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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Apr 06. 2022

브랜드 마케터의 1년, 연간 플랜 세우기

예전 글에서 마케터는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업무를 한다고 했다.

https://brunch.co.kr/@236project/26

마케터가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경우, 브랜드 마케터의 1년은 다음과 같이 흐른다. 브랜드의 목표인 to be로 가기 위해서, ‘Plan (플랜을 세우고) - Execution (이를 실행하고) - Review (이를 리뷰하면서 다시 플랜에 반영)’라는 프로세스를 계속 반복하며 비즈니스를 키우는데, 마케터의 1년은 이 Plan을 어떻게 하느냐로부터 시작된다.


브랜드 마케터의 연간 플랜 세우기

나는 다양한 회사를 경험하며, 연간 플래닝을 단계별로 접해볼 기회를 얻었는데 다음 3단계를 경험해보았다.


STEP 1

처음 법률 스타트업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는, 연간 플래닝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 스냅샷을 찍듯, 현재 운영하고 있는 마케팅 채널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운영할지 퍼포먼스 마케팅적으로만 고민을 했었다. 단순히 다양한 채널에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지표 달성을 위해 각 채널의 역할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어떤 채널은 인지도를 쌓기 위한 목적으로, 어떤 채널은 전환을 위한 목적으로) 그리고 각 채널에 대한 러닝을 쌓고,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1년 예산 등을 계산하는 등의 그림을 찾는 것이 시작이었다. 검색광고의 경우, 키워드 단위로 매출 전환율을 계산해서 cpc에 쓸 수 있는 최대 금액이 얼마인지까지 계산하면서 지금 진행하고 있는 채널들의 최적의 조합에 대해 정리했었다. 그리고 이렇게 세팅을 완료하고 나자 이제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 활동을 확장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퍼포먼스 마케팅 차원에서는 채널별 러닝을 찾으며 성장한 것 같은데 그다음에는 어떤 파트로 실력을 키워야 할지, 더 나아가 브랜딩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의 질문을 갖게 되었다.


STEP 2

그 후 P&G에 가서, 스냅샷처럼 현재의 활동을 재정비하는 것을 넘어서, 월별로 고객이 다른 행태를 띄는 것에 맞춰 Seasonality (시즌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단순히 주어진 시즌성 이슈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마케팅 활동을 통해 (신제품 출시라던지, 새로운 캠페인 등을 통해) 계속 새로움을 고객에게 주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STEP 1에서는 단순히 깊이 있게 채널을 보는 것만 했다면, STEP 2에서는 시간 단위로 수평적으로 활동을 다변화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1년 단위로 보았을 때,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는 마케팅 활동들이 매년 다르게 성장하는 것을 보면서, 성장은 linear 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1년 단위의 seasonality가 반복되면서 성장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브랜드일지라도 계절에 따라 특정 시즌에 따라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상품처럼 성격이 바뀌기도 하고, 이에 따라 마케팅 활동이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령 꽃의 경우, 봄 특히 어버이날의 경우는 고객이 꽃을 사야 할 리스트로 떠올리는 '계획 상품'적인 특성을 띄어서 이에 맞게 얼리버드 프로모션을 강조한다던지 결합상품을 제안한다면, 여름에는 사람들이 꽃을 사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 그럴 때는 '충동 상품'적인 특성을 띄어 꽃에 대한 니즈부터 환기하는 마케팅처럼 여름의 마케팅 활동은 봄의 활동과 전혀 달라야 했다. 내놓는 상품안부터 마케팅 메시지까지 월별로 시즌별로 모든 것이 다르게 바뀌어야 했다.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를 맡더라도, 그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상품 라인업에 따라 전혀 다른 특성을 띄기에 ‘하나의 브랜드 = 하나의 캠페인’으로 묶어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세분화하여 상품 라인업별로 캠페인을 추가하고 그 각각의 메시지가 브랜드 전체 메시지와 in-line 한 지 확인하면서 활동을 다변화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꾸까에 있어서도 한 다발씩 판매하는 꽃다발과 고객이 몇 개의 꽃다발을 주기적으로 받는 정기구독의 경우, 고객이 구매하는 이유부터 가격까지 그 성격이 전혀 다르기에 전혀 다른 캠페인, 메시지로 나누어 운영해야 했다.


STEP 3

그리고 이 seasonality가 반영된 1년 플랜이 디폴트가 되고 나면, 이제는 마케터를 넘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이제부터는 ‘비즈니스 리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상품이나 서비스가 바뀌지 않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마케팅 메시지를 기발하게 고민해본다한들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비즈니스 변화로부터 오는 마케팅 메시지가 더 고객의 pain point를 건들고, 임팩이 크다. P&G에 다닐 때, ‘마케터 하고 싶으면 대행사에 가고, 비즈니스 하고 싶으면 P&G에 남아라’라는 말을 들었는데, 비즈니스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마케터가 함께 그리면서, 단순 마케팅 플랜을 넘어선 ‘비즈니스 플래닝’을 함께 해야 한다는 말임을 이제는 안다.


가령 브랜디의 하루 배송이라는 메시지에 대해 보자면, 그동안의 쇼핑 플랫폼들은 오픈마켓의 성격을 띄어서 그저 구매의 장터를 제공하는 역할만 했다. 쇼핑 플랫폼은 각 셀러들이 제품을 등록하고, 고객이 주문하면, 각 셀러가 각 고객에게 주문한 상품을 보내기에 고객이 몇 일 내에 상품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컨트롤할 수 없는 영역의 것이었다. 만약 고객이 주문하고 물건을 받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이 pain point였고, 고객이 주문한 직후에 바로 옷을 받고자 하는 니즈가 크다는 것을 브랜디가 알게 되었다면? 그동안은 연예인을 활용한 메시지, xx% 할인, 예쁜 봄옷 장만하세요 등등의 메시지만 1년 플래닝에 있었지만, 사실 고객은 xx% 할인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로 옷을 받는 것이 필요했다면?

‘하루 배송’이라는 메시지를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마케팅 메시지만 '하루 배송'이라고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 아래의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먼저 셀러와 구매자 각각이 만나는 오픈 마켓 형태가 아니라, 브랜디가 창고를 만들어서 셀러들의 옷을 미리 사입해두고 (어떤 옷을 얼마의 재고만큼 갖고 있을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해야 했고), 주문하면 바로 배송될 수 있도록 물류 업체와 계약을 해야 했고 (그동안은 판매 장터 역할만 했기 때문에 물류업체와 계약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등등의 일을 마케터가 함께 해야 했을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그동안은 xx% 할인, 봄옷 장만하세요 등등의 메시지만 할 수 있었던 것에서 나아가, ‘하루 배송’이라는 고객의 pain point를 바로 해결하는 메시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마케터는 단순히 마케팅 메시지만 만드는 게 아니라, 해당 메시지가 필요하다면 비즈니스를 바꾸는 그 앞단의 과정까지도 함께 하게 된다. 창고를 어디에 만드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지 (주문량이 많은 지역에 대한 정보와 임대료 등의 부동산 정보를 두고 함께 논의하기도 하고), 어떤 옷을 얼마의 재고만큼 갖고 있을지, 해당 투자가 언제 BEP를 넘길지, 어떻게 성공 여부를 측정할지 등등의 논의를 이끄는 것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만약 위 브랜디 케이스에 대해 제가 잘못 이해한 게 있다면, 관계자 분 편하게 알려주세요! 하루 배송 메시지를 보고 제가 뒷단의 활동이 이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최종 완성된 연간 플래닝의 포맷을 보자면 다음과 같다. 예시 포맷이라 숫자는 없이, 들어가야 할 요소에 대한 내용만 채워 넣었지만, 실제 연간 플래닝은 이 모든 것이 숫자와 함께 기록되어있다.

- 가장 기본으로 마케팅 파트만 고려했을 때는, 운영되는 마케팅 채널 (채널별 역할/효과적인 비용 등등)에 대한 것들이 정리되어있고,

- 월별로 고객 니즈가 달라짐에 따라 마케팅 메시지 파트로 인더스트리 특징과 seasonality를 기반하여 메시지 캘린더가 있고

- 필요에 따라 신제품을 내거나, 신사업을 내거나 하는 큰 프로젝트가 있고 (물론 비즈니스의 특성에 따라 신제품 내는 주기가 빠르거나 등등은 할 수 있다)

- 그리고 라인업에 따라서, 메시지가 달라지기도 한다.



그리고 그 1년 플랜에 맞춰 살아가는 브랜드 마케터의 한 달과 하루를 보자면 다음과 같다.

한 달 일과를 보자면,

연간 플래닝에 맞춰 실행도 하고, 리뷰도 해야 하므로 실행과 리뷰가 진행되면서, 비즈니스의 변화는 계속해서 발생하므로 연간 플래닝을 기반으로 월간 플랜을 디벨롭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지금 3월을 산다 치면, 3월을 실행하면서, 2월 리뷰를 진행하고, 4월 플래닝을 하며 (연간 플래닝에 기반하여), 4월을 실제로 가기 위해 필요한 메시지 개발이라던지 광고 북킹이라던지 등등의 일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추가로 월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 같은 상황이 그려지면, intervention plan에 대해서도 추가로 그려야 한다.

그리고 이 또한 브랜드의 상황에 따라 한 달 일과는 달라질 수 있다. 나는 빠르게 플랜을 실행할 수 있는 스타트업에 있기 때문에 한 달 전에 월간 플랜을 하지만 (3월에 4월 플랜 확정), 예를 들어 물건을 해외로부터 수입해오는 브랜드의 경우는 배를 타고 물건이 와야 하므로, 3월에 6월 플랜을 하는 등 전혀 다른 한 달 일과를 가질 수도 있다.

그리고 하루 일과를 보자면,

비즈니스를 리드하는 마케터는 결국 ‘매출 목표 달성’이라는 과제를 1번으로 달성해야 하므로, 이에 맞춰 하루 일과가 정해진다. 매출 목표를 가기 위해 매일 가야 할 매출 목표가 일정대로 가고 있는지, 매출 목표를 가기 위해 세웠던 위의 플랜들이 계획대로 되고 있는지, 안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체크한다. 출근해서 전날 매출액을 확인하고, 한 달 기준으로 매출액을 가기 위해 time gone % 달성 비율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가령 오늘이 15일이라면 한 달 30일 기준 50%를 왔으므로, 매출 목표가 1억이라면 50%에 해당하는 5,000만 원을 달성하고 있어야 제대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프로젝트 단위로도 프로젝트가 계획한 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다른 건 무엇이 있는지, 계획보다 높다면 왜 높은지 파악하고, 계획보다 낮다면 오늘 어떻게 더 갈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말은 매일 터지는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이상적인 세상에서는 이런 1년, 한 달, 하루를 보내겠지만, 사실 더 주요한 것은 플래닝을 했는데 예상치 못한 문제, 우리가 파는 물건을 만드는 공장에 불이 나서 물건이 런칭 일정에 맞춰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등등처럼, 원래 플랜이 뭐였는지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정말 현장의 일들을 처리하는 일들이 더 많기도 하다.


마케터의 역량

이처럼 마케터는 다양한 마케팅 플랜을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는 동일한 메시지를 내면서 브랜드를 키우도록 고민하고, 또 데일리 업무에 있어서는 일이 무조건 되게 하는 현실감각으로 비즈니스 매니징에 집중되어있다. 마케터에게 필요한 역량이라면 마케터는 전체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야와 동시에, 플래닝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계산할 수 있는 pre-planning 할 수 있는 꼼꼼함, 그리고 현실에 두 발을 딱 붙이고 이상을 볼 수 있는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글은 ‘연간 계획 세우기’라는 주제로 퍼블리에 새롭게 발행되었다. :)

https://publy.co/content/7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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