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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질을 사랑할 수 있다면

모든 순간이 행복이니까

by 글장이


아직 코로나 조심해야 할 때이고 아들이 고3이기도 해서 올 해는 벚꽃을 지나칠까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움 남아 아들과 아내 데리고 가까운 곳에 가서 잠시 눈요기라도 하기로 했지요. 계명대 성서캠퍼스에 제법 아름다운 벚꽃길이 있다 하여 지난 토요일 오후에 들렀습니다.


아! 역시 벚꽃이네요! 날씨도 한 몫 했습니다. 연인끼리, 가족끼리, 친구끼리, 사진도 찍고 서로 환하게 웃으며 행복한 시간 보내는 모습이 벚꽃 못지않게 아름다웠습니다.


마침 절정인 날 벚꽃을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지요. 가지마다 열린 꽃이 탐스럽고, 멀리서 보면 동글동글 열매가 달린 것 같아 금방이라도 뚝 하고 떨어질 것 같았습니다. 하얀 색도 아니고 분홍도 아니고 그 중간쯤 파스텔 빛깔을 띄는 묘한 분위기가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화개~쌍계사 십리벚꽃길도 유명하고요. 전주~군산 전군가도와 진해 벚꽃길도 환상적입니다. 그 외에도 사천, 경주, 공주 마곡사, 부산 달맞이고개, 서울 남산과 윤중로, 안강댐과 풍산금속 벚꽃길 등 매년 4월이 되면 전국 각지에 벚꽃이 만개합니다.


환하게 피어 있는 꽃도 아름답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사방천지 휘날리는 꽃비를 맞는 맛도 일품입니다. 일 년에 한 번, 그것도 3~4일에 불과한 '벚꽃의 계절'을 놓치지 않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밖에 나갔더니 벌써 벚꽃이 지기 시작했습니다. 꽃이 피었던 그 자리에 초록순이 돋아나고 있네요. 어느 하나 신비롭지 않은 풍경 없지만, 그래도 뭔가 아쉬운 마음 감출 수 없었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야 흠잡을 게 없지만, 꽃만 사랑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나무는 미련없이 꽃을 떨구는데, 사람은 그 꽃에 집착합니다. 나무는 '지금'에 충실한데, 사람은 과거를 아쉬워하지요. 나무는 모든 순간 살아 있는데, 사람은 과거와 미래에 사로잡혀 현재를 놓칩니다.


벚꽃의 본질은 '만개'가 아니라 사계절 생명 그 자체입니다. 화려한 자태와 사람들의 환호에 넘어가 기어이 꽃을 떨구지 않는다면, 그래서 나무의 본질을 잃게 된다면, 아마도 사람들은 다음 해부터 더 이상 벚꽃을 사랑하지 않게 될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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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본질이 중요합니다. 돈을 버는 본질은 삶과 행복에 있는 것이지 돈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닙니다. 책을 쓰는 본질은 글 쓰는 삶과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이지 베스트셀러에 있는 게 아니지요. 다이어트의 본질은 건강이지 프로필 사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독서의 본질은 성찰과 성숙과 나눔이지 자랑질이 아닙니다.


과거에 비하면 돈은 더 많이 버는데, 가족과 저녁 먹는 시간은 줄었습니다. 약은 셀 수 없이 많아졌는데, 사람들은 더 아파합니다. 문명은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해졌는데, 우리는 갈수록 더 바쁘다 합니다. 스마트한 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화번호 하나 제대로 외우질 못합니다. 온라인 '좋아요'는 많아지는데 마음 터놓고 얘기할 친구는 줄어듭니다.


무엇이 본질인가 가만히 생각하다 보면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구나 반성과 성찰을 하게 됩니다. 꼭 필요한 시간입니다.


이런 생각의 끝에는 늘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남습니다.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 더 벌기 위해, 더 이기기 위해,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악착같이 살아가는 모습이 과연 마땅한 것인가. 만족하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스스로 자위하는 것이 혹시 위선이나 가식은 아닌가. 어떤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는 것인가. 삶과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단 한 가지도 답변을 할 수가 없는 질문들입니다. 그럼에도 혼자 고요히 앉아 질문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날 때, 가슴 속에서 뭔가 묵직한 것이 올라옵니다. '벅차다'는 표현이 있어 참 다행이다 싶은 순간이지요.


아름다운 벚꽃을 감상하면서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는 시절입니다. 충분히 즐기고 누리면서도, 찰나의 아름다움 뒤에 자리한 나무와 생명과 순환이라는 본질도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벚꽃의 만개가 전부가 아니란 사실을, 그리고 꽃이 떨어지는 것이 끝이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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