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신 돌아보지 않는다

성찰

by 장아연


이 긴 여정을 떠올리면 오늘이는 황무지에서의 생활을 기억했어요. 언제부터 존재한 지도 가물가물한 황무지에서의 삶은 정말로 평온했지요. 동물들과 함께 개울가에서 세수하고, 물을 마시고, 드넓은 황무지를 마음껏 달렸어요. 삶은 행복했지만 어딘가 부족했지요. 내가 누구인지, 내 이름은 무엇인지 전혀 몰랐어요. 뱃사람들을 마주하지 않았더라면 오늘이는 평생 황무지가 자기 집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나는 누구고, 우리 엄마와 아빠는 어디에 있을까?'


오늘이는 궁금했어요. 원천강이란 곳이 어디인지, 그곳에 가면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는지, 이곳에 태어난 이유를 알 수 있는지. 모든 걸 버리고 무작정 황무지를 떠날 땐 몹시 두려웠어요. 하지만 이제 오늘이는 혼자가 아니에요. 이무기가 건넨 여의주 두 개와 연꽃나무에게서 받은 연꽃 가지. 매일이와 장상 도령의 따뜻한 감사 인사, 무엇보다도 오늘이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답니다.


원천강을 다스리는 내외의 아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딸.

그리고 이젠 그걸 넘어서 시간과 계절의 신으로 군림할 오늘이.




내 취미는 자기 성찰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욕망과 결핍을 정확히 꿰뚫는 정직한 훈련을 원했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된다는 말처럼 내 적은 항상 타인이 아닌 자신이었다. 나는 어릴 적부터 호기심이 아주 많았다. 왜?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지만 세상 사람들은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그걸 찾는 건 오로지 내 몫이었다.


자주 인터넷을 들락날락거렸다. 책을 읽었고 그 속에서 진리를 추구했다. 다양한 지식을 데이터 베이스처럼 머릿속에 저장했지만, 내가 진짜 궁금한 건 없었다. 나는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며 어떤 운명을 지녔으며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지 궁금했다. 난 황무지에서 살지도 않았고, 이름과 부모도 있었지만 어딘가 허기가 느껴졌다.


마치 내가 너무도 무지한 이 기분. 평생의 숙제처럼 내 자아 탐닉을 내버려 둔 채 이런저런 일을 해냈다. 난 규율이 있는 곳에서 자주 부서졌고 반항했다. 나 자신이 규격 외 존재처럼 느껴졌고 인간관계에 마찰이 잦았다. 길들여지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대로 살고 싶었는데 인생사, 그런 건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택한 건 내가 누구인지 찾는 거였다.


'나는 누구인가?'


이 추상적인 질문 앞에선 나는 하염없이 작은 사람이 되었다. 철학에 나올 거 같은 질문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비가시적인 건 금세 사라지기 마련이었으니까. 그래서 난 깔끔하게 노트북을 덮고 할 수 있는 걸 했다. 취향을 찾았고, 운동을 시작했고, 글을 적었다. 나와 비슷한 인물을 창조해서 모질게 세상으로 밀어 넣었다. 루틴을 만들었고 무너지지 않기 위해 방도를 찾았다.


오늘이는 원천강으로 길을 떠나면서 수많은 사람을 마주하고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었다. 나 또한 가끔 타인의 성직자가 되어서 고해성사를 들어주었으며 지독한 외로움에 파묻혀 낡아가기도 했다. 이 모든 굴레는 끝없이 반복되었다. 나는 자주 넘어졌고, 일어났고, 피가 줄줄 나도 대충 반창고를 붙이고 움직였다. 내게 안주는 곧 죽음이었으며 계속 성장하고 도전하는 것만이 좋았다.


이 호기심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 대학원에 갔다. 1년 반이 넘도록 지속해 오던 아르바이트를 잠시 접었고 빈자리엔 좋은 기회들이 들어왔다. 작년 4월에 무너졌다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10개월쯤 지난 지금엔 그건 그저 흘러가는 서사 중 하나가 되었다. 나는 그때보다 훨씬 더 강해졌고, 앞으로도 강해질 것이다. 나는 끝없이 일어나고 성장하고 진화하니까.


비로소 나는 자아를 발견했다. 내 추악한 욕망과 결핍,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나만의 루틴을 가지고 계획적으로 글을 쓰기, 어떠한 폭풍이 와도 그동안 수없이 넘어지고 일어났던 관성으로 다시 시작하기. 고통은 박제되면 힘을 잃고 지나면 양분이 되었다.


여전히 2026년의 나는 호기심이 많고 대학원 석사 2학기를 준비하며 많은 긴장과 두려움이 일었다. 하나 확실한 건 그거다.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고, 그건 내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골방에서 엉엉 울던 날들도, 내가 누구인지 찾기 위해 미친 듯이 헤매던 날들도, 전부 이젠 이곳에 박제되었다. 오늘이는 신성을 얻어 시간과 계절의 신이 되었다.


끝내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지금 나는 어디쯤 왔을까.

부지런히 나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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