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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12. 2024

불안한 인생 벗어나는 방법, 통제력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인가


마음 불안한 게 가장 힘듭니다. 편두통보다 불안증이 훨씬 견디기 어렵습니다.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고, 아파트 현관 우편함에 누런 색 봉투가 꽂혀 있는 것만 보아도 손이 떨립니다. 그런 불안을 무려 6년 동안 겪었습니다.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밤마다 불면증으로 잠 설쳤고, 사람이 두려워 피해 다녔습니다.


살다 보면 원치 않는 사건이 일어나거나 특별한 상황 속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의연하게 잘 대처하고, 또 다른 사람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불행한 시간을 보냅니다.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통제력입니다. 자기 삶의 통제력을 가진 사람은 어떠한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통제력을 갖지 못한 사람은 세상과 타인의 통제에 인생을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늘 불안한 것이죠. 자동차 사고가 비행기 사고보다 훨씬 많이 일어납니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자동차보다 비행기 탔을 때 더 불안해 합니다. 자동차는 통제력을 운전자인 내가 쥐고 있지만, 비행기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통제력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무조건 내가 다 통제할 수 있기만 하면 되는 걸까요? 인생 파도가 많았던 제 경험을 바탕으로 통제력을 정리해 봅니다. 불안과 두려움으로 위태롭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첫째,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못한 일을 구분할 줄 아는 분별력이 먼저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매일 걱정과 근심을 합니다. 그런데, 걱정과 근심 중 대부분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쓸데없는 걱정과 근심이라는 뜻입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그렇지 못한 일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합니다.


둘째, 내 삶에 대한 통제권은 내가 쥐겠다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지는 타인의 생각과 의견들. 우리는 너무 많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철학과 가치관을 뚜렷하게 정립하고, '나'로써 살아가는 힘을 길러야 할 때입니다. 


셋째, 통제할 수 있는 일에는 집념을 발휘해야 하고, 통제할 수 없는 일은 외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당연한 소리 같지만, 많은 이들이 반대로 살아갑니다. 통제할 수 있는 일은 미루고 망설이고 주저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종일 걱정하고 심란해 합니다. 바꿔야 합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에만 몰입해야 삶이 점점 좋아집니다. 


넷째, 최악의 상황일 때에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것만 하면 됩니다. 위기에 빠지면 우왕좌왕 하릴없이 시간만 흘려보내게 되는데요. 그렇게 살면 저처럼 후회하게 됩니다. 무엇이든 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분명 존재합니다. 시련과 고난 닥치더라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찾아 집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다섯째, 지나간 과거 신경 끄고 오지 않은 미래 넘겨짚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항상 '지금'만을 살아갑니다. 과거는 바꿀 수 없고, 미래 걱정도 의미 없습니다. 지금을 충실히 살아내는 것이 과거도 미래도 행복하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불안과 두려움 심해지면 무기력증에 빠집니다. 무기력한 증상이 오래 가면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심할 땐 호흡이 힘들고 온몸이 떨리기도 합니다. 감옥에 있을 때 제가 겪은 증상들입니다. 저 자신의 인생 앞에서 이렇게 초라해졌다는 사실 자체가 저를 가장 힘들게 했습니다. 


그랬던 제가 삶의 통제력을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어느 날 스스로 외쳤던 한 마디 말 덕분이었습니다. 


"이미 감빵에 들어온 걸 어떻게 하겠어!"


네, 맞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당장 감옥에서 나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안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결정하는 일뿐이었죠. 


세상과 타인을 향한 분노를 터트리며 맨날 욕만 하고 지내는 사람도 있었고, 절망과 좌절로 한숨 지으며 인생 비관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복수하겠다고 이를 가는 사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전혀 통제하지 못한 채 감옥에서 점점 더 망가져갔습니다. 


매일 글을 썼습니다. 매일 책을 읽었습니다. 읽은 내용을 노트에 정리하고, 그 아래쪽에다 제 생각을 기록했습니다. 일기도 썼습니다. 편지도 썼습니다. 단편소설 다섯 편도 썼습니다. 문장이나 내용은 엉망이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제가 매일 글을 썼다는 행위 자체였습니다. 저는 서서히 제 삶의 통제권을 찾아가고 있었던 겁니다. 


냉정하다는 소리 종종 듣습니다. 징징거리고 울먹이는 사람에게 공감하거나 반응하는 일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통제할 수 없는 일에 기대하고 미련 못 버려서 그렇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 또는 아직 오지 않은 시간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어차피 제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달라질 게 없습니다. 그런 데다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느니 차라리 지금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지혜롭고 현명한 태도입니다. 


예기치못한 일 생길 때마다 가장 먼저 판단합니다. 이것이 지금 내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인가, 아니면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인가. 털끝만큼이라도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합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받아들이고 끝냅니다.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사람이 무슨 기계도 아니고, 어찌 그리 냉철할 수 있는가 좋지 않게 보는 사람도 분명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삶의 통제권을 명확히 구분하는 습성이 다 망가진 제 인생을 가볍게 훨훨 날게 만들어주었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은 백날 고민해 봐야 헛수고입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건 나태와 무책임입니다. 살아가는 방법은, 인생을 자꾸만 단순화시키는 거라고,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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