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년기라 눈물이 나는 거야.

by 쓰는수 이지수

익숙함에서 벗어난다는 것?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10년 가까이 일한, 마치 온실 같던 그곳에서 벗어나 거친 세상으로 나가는 느낌이다.


내 나이 이제는 50이 넘어가는데 이십 대 때 새 직장을 들어갈 때보다 더 떨리고 더 설레다. 설렌다는 말이 맞긴 할까. 두려움이라고 해야 좀 더 적절한 표현 같다.


복지관에 마지막으로 출근을 한 2025년 마지막 날, 아침부터 행운이 깃든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강남구 통합예약 사이트에 접속을 해봤다. 내가 등록하고자 하는 요가 클래스에 <접수중> 버튼이 떴다.


어제까지만 해도 마감이라고 쓰인 칙칙한 회색 버튼이었는데 오늘은 파스텔톤 색이 예쁘게 입혀진 접수 버튼으로 바뀌어있었다. 누군가가 등록 취소를 한 모양이었다. 얼른 버튼을 눌러서 수강 신청을 하고 흔들거리는 지하철 리듬을 타며 결제까지 부지런히 마쳤다.


새로 가는 직장의 출근 시간이 좀 여유가 있어서 아침 요가를 하고 직장에 나가는 것이 나름 새해 목표였다. 그 목표가 잘 이루어지기를!


카페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다가 연말 인사를 나누러 친구에게 메시지를 했다.

[ㅇㅇ아 뭐 하냐~]

친구는 내 톡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안 그래도 너한테 전화하려고 했지!"

친구는 내가 큰 결심을 한 것에 대해 대단한 용기라고 추켜세웠다. 통화를 하기 전까지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조금 서운한 감정이 있긴 했는데 누군가가 "괜찮아! 괜찮아!" 하면 멀쩡하다가도 울컥하는 것처럼 갑자기 속이 쓰라려왔다.


괜찮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난 정말 괜찮은데... 친구의 대견하다는 칭찬 한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괜히 눈물이 나네...! 갱년기라 감정 기복이 커지나 봐."

한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다른 손에는 냅킨 한 장을 톡 뽑아 들고 눈물을 찍어눌렀다.


하필 그때 내가 앉은 테이블 옆으로 손님이 여럿 지나갔다. 늙은 아줌마가 뭔 시련을 당했나? 속으로 그럴 것 같은 사람들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눈물을 닦은 냅킨이 테이블에 너저분하게 흐트러져 있었다.


나 진짜 갱년긴가 봐! 하필 갱년기에 이직을 해가지고!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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