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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25. 2023

나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스승님은

배우고 깨닫고 나누다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다산 정약용과 토니 라빈스를 만났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저보다 훨씬 일찍 그들을 알고 있었겠지만, 저는 죽기 직전에 만났으니 남다를 수밖에 없겠지요. 다산으로부터 많이 배웠습니다. 거인으로부터도 더할 수 혼이 났고요. 덕분에 저는 다시 살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독서를 통해 수많은 스승들을 만났습니다. 인생이 고달프다 싶을 때에는 날카로운 채찍으로 등짝을 후려치고, 좀 잘 풀린다 싶을 때는 어김 없이 고개를 숙이라고 호통을 쳐주었습니다. 참혹한 실패도 겪었고 나름 성공도 해 보았지만, 절망하지도 기고만장하지도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책 속에서 만난 스승들 덕분이었습니다. 


감옥에서 만난 노인은 제게 살기 위해 아등바등 악쓰지 말라고 일러주었고, 막노동 현장에서 만난 어느 선배는 "일은 결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진리를 일깨워주었습니다. 함께 하는 수강생들은 제게 책임이란 단어를 가르쳐주었고, 가족은 제게 '돌아갈 곳이 있는 사람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라는 진실을 보여주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로부터 뭔가를 배우고 깨달으면서 살아갑니다. 어쩌면 이러한 이유로, 모든 사람을 미워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 속에서, 그리고 현실에서 제가 만난 모든 사람은 제게 멋진 스승이었습니다. 


제가 만난 스승 중 최고는 누구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열을 가리는 것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 가슴에 '최고'를 새기고 싶었습니다. 한참 동안 고민했습니다. 지난 시간을 돌이키는 동안 제게 깨달음을 준 수많은 이들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는 기어이 최고의 스승을 찾고야 말았지요. 


저에게 최고의 스승은 "삶" 그 자체였습니다. 누구보다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고, 또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삶을 향해 고개를 숙입니다. 무릎을 꿇습니다. 거룩함마저 느끼며 제 삶 앞에 머리를 조아립니다. 지금 제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과 경험과 지혜는 모두 삶에서 터득한 것들입니다. 삶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입니다. 


시련과 고난을 겪게 되면 스승님의 호통이라 여기겠습니다. 그리고 배우겠습니다. 일이 잘 풀려 승승장구할 때면 스승님의 칭찬이라 여기겠습니다. 그리고 겸손하겠습니다. '당신'이 주는 모든 가르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요리조리 피하거나 꽃길만 걷겠다는 얄팍한 속셈 따위 갖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덕분에 많이 강해졌습니다. 삶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마 진즉에 쓰러졌을지도 모릅니다. 스승님은 예측 불가합니다. 스승님은 호랑이보다 무섭습니다. 스승님은 바다보다 넓은 사랑을 주십니다. 스승님은 매 순간 변화하고 늘 한결같습니다. 저는 감히 스승님의 발밑에도 미치지 못할 테지만, 죽는 날까지 스승님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합니다. 


삶이야말로 최고의 스승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렇습니다. 어떤 사람은 스승으로부터 배우고 깨달아 더 나은 삶으로 성장하고 변화합니다. 또 다른 사람은 스승의 가르침을 무시하고 외면하여 불행한 인생을 살아갑니다. 삶을 받아들이면,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로 작정하면, 그 때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는 것이죠. 


"삶이 참 지랄맞다"라고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스승으로부터 혼나는 중입니다. 무엇 때문에 혼이 나는가 하는 것은 오직 본인만 알 뿐입니다.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혼나는 것 같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테지요. 시간이 흐르고 나면, 삶이 나를 호되게 꾸짖은 이유와 목적을 모두 알게 됩니다. 그러니, 혼날 때는 그냥 수긍하고 추스리면 됩니다. 


"술술 잘 풀린다"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스승이 선물을 주는 겁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받아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자기 잘나서 일이 잘 풀린다고 착각합니다. 그런 사람은 좋은 시절 오래가지 못합니다. 삶 덕분에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그 모든 결실을 모아 다른 사람 위해 나눌 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곧 스승에 대한 보답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냥 살아지는 게 아닙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살아내는 것이죠. 시련과 고난, 역경과 고통 없는 사람을 본 적 없습니다. 다들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만났거나 만나게 됩니다. 삶 앞에 서면 작은 우리들입니다. 늘 받아들이고 배우고 다시 일어선다는 태도로 살아내야 합니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은, 제가 감히 상상도 못할 고통과 상처를 가진 사람도 많을 겁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함부로 조언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반드시 살아내서, 언젠가 당신이 겪은 아픔을 꼭 들려주세요. 다른 사람들이 당신과 비슷한 아픔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당신이 곧 사랑이고 태양임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저는 또 오늘이라는 삶을 살아갑니다. 내일이 되면 또 다른 삶을 만날 테고요. 그러다 언젠가 배움이 끝나는 때가 오겠지요. 여행이 끝나는 날, 삶을 향해 깊은 감사를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후회나 분노나 원망 없이, 그저 잘 배우고 간다는 인사를 삶에게 전할 수 있다면 더 없겠지요. 


참으로 다행입니다. 삶이라는 스승은 점수를 매기지 않습니다. 등수도 가리지 않습니다. 스승도 하나, 제자도 하나뿐입니다. 비교할 필요도 없고 경쟁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저 배우고 깨닫고 나눌 뿐입니다. 제 삶이라 감사할 따름입니다. 


오늘도 어떤 일이 있었을 겁니다. 기분 나쁜 일도 있었을 테고, 마냥 좋은 일도 있었을 테지요. 그냥 지나가면 '오늘'은 잊혀집니다. 무엇을 배웠는가. 무엇을 깨달았는가. 무엇을 전할 것인가. 기록으로 남겨 다른 사람 인생에 도움을 주면 '가치 있는 오늘'로 영원히 남게 될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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