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내 인생을 위하여
20년쯤 지났습니다. 서른 초반에 돈을 많이 벌었습니다. 또래 친구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수입차를 타고 다녔고, 마흔평 아파트로 대출 한 푼 끼지 않고 이사했습니다. 세상을 다 가진 듯했지요. 다들 저를 부러워했습니다.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제 눈에는 늘 저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들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는 경기도에 살았는데요. 부모님 계시는 대구에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습니다. 명절에도요. 당연히 주말도 없었습니다. 일에 미쳐 있었고 돈에 환장했었습니다.
항상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살았습니다.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잠도 설쳤고, 표정도 늘 어두웠습니다. 돈 많이 벌면서 떵떵거리며 행복하게 살았던 게 아니라, 돈만 많은 세상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겁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한 후로 저는 추락의 길을 걸었습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천하의 이은대가 그럴 리 없어!' 스스로 부정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다시 원래의 삶으로 돌아갈 줄 알았습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요. 그렇게 저는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약 제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몰입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망가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벼랑 끝에서 떨어지고 있으면서도 나뭇가지 하나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매일 술만 퍼마시며 신세 한탄만 했거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불안하다 두렵다 괴로워하기만 했습니다. 지금 와서 하는 얘기지만, 당신의 저는 추락하고 무너지고 망가질 수밖에 없는 모든 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마땅한 수순을 밟은 것뿐입니다.
두 달 전부터 몸이 많이 아팠습니다. 시술 두 번, 수술 한 번을 비롯해 신경 주사와 물리치료와 전신정형 등 난생 처음으로 별 치료를 다 받아 보았습니다. 차도가 없었습니다. 저는 점점 더 불안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초긍정의 마인드로 무너진 삶을 새로 일으켰습니다. 그럼에도 극심한 통증 탓에 불과 두 달만에 정신력이 모조리 박살나고 만 겁니다. 병이 무섭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낫지 못하면 어쩌나. 이대로 계속 아픈 상태로 살아야만 하는가. 이러다 어느 한 군데 못 쓰게 되면 어떻게 하나. 가족은 또 어쩌나. 내 꿈은, 내 인생은 또 어쩌고. 차라리 그냥 이대로 삶을 끝내버릴까.
글로 적지 못할 정도의 부정적인 생각과 암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강인한 정신을 키우는 데에는 10년이 걸렸는데, 약해빠진 나약함으로 떨어지는 데에는 두 달도 채 걸리지 않았네요.
2년 같은 두 달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극도의 부정적인 생각에 파묻혀 있다가 어느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지요. 도대체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 것인가! 오랜 세월 책 읽고 글 쓰면서 갈고 닦은 정신력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놓쳐버린다는 게 말이 되는가!
자세를 고쳐 앉아 종이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몸이 아픈 것은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입니다. 병원 다니면서 치료 받고 꾸준히 운동하는 게 전부입니다. 그것이 온통 부정적인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는 없습니다.
불안에 떨고 초조해 하고 두려워하며 부정적인 생각을 하는 이 모든 것들이 나와 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결국 이 질문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극심한 통증이라는 말로 변명하고 핑계를 대기에는 저 자신이 너무나 초라하게 느껴졌습니다.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해야 하는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분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분별력을 잃는 순간 실패자 낙오자 패배자가 되는 겁니다. 똑바로 분별할 줄 알고 실행에 옮길 줄 아는 사람이 삶의 승리를 거머쥐는 것이고요.
저는 지금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닙니다. 그런 것들은 나와 내 인생에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 힘듭니다. 무기력할 때 많지요. 괜찮습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됩니다. 하다가 힘들면 쉬면 되지요. 조금 기운이 나면 다시 하면 되고요.
어제부터 다시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일주일 정도 멈췄는데요. 하나도 아쉽지 않습니다. 덕분에 제가 지금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색하고 깨달을 수 있었으니까요. 이제 다시 시작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사람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동물입니다. 그 생각과 말과 행동이 나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이 되어야 하지요. 저는 지난 두 달 동안 저와 주변 사람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부정적인 생각과 말과 행동만 했습니다. 반성합니다.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할 때입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아울러, 매 순간 제게 주어지는 마땅히 해야 할 일들도 소홀히 다루지 않을 겁니다. 계속하면서 아프고, 계속하면서 슬프고, 계속하면서 견딜 겁니다. 묘비에다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새기고 싶습니다.
힘들고 괴로운 시간 보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전하고 싶습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어 지금 저처럼 글 한 번 써 보시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용기와 힘을 주고,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도 파이팅을 외쳐줄 수 있는 그런 글 말입니다. 쓰는 동안 생각이 달라지고, 다시 한 번 살아 봐야겠다는 에너지가 끓어오를 겁니다.
나와 내 인생을 위해서. 하나도 도움 되지 않는 쓸데없는 생각이나 말 따위 하지도 말고. 점점 더 좋아지는 삶으로 나아갈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