑을 보고 좋아합니다. 심지어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점점 더 자랑할 거리를 찾아다닙니다. 심지어 자랑할 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자랑거리를 인스타 그램에 쏟아 냅니다. 우리는 서로의 자랑거리를 보고 서로서로 부러워합니다. 현실의 내 것과 비교합니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현실의 '내 것'들을 미워하기 시작합니다. 왜 내 것은 저 사진들처럼 아름답지 못하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얼굴을 보고 전화로 이야기하는 것보다 문자와 사진으로 대화하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입니다. SNS는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커뮤니티 소통 창구입니다. 그들은 매일같이 자랑으로 도배된 사진 속의 화려한 세상들과 자신들의 리얼한 일상과의 괴리를 보며 성장합니다.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는 일은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돈으로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는' 세상에서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어린 친구들은 돈이 없어 자랑거리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자신의 현실을 부모의 탓으로 돌립니다. 더 나아가서 세상의 탓으로 돌립니다.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들어주는 이 없습니다. 그러다 그 원망은 결국 불특정 다수에게로 향합니다. 

 

 2008년 무차별 칼부림 살인을 했던 카토 토모히로의 살인 이유는 세상을 향한 분노였습니다. 아동학대를 당한 어린 시절, 남들보다 열악한 자신의 현실에 대한 분노, 열등감이 무차별 살인이라는 무모한 결과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얼마 전 발생한 신림역 칼부림 사건의 용의자, 부산에서 발생한 히키코모리였던 정유정 사건도 카토 토모히로의 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저도 사업을 하면서 페이스북을 열심히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업과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 친구로 연결되어 저의 근황을 올리기도 하고 페친들의 근황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사업스트레스가 심했던 어느 날부터 페이스북에 올라온 다른 사업관계자들의 근황을 보는 게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페친들이 올리는 자신들의 사업 성과 근황들을 보면서 그들을 미워하고 부러워하면서 부정적으로 변해가는 저를 발견하고부터였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지웠습니다. 저는 SNS 속, 기사 속의 다른 사업가들과 저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허상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고 그것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나인데, 내 의지대로 내 삶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고 자랑스러워했던 나인데 내 속 어딘가는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배 아파하는 비뚤어지고 나약한 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페이스북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올해 초부터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살아남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합니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목표를 세우고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남들만큼이라도 살기 위해, 운이 좋으면 남들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삶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황농문 작가님의 '몰입'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몰입이란, 주위의 잡념, 방해물들을 차단하고 원하는 어느 한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삶의 목적에 대해 '몰입'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내가 원하는 삶이란 게 과연 남들과 비슷한 성공, 남들이 우러러보는 존재, 돈을 많이 버는 것 그것이 과연 나를 행복한 삶으로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우리는 돈에 대한 갈망, 성공에 대한 갈망에는 마인드셋, 시크릿, 잠재의식 등의 오만가지 심리적 기법들을 끌어다 쓰면서 과연 나의 삶의 본질에 대해서 심각하게 몇 날 며칠을 고민해 본 적이 과연 있었을까?


 최근 이어진 칼부림 사건들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이제는 우리 삶에 대해 몰입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 결국 내가 죽는 순간에 남게 될 나의 궤적. 그것을 어떻게 그려나갈지 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지 않을까요? '몰입'의 P.308에 있는 글을 공유하며 이 글을 마쳐 봅니다.


오늘 하루, 나는 얼마나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는가?
오늘 하루 내가 한 일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활동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이었나?
이런 일상이 반복된다면 인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자신의 삶에 대하여 만족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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