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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지수 Jan 21. 2023

끌어당김의 법칙(1)

일상의 잡다한 생각

한계

 몇 년 있으면 50을 넘기는 나는 평생 이날 이때껏 월 200만 원을 훌쩍 넘게 벌어본 적이 없다.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급여가 아닌 수수료를 받기에 월마다 행해지는 근무 평가에서 어쩌다가 운 좋게 S를 받으면 그 달은 세금을 제하고도 200만 원이 넘는 돈이 통장에 찍히곤 한다.


 얼마 전에는 신입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수고비 10만 원이 더해져서 200만 원이 넘는 금액이 통장에 찍혔다. 그날 내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몇 년 동안 꾸역꾸역 몸에 익힌 업무기술을 한 시간 동안 어설프게 신입들에게 전달해 주고 시급 10만 원을 받은 셈이다. 내 생에 최고의 시급이었다.


 이 회사에서 일하면서 처음 200을 넘긴 경험을 한 날, 나는 절친에게 전화를 했다.

'야! 나 내 평생 처음으로 200만 원 넘게 벌었다! 기념으로 밥 쏜다!' 라며 흥분에 찬 목소리로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이런 달은 매달 챙겨보는 운세 유튜버의 '금전운이 좋다'라고 하는 점괘가 딱 들어맞기도 했다.  


 근데 얼마 전부터 문득 의문점이 생겼다. 왜 나는 이 이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맴돌고 있을까? 처음에 이백 즈음의 급여가 통장에 들어올 때만 해도 너무 기뻐서 새로운 인생을 사는 것 같았다. 10여 년의 경력 단절을 극복하고 다시 일한다는 것이 한몫을 더했다. 그러한 기쁨도 잠시. 회사에서는 수수료 책정 방식을 조금씩 바꿔가며 가뭄에 콩 나듯 그것을 올려주는 것에 자긍심을 갖는 동안 내 급여는 여전히 이백즈음을 맴돌고 맴돌았다.


 어느 단편 소설 속에서 주인공이 한 말이 떠올랐다. 별 볼일 없는 직장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는 이 성실한 건지 능력 부족으로 다른 더 좋은 곳에 못 가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사실 이 직장이 별 볼 일 없는 곳은 아니다. 내가 하는 일이 별 볼 일이 없을 뿐이지. 인문학적 측면에서 보면 내 일은 인류기여도가 조금 낮다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직종이 직종인만큼 사원의 입퇴사 빈도가 잦은 편인데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중독 ㅡ 그래서 혹자는 겨우 불편함을 벗어나게 해주는  월급이라는 것이 마약이라고도 했던가ㅡ 되어 더 높은 곳으로 갈 생각조차 못하고 있는 내 모습이 조금은 한심할 때가 있었다.


가끔 오프라인 미팅에 가면 신입 직원이 '얼마나 근무하셨어요?'라는 질문을 할까 봐 조마조마할 지경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한참 전업 주부일 때 남편에게 선전포고를 하듯 던진 말이 화근이었다. 


"나중에 이백만 원 벌게. 한 달에 이백씩 벌 거야"


이런?

미친!

염병!

우라질!


난 이 200이라는 숫자를 단단히 끌어당기고 있었다.

당시 내가 이백만 원이라고 정한 것은 큰 맘을 먹고 정한 금액이었다.


 미디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이름만 번듯해 보이는 학과를 졸업하고 건성으로 들어간 자그마한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이라곤 디자이너를 빙자한 잡다한 사무실 관리업무였다.  요즘 속된 표현으로 좋소라는 에서 100만 원을 겨우 넘게 받아 본 게 미혼시절 내 벌이의 수준이었다. 200만 원은 내게 제법 큰 목표였다.



이백! 이백! 내가 이걸 끌어당기고 있었잖아!!!


 이걸 어쩌나. 이걸 어떻게 고치지? 다시 더 큰 금액을 끌어당기기 해야 할까 봐..... 아이고...


갑자기 오래전(지금 직장에 들어오기 전)  동생과 수다 떨다가 한 말이 머릿속에 섬광처럼 스쳤다.


"딱 50만 원만 더 있으면 난 만족할 거 같아."


꺅!!!!


난 얼음이 되어 입을 틀어막고 3초 동안 숨을 쉬지 못했다. 다시 거친 숨을 뱉으며 충격에 빠진 채 홀로 중얼거렸다.


"50만 원 타령 계속했으면 큰일 날뻔했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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