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탄생 600호에 즈음하여

자이언트 600호 작가 탄생

by 글장이


오전에 신경외과에 가서 치료 받았다. 팔이 한결 가볍다. 의사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남들은 내게 예민하다 하지만, 의사는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가 수월하다고 했다. 예민한 성격도 장단점이 있는 법. 이만해서 다행이다.


집으로 돌아와 <문장수업> 자료 만들어 공유했다. 밤 9시에 강의를 하지만, 그 전에 수강생들이 먼저 읽고 예습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자료 보낸다. 이어서 글을 썼다. 블로그에 포스팅 한 편 발행하고, 아홉 번째 책 퇴고하고, 노트에 끼적거리기도 했다. 글 쓰는 게 좋다.


점심 먹은 후에는 책을 펼쳤다. 장석주 작가의 생태산문집 <단순한 것이 아름답다>. "내게 주어진 인생의 중요한 의무는 단 하나뿐이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것. 아름다운 것을 아름다움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그게 인생 최고의 소명이다." 문장이 가슴에 콕 박혔다.


종일 글 쓰고 책 읽고 강의 준비하면서 보냈다. 여느 날과 다름 없다. 이것이 내 하루이고, 내 인생이기 때문이다. 쓰지 않는 나는 내가 아니며 읽지 않는 나도 내가 아니다. 써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쓰는 게 좋아서이기도 하다. 읽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읽는 게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밤 9시부터 문장수업 강의 예정이다. 저녁을 먹은 후 사무실에 왔다. 오는 길에 저녁 바람이 참 좋구나 생각했다. 아무도 없는 여덟 평짜리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서 시스템을 켜고 커피와 물을 준비한다. 그리고 또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누군가 오늘에 대해 묻는다면, 참으로 행복한 날이었다고 답하고 싶다. 여느 때와 다름없다는 건 축복이다. 사람들의 수다가 듣기 싫다 여겼었는데, 감옥에 가니 외로웠다. 가족 갈등이나 다툼도 지긋지긋했는데, 감옥에 갇혀 있으니 거실 소란이 제일 그립더라. 일하기 싫어 노상 게으름 피울 생각만 했었는데, 5미터 담장 안에 있으니 일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인지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한 일상은 축복이다. 어느 순간 모은 삶이 정지해버리면, 그제야 아웅다웅 뒤죽박죽이던 나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불평 불만 가득한 시간들이 사실은 삶의 증거이자 내가 살아 있다는 증명인 것을. 귀하다 생각하고 보면 귀하지 않은 게 없다.


쓸 수 있고 읽을 수 있어 다행이고 행복하다. 이런 하루하루를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다. 두 손에 꼬옥 쥐고 아낌없이 보고 만지고 싶다. 주어진 하루를 주어진 대로 살아가는 태도도 중요하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내가 의도하는 대로 살아내는 태도가 더 필요하다. 보고 느끼고 깨닫고 여기는, 나의 하루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생각을 많이 깊이 해야 한다.


창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이 등에 스민다. <문장수업>을 위해 준비해둔 컴퓨터에서는 가수 성시경의 노래가 들려온다. 바람과 음악을 뒤로 하고 노트북을 마주하며 글을 쓰고 있다. 흘러가겠지. 이 소중하고 아름다운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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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하루를 평범하게 보낼 수 있어서, 눈물이, 난다. 오늘, 600번째 작가가 탄생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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