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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08. 2023

"명사형 문장"만 바꿔도 글이 좋아진다

이은대 문장수업



              심적 고통으로 말미암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마음이 아파서 잠을 잘 수 없었다.            


위 두 문장은 같은 내용입니다. 첫 줄은 '명사형' 문장이고, 두 번째 줄은 '동사형' 문장입니다. 중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영어 수업을 들었습니다. 아마 제 또래는 모두 같은 시기에 학교에서 영어을 접했을 겁니다. 영어 문장 하나를 사선으로 끊으며 한 구절씩 해석했지요. 일본어 등 제 2 외국어도 같은 방식으로 배웠습니다. 우리나라 말과는 어순이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구절씩 끊어 명사형으로 해석하는 바람에 그 습관이 오늘날에 이른 거라고, 저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습니다. 


명사형 문장을 삼가하고 동사형 문장으로 써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독자가 읽기 쉽습니다. 둘째, 한글에서 가장 아름다운 품사는 동사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작가가 쓰기에도 훨씬 수월합니다. 넷째,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없습니다. 다섯째,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간결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            


위 예시만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두 번째 문장이 바람직하지요. 수많은 사람이, 그것도 글쓰기/책쓰기 관련 코치라는 사람들조차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이라고 광고합니다. 그게 무슨 문제냐고 고집을 부린다면 다음 예시를 살펴보기 바랍니다. 


              은대야! 아침먹기 하자!            

              순이야! 학교가기 하자!            

              아버님! 식사하기 하세요!            

              선생님! 수업하기 해주세요!            

              친구야! 오늘 술 한 잔 하기 할래?            


아니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고집 부리는 사람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 있지요. "남들 다 쓰는데 뭐가 문제입니까?" 명사형 문장을 남발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남들이 쓰니까 그냥 써도 된다는 사고방식 자체입니다. 신호위반, 차선위반, 심지어 음주운전까지도, 적발되는 순간 "다른 사람도 그랬는데 왜 나만 잡아!"라고 항변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글 쓰는 사람은 나름의 소신과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다들 쓰는데 뭐 어때?" 작가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지요. 잘못된 걸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욕 먹을 수도 있고, 사람들 수군거리는 소리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게 겁나면 밥은 어찌 먹고 똥은 어찌 쌉니까. 


당당하기 위해서는 공부해야 합니다. 제대로 알고, 자기 생각을 정립하고, 타당한 근거를 뒷받침하고, 자신만의 논리를 갖춰야 합니다.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만, 철학과 가치관을 뚜렷하게 갖는 것도 절대 필요합니다. 만약 누군가 명사형 문장을 쓰는 것이 낫다는 반론을 논리적으로 제시한다면, 저는 또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아직까지는 그런 내용을 접한 적이 없지만 말이죠. 


목요일 밤 9시부터 한 시간 동안 123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69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우리 작가님들이 쓴 초고 중에서 다섯 편의 글 일부를 발췌하여 화면 상단에 띄우고, 그 아래쪽에다 실시간 퇴고를 진행하며 해설을 덧붙입니다. 전 세계 하나뿐인 "라이브 퇴고 쇼"입니다. 


적확한 단어의 사용부터 어순, 문맥, 뉘앙스, 맞춤법과 띄어쓰기, 전달력, 표현력에 이르기까지 문장에 관한 다양한 이론과 실전을 두루 강의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 바라는 이들에게 더 없는 교육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번 문장수업에서는 특히 명사형 문장을 절제하고 동사형 문장으로 바꾸는 과정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이유도 중요하고 방법도 필요하지만, 몇 번만 직접 글을 써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최고의 배움은 실행이지요. 명사형 문장도 써 보고, 동사형 문장으로 고쳐도 보고, 그런 다음 비교해서 읽어 보면 답이 딱 나오는 것이죠.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생각을 문자로 드러내는 행위 이상입니다. 생각을 깊이 하고, 다른 길이 있음을 이해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는 모든 연습과 수행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 바로 '글쓰기'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인생을 인생답게 만드는 최고의 도구가 글쓰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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