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게 또는 허술하게

작가와 강연가의 삶

by 글장이


강의는 날카롭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핵심을 찌르고, 고정관념을 깨고, 더 나은 글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내용을 쉽고 명확하게 정리합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글 쓰는 태도를 달리하고 더 나은 글을 쓰도록 돕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때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하고 지적도 하고 시연을 보이기도 하면서 공부하고자 하는 의욕과 동기를 부여합니다. 웃음과 눈물과 감동도 필요합니다.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글쓰기 학습이라 재미와 자극을 섞을 필요가 있지요.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주 망가집니다. 바보 같은 농담을 던지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도 많이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남자가 되려고 애씁니다. 강의 시간에 보였던 근엄과 위압 때문에 어리둥절해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밥 먹고 차 마시는 시간 동안만큼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망가지면 사람들은 웃습니다. 그것으로 충분할 테지요.


날카로움과 허술함. 글쓰기와 강의와 인생 모두에 필요한 항목입니다. 일할 때는 빈틈없고 열정적으로, 그렇지 않을 때는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며, 그런 사람이야말로 매력이 철철 넘치는 인물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참 쉽지 않다는 사실이지요.


첫째, 무엇보다 갖춰야 할 것은 실력입니다. 날카로움은 실력에서 비롯됩니다. 두루뭉술한 강의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문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바꾸어야 더 나은 문장이 되는지, 이렇게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연습을 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꿰뚫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강생은 강사의 뺀질한 말을 배우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지식과 학습 방법을 공부하는 것이죠.


수강생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 그런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부단한 연습과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해야 하는 사람이 교사이고 강사이며 코치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게으르면 그보다 더 나쁜 짓이 없습니다.


실력을 갖춘 사람만이 날카로움과 허술함 사이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습니다. 텅 빈 깡통은 소란스러울 뿐 깊이가 없습니다. 얕은 경험으로 똥폼 잡으면 밑천 금방 들통납니다. 실력부터 갖춰야 합니다.


둘째, 함께 하는 사람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람 마음은 누구나 같습니다. 아무리 실력 있는 강사라도 자신의 이득을 위해 수강생을 몰아붙이면 금세 외면당하기 십상이지요. 야단을 치고 지적을 해도 수강생이 진정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 목적이어야 합니다. 부모가 자식을 야단칠 때, 그런 마음이야말로 진심어린 충고라 할 수 있겠지요.


모든 수강생이 강사의 진심을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저도 모든 수강생을 똑같이 사랑할 수 없고요. 가끔씩 삐딱한 태도로 험담을 일삼는 수강생을 만나면 가차없이 등을 돌립니다. 다른 수강생을 챙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모두에게 존중받고 인정받겠다, 이런 마음은 욕심이며 절대 이룰 수 없는 헛꿈입니다. 오히려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들마저 놓치게 될 겁니다.


다른 모든 일도 마찬가지겠지만, 날카로움과 허술함 사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매 순간 진심일 필요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위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가 있는 거겠지요.


셋째, 날카로움과 허술함을 잘 구사하려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하면 자신의 말과 행동에 자신감이 사라집니다. 종이나 노예가 가장 잘하는 일이 눈치 보는 것이죠.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나. 여기에만 관심이 있으니 시종일관 초조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날카롭게 대해야겠다. 조금 풀어진 모습을 보여야할 때다. 때와 장소에 따라 자신의 태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내가 너희들을 이런 태도로 대하겠다!"라는 마음으로 선택하고 결단할 수 있는 사람이 주인입니다.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한 사람은 결코 날카로울 수 없습니다. 상대방 눈치만 살피는 사람의 태도는 허술한 게 아니라 비굴한 것이지요. 날카로움과 허술함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당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인의 기분을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그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함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할 거면 확실하게 하고, 안할 거면 말고!

제가 좋아하는 말입니다. 별 것 아닌 말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하는 둥 마는 둥 살고 있다는 걸 알면 소름이 돋습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열심히 살고 있다 자신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자신이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실입니다.


나름의 철학과 가치관을 갖는 게 중요합니다. 작가와 강사의 삶을 선택했고, 제가 선택한 인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고 있습니다. 어떤 작가가 되겠다, 어떤 강사로 살겠다, 이 정도 생각은 하면서 살아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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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종일 어머니 곁을 지킬 겁니다. 허술한 아들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바보처럼 많이 웃고 수다를 떨면서 어머니 마음 편안하게 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밤에는 '공저 프로젝트' 강의합니다. 날카롭게 할 겁니다. 비수를 던질 겁니다. 명확하고 빈틈없이. 가슴이 서늘할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들도록. 그럼에도 확실하게 공부하여 실력이 늘 수 있도록. 강사인 저한테는 야단과 지적질을 받지만, 독자들한테는 사랑 듬뿍 받을 겁니다. 그런 마음으로 강의하겠습니다.


날카롭게 또는 허술하게.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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