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기쁨

걸으니 참 좋다

by 글장이


56일만에 운암지를 찾았습니다. 그 동안 많이 아팠습니다. 목과 어깨는 송곳으로 찌르는 듯했고, 허리와 엉덩이는 불에 데인 듯했으며, 팔과 다리는 바늘로 콕콕 쑤시는 것 같았습니다. 마약성 진통제와 우울증 약까지 복용하면서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통증에 심란하고 괴로웠습니다.


지난 토요일, 잠실 교보 행사에 다녀왔는데요. 걱정을 많이 했던 것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몸이 덜 아팠습니다. 잠깐 괜찮은 건가 기분 좋기도 하고 동시에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 동안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통증은 여전합니다만, 그래도 이전과 비교하면 숨을 쉴 수 있을 정도가 되었지요. 이런 저런 진통제를 과하게 털어넣고 온몸에 주사를 맞는 바람에 속은 엉망이 되었겠지만, 그래도 통증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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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걸어야 합니다. 걸어야 낫습니다."

의사들은 한결같은 조언을 건넸습니다만, 저는 그들의 말 대로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한 걸음만 내디뎌도 몸이 찢어질 것 같은데 어떻게 걷냐고!


통증이 줄어들었다 싶어서 오늘 모처럼 마음을 내어 집 근처에 있는 함지산 운암지에 다녀왔습니다. 이렇게 두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축복이고 기쁨인지 난생 처음 알았습니다. 나무가 예쁘고 새 소리가 흥겹고 바람이 반갑습니다.


천천히 걸었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리와 발목에 전해지는 느낌을 유심히 살폈지요. 혹시 조금이라도 통증이 심해지면 즉시 집으로 돌아가려 했습니다. 다행히 함지산 중턱 운동시설 있는 곳까지 아무 문제 없이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평소 이렇게 빨리 걸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저를 앞질러 갔습니다. 저도 한때는 걸음 빠르다 소리 많이 들었는데요. 이제는 속도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멀쩡하게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지요.


월요일 오전이라 주로 어르신들과 아주머니들 많았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었는데요. 오늘은 문득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도 나처럼 재활운동을 하는 이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절로 다른 사람 생각을 하게 된 것도 모두 아픔 덕분입니다.


가까운 곳에 산이 있고, 또 이렇게 산책할 수 있는 길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또한 감사했습니다. 한참 아픈 동안에는 두 번 다시 산에 오르지 못할 것 같았거든요. 숨 크게 쉬면서 맑은 공기 마시니까 얼마나 가슴이 벅차던지 몇 번이나 감동하고 감탄했습니다.


걷는 것도 행복이고, 먹는 것도 행복이고, 벌러덩 누워 잘 수 있는 것도 행복입니다. 피곤을 느끼는 것도 축복이고, 책 읽고 글 쓸 수 있는 것도 축복이고,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있는 것도 축복입니다. 사람들 만나서 '고통' 말고 다른 얘기 나눌 수 있는 것도 기쁨이고, 운전할 수 있는 것도 기쁨이고, 아무런 보조기 없이 맨몸으로 다닐 수 있는 것도 기쁨입니다.


마약성 진통제와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신경 안정제, 위장약, 해열제, 소화제, 항히스타민제, 거기다 주사와 링거까지...... 약을 오래 먹으니 속도 미슥거리고 어지럽기도 하고 입맛도 뚝 떨어졌습니다. 뭐가 됐든 약 한 알 먹지 않고 사는 것도 얼마나 복인지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신경부종과 염증쇼크와 디스크 파열은 저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 만큼 나은 것만 해도 하늘에 대고 큰절을 올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울러, 이번 고통은 제게 멀쩡한 몸으로 일상을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쁨인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려주었습니다. 고통을 통해서야 비로소 기쁨과 감사를 알게 된 것이지요.


벌써부터 '완치'라는 말을 써도 될지 조금은 조심스럽습니다만, 아무튼 다 나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 받고 재활 운동도 열심히 할 작정입니다. 응원하고 격려해주신 우리 작가님들과 주변 지인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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