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글이란

by 글장이


어떤 글을 쓰고 싶냐고, 오래 전 친구가 물었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했다. 친구는 어떤 게 좋은 글이냐며 다시 물었다. 대답하지 못했다. 앞으로 글 쓰면서 찬찬히 생각해 보겠다고, 얼버무린 게 전부였다. 그 후로 글 쓰면서 간혹 친구의 질문이 떠오른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수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는 답을 하지 못한 채 글을 쓰고 있다. 내가 쓴 책을 읽으면서 과연 나는 좋은 글을 쓴 것일까 자문해 보지만, 자신 있게 답하기가 어렵다. 사람마다 좋은 글에 대한 정의가 다를 테니, 내가 쓴 글이 좋은 글인가 하는 문제는 독자들에게 맡겨야 할 터다. 그들의 입에서 좋은 글 맞다는 대답이 나오길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랄 뿐.


그렇다면 나는, 좋은 글인지도 모르는 글을 10년 넘게 매일 쓰고 있다는 말이 되는데. 확신할 수 없는 글을 이토록 오래 쓰는 것이,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글 쓰면서 고민하고 탐구하고, 또 이런 질문들에 관한 답을 사색하는 건 중요하다. 그런 과정을 거쳐 나름의 정리를 마쳤다. 나는, 좋은 글을 쓰는가에 대해서는 자신 없지만 "이은대다운 글을 쓰는가"에 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세상에는 글 잘 쓰는 작가가 많다. 좋은 글도 넘친다. 한데, 좋은 글의 색이 모두 다르다. 어떤 글은 파란색이라 좋고, 또 다른 글은 빨간색이라 좋다. 그 많고 다양한 좋은 글을 흉내내기는 불가능하다. 내가 써야 할 글은 오직 나의 글이다.


내가 쓴 글이 다른 사람의 글과 같다면, 굳이 내가 쓸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봄이 되면 벚꽃을 쓰고 여름이 되면 더위와 휴가를 쓰고 가을이 되면 낙엽과 코스모스를 쓰고 겨울이 되면 연말연시를 쓰는, 나는 그런 글은 쓰고 싶지가 않은 것이다.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원하는 독자가 많다 하여 갑자기 말랑말랑한 글을 쓰고 싶은 마음도 없고, 블로그 방문자가 확 늘어난다는 이유로 실시간 검색어에 맞는 글을 쓰고 싶지도 않다.


나태하고 늘어져 삶이 정체되어 있는 이들에게 정신이 번쩍 드는 글을 전해주고 싶다.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더 이상 삶에 아무런 미련도 희망도 갖지 못하는 이들을 확 일으켜세워주고 싶다. 벼랑 끝에 몰려 세상 밖으로 혼자만 툭 밀려나온 느낌이 든다는 이들에게 여기가 너의 세상임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유약하고 못나고 옹졸했다. 책 읽으면서 다른 존재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리고 다시 살았다. 내가 쓰는 글도 그러하길 바란다. 과거 나처럼 한숨과 욕설을 입에 달고 살면서 세상을 등진 채 불행한 나날 보내고 있는 사람 있다면, 남은 인생 뒤집어엎어 보라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은 것이다.


하여, 내 글은 강성이다. 문장이 짧고 단호하다. 때로 거친 표현도 마다하지 않는다. 거부감 느끼는 사람 많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어찌하겠는가. 이것이 나인 것을. 이것이 내 글인 것을. 다행스럽게도, 내 글을 읽고 삶에 대한 의지를 다시 불태우는 독자가 적지 않다. 그들과 소통한다. 뜨겁다. 손 잡는다. 나는 오직, 그들을 위한 작가인 것으로, 충분하다.


"어떻게 써야 합니까?"

묻는 사람 많다. 모두에게 대답한다. 당신의 글을 쓰세요!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글 말고, 오직 당신만 쓸 수 있는 글. 그래야 글쓰기다. 열 명이 쓰면 열 명 다 비슷하다? 그런 건 글이 아니다. 내 글은 나만 쓸 수 있어야 한다.


문법 중요하다. 문맥 중요하다. 적확한 단어와 구성도 챙겨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먼저 그리고 끝까지 놓지 말아야 할 한 가지는 이것이 나의 글인가 하는 문제다. '글쓰기'라는 세 글자 안에는 '나만의'라는 세 글자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니,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는 것이다.


벚꽃을 쓸 게 아니라, 내가 보고 느낀 벚꽃을 써야 한다. <미라클 모닝>을 읽고 그 내용을 정리할 게 아니라, 내가 읽은 <미라클 모닝>을 써야 한다. 자녀 교육이나 부부 사이 문제를 쓸 게 아니라, 내 아이들과 내 배우자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


나의 글을 쓰면 비교 대상이 사라진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자유롭다. 자유롭게 쓰면 즐겁고 기쁘다. 따로 습관 들이기 위해 애쓸 필요도 없다. 글 쓰는 것이 힘들고 괴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나의 글이 아니라 세상이 그럴 듯하다고 말하는 글을 쓰려 하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세상 모든 작가의 바람이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인가 하는 기준과 정의는 작가마다 다르다. 세상이 정한 기준이나 잣대에 억지로 맞추려 하지 말고,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생각으로 자기 삶에 집중하는 태도가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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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날까지 글을 써도 좋은 글 한 편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을 쓴다는 건 언제까지나 불확실성과 함께 하는 여정이니까.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나다운 글을 쓴다는 생각 덕분이다. 딱 보니까 이은대가 쓴 글이네. 이런 말이 듣고 싶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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