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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Mar 04. 2024

최악의 감정, 죄책감

나를 형편없는 존재로 만드는 순간


길을 가다가 마주오는 사람과 어깨를 부딪혔습니다. 멈춰 서서 상대를 바라봅니다. 그러고는 정중하게 사과합니다. "미안합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네, 맞습니다. 그냥 갈 길을 계속 가면 됩니다. 부딪히는 건 흔히 있을 수 있는 실수이자 사고입니다. 미안하다고 말한 것은 '사과'입니다. 실수했고 사과했으니 내가 할 수 있는 도리는 다 한 겁니다. 


많은 사람이 다 끝난 일을 곱씹으며 자신을 책망합니다. 조심했으면 될 일을, 괜히 부딪혀가지고, 그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나도 머리를 조아리며, 자존심 굽혀야 했으며, 아침부터 기분 나쁜 일 생겼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사과하고 반성하면 됩니다.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 있으면 원칙 대로 대가를 치르면 됩니다. 그 이상 무엇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자신의 실수와 잘못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지난 시간을 돌이키며 괴로워하는 감정을 죄책감이라 합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악의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죄책감은 지금을 살지 못하게 막고 과거에 머무르게 하는 감정입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고,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습니다.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말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시간에 붙잡혀 있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에 매달려 있는 것은 인생 낭비입니다. 죄책감은 삶을 낭비하게 만드는 감정입니다. 


죄책감은 자신을 못난 존재로 여기게 만듭니다. 실수와 잘못은 누구나 저지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자신이 형편없는 존재라서 그런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생각 때문에, 앞으로 다른 일을 할 때에도 자신감 떨어질 겁니다. 죄책감은 사람을 점점 못난 존재로 만드는 감정입니다. 


죄책감은 세상과 사람을 회피하게 만듭니다. 세상을 마주하려니 또 실수할 것 같고, 사람을 상대하려니 또 잘못을 저지를 것만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냥 혼자 있는 게 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외톨이가 되고, 은둔생활을 하고, 그러면서 사회성도 잃게 되는 것이지요. 


죄책감의 대표적인 형태는 습관성 사과입니다.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르거나 명백한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무조건 죄송하다 미안하다 사과부터 하고 보는 사람 많습니다. 상당히 예의바른 것처럼 보이지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자신을 깎아내리면서 상대에게 예의 갖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에는 사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경우에도 습관처럼 사과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 자기 파괴적인 행동입니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아무런 벌을 받지 않는 뻔뻔스러운 인간들 있지요? 그런 사람 보면 무슨 생각이 듭니까? 자기도 모르게 혀를 차게 되고, 인간 말종이란 생각마저 듭니다. 그런데요. 아무런 잘못이나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맨날 자신에게 벌을 주는 사람도 그에 못지않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나 자신에게 엄청난 죄악인 것이지요. 


자식 키우는 엄마가 죄인입니까? 직장 다니며 열심히 일하는 게 무슨 잘못입니까?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이 욕을 먹어야 하는 일인가요?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른 것도 아닌데, 고개를 숙인 채 살아가는 이들이 너무 많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예의바른 존재로 인식될런지 모르겠지만, 자신에게는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죄를 지었을 때는 마땅한 죗값을 치르는 사람. 아무 잘못이 없을 때에는 어깨 펴고 당당히 살아가는 사람. 세상은 이런 사람들로 가득 차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된 게, 죄 지은 놈들은 뻔뻔스럽게 고개 처들고 살아가고 아무 잘못도 없는 서민들은 맨날 사과를 하며 살아가는 세상이 되어버렸네요. 


내가 바뀌면 내 주변 세상이라도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을 죄인으로 몰고가는 생각 절대로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자꾸만 죄송하다 말하면, 정말로 자신이 죄송한 일을 저지른 것 같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전과자라고 하면, 마치 흉물스러운 쓰레기 보듯 하는 사람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 심리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예전에는 전과자를 그런 시선으로 보았으니까요. 하지만, 만약 제가 과거 잘못과 인생 오점을 계속 곱씹으며 '나는 죽일놈, 나는 나쁜놈' 이렇게 살았더라면, 지금 같은 새로운 인생 절대 못 만났을 겁니다. 


저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 하나하나 살펴보면, 저보다 잘난 점도 없고 다들 잘못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살고 있다는 사실 명백합니다. 그들은 저의 잘못된 과거를 지적하는 게 아니라, 지금 잘나가는 저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거였습니다. 


정말로 과거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한다면, 죄책감을 가질 게 아니라 남은 인생을 똑바로 살아야 합니다. 피해를 준 몇 배 이상 타인을 도우며 살면 됩니다. 실수한 것 못지않게 성공을 하면 되고요. 잘못한 일 열 배로 잘하면서 살면 됩니다. 죄책감이라는 감정 뒤에다가 노력하지 않는 자신을 교묘하게 감추지 말고, 당당하게 일어서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것이죠. 


실수할 수 있습니다.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땐 정중하게 똑바로 사과를 하고 반성하면 됩니다. 그러고나서, 다시 고개를 들고 똑바로 살아가야 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사과하는 사람, 구차하게 보입니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아무런 사과를 하지 않는 사람, 표독스럽게 보입니다. 


정정당당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온라인 세상이 되고나서부터, 마치 모든 사람이 판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무슨 일만 있으면 평가하고 상벌을 주려 하지요. 자기 인생이나 똑바로 살면서 그러고 있나 싶습니다. 


자신을 향한 죄책감. 타인을 향한 손가락질. 사실은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잘못 아닐까요. 스스로는 당당해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너그러워야 하고. 이렇게 살아야 멋진 인생일 테지요. 뻑하면 고개 숙이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툭하면 손가락질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자신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내가 제법 잘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글 쓰면서 느끼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죠. 다른 사람 얘기는 아예 생각지도 말고요. '나'에 관한 글 한 편 써 보길 권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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