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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Feb 29. 2024

여유,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태도

느리게, 더 느리게


예로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의 '빨리빨리병'은 유명했습니다. 중국집에 전화 두 번 하는 것은 기본이고, 식당 가서도 음식 언제 나오나 재촉하기 예사지요. 자판기에 동전 넣고 허리 숙여 들여다보는 유일한 민족이라 합니다. 


무조건 나쁘기만 하다는 건 아닙니다. 덕분에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도 했으니까요. 무엇보다, 세계적인 IT 강국이 된 것도 우리의 저돌적인 습성 덕분이니까요. 


그러나, 이제는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습니다. 온라인이나 SNS 한 번 열어 보세요. 한 달만에 수천만 원 벌기, 열흘만에 10킬로그램 빼기, 일주일만에 책쓰기, 석 달만에 인생 역전하기, 하루만에 전자책 쓰기...... 빨라도 너무 빠릅니다. 단순히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광고에는 모조리 허위와 허풍과 과장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 심각하다는 말입니다. 


광고도 문제입니다만, 그런 문구에 훅 하고 마음을 빼앗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과연 모든 것을 저 빠른 시간에 다 이룰 수가 있는 것인가 의심스럽기도 하고요. 그렇게 빨리 뭔가를 이루는 것이 정말로 효과가 있거나 제대로 된 성취가 맞는가 하는 것도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크게 실패하여 돈이며 사람이며 인생 몽땅 잃은 적 있습니다. 바닥으로 추락한 이유가 바로 '빨리빨리'였거든요. 인생 탑을 쌓아올리는 데에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빨리 성공하는 것만이 최고라 믿었습니다. 


탄탄한 성장이 중요합니다. 속도와 높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순식간에 저 위에 올라간 사람들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지는가 뻔히 보고 있지 않습니까. 뒷돈과 권력을 이용하여 서민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삶을 누리는 위정자도 있지만, 그런 사람들 쳐다보면서 소중한 내 인생 망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우울증, 공황장애, 결정장애, 발표불안 등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여러 가지 정신적 질환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하고 염려되는 것이 바로 조급증입니다. 연습하고 훈련하고 반복하고 땀 흘리고 노력하는 일에는 관심 없고, 무조건 '빨리' 성과는 내는 데에만 급급한 것이죠. 


저는 글쓰기/책쓰기 전문 과정을 운영하는 일인기업 대표입니다. 글 공부를 하러 오는 사람들이 제게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가, "책 내는 데 얼마나 걸려요?"입니다. 어떤 내용을 배울 수 있는가, 어떤 점에서 성장할 수 있는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빨리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 독서의 본질조차 잃어버릴 지경입니다. SNS에는 책탑 사진이 즐비하지요. 그 많은 책을 엄청난 속도로 읽는다는데, 무엇을 얼마나 얻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블로그 10년 했습니다. 일 방문자 수가 고작 200명 안팎이지만, 저는 블로그로 [자이언트 북 컨설팅] 건설했습니다. 책 빨리 쓰는 법? 저는 그런 거 강의한 적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작가님들 출간 실적이 가장 좋고, 명실공히 대한민국 1위 책쓰기 수업 과정임을 증명하고 있지요. 


책 느리게 읽습니다. 철저한 슬로리딩 지향합니다. 성공하기 위해 속독을 한다는데, 제가 제일 크게 성공했습니다. 속독과 슬로리딩 붙으면, 저는 무조건 느리게 읽는 사람이 이긴다고 확신합니다. 적어도 제 생각에는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으니까요. 


2016년 5월부터 사업 시작했는데요. 당시 '빨리빨리'를 외치며 앞서간 사람들, 지금은 죄다 제 뒤에 있거나 흔적도 없이 사업 접었습니다. 무조건 빨리만 가는 것이 정답이 아니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지금도 여전히 속도에만 치중하는 사람 많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조급한 마음도 문제입니다만, 무슨 일이든 쉬운 방법 찾으려는 습성도 마땅치 않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공식이나 혹은 약간의 요령 정도는 있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소비자를 현혹시키기 위해 "쉽게, 빠르게" 등의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사기나 다름 없습니다. 


글을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글을 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겁니다. 쉽게 술술 쓰고 싶다면, 그 만큼 치열한 노력과 공부와 연습을 반복해야 합니다. 평생을 글만 쓴 위대한 거장들도 이마에 피가 맺히도록 고민하고 손끝이 갈라지도록 연습을 했다는데, 우리 같은 초보 작가가 대체 무슨 수로 쉽게 빨리 쓴다는 말입니까. 


다들 아는 내용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지요. 조금만 파헤쳐 질문하면 금방 꼬리를 내릴 것이 뻔한데, 그 엄청난 과장과 허풍을 어찌 감당하려고 냅다 지르고 보는 것인지 참으로 한심합니다. 절대 휘둘리지 말고, 관심조차 갖지 말길 당부합니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태도는 '여유'입니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세상을 두루 살피며 내가 가는 길이 바르고 정당한가 멈춰 돌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손가락질하는 대부분의 대상들은 결국 여유를 잃은 탓에 무너지는 사람들입니다. 


의식적으로 호흡을 크게 해야 합니다. 반응하지 말고 선택해야 합니다. 잠깐 고개를 들고 '나'를 객관적으로 인식해야 합니다. 나만의 원칙과 가치관을 잊지 말고, 모든 순간에 삶의 기준을 들이댈 수 있어야 합니다. 


시작부터 완성까지 사흘 걸린 아파트. 그 아파트 높이가 50층이면 뭐하고 100층이면 뭐할 겁니까. 세상 누가 그런 아파트에 들어가 살겠습니까. 인생은 시간을 다투는 시합이 아닙니다. 얼마나 빨리 결승점에 도착했는가가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행복했는가 하는 것이 인생 척도가 되어야겠지요.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살았던 탓에 어린 아들과 찍은 사진 한 장 없습니다. 인생 무너지고 감옥에까지 갔습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속도를 늦추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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