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

맑고 고요한 하루

by 글장이


아침에 눈을 뜨면 얼굴과 발을 닦습니다. 잠시 후에 아침 식사가 도착합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발끝에 있는 상을 올려 펴고 밥 먹을 준비를 합니다. 병원 밥과 반찬은 간소합니다. 밥과 국, 그리고 반찬 세 가지가 전부입니다. 입맛 없는 환자들에게는 영 별로입니다. 그럼에도 낫겠다는 일념 하나로 어머니는 꾸역꾸역 그릇을 비웁니다.


아침밥을 다 먹고 나면 그 자리에 앉아 양치를 합니다. 입을 닦은 후에는 머리를 손질하고요. 일흔 아홉 어머니도 여자입니다. 금방 다시 누워 머리가 눌려질 텐데도 여러 차례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잠시 앉아 소화를 시킨 후에는 침상에서 내려와 보행기를 붙잡고 걷기 연습을 합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힘겹고 고통스럽습니다. 그만하자, 오늘은 쉬자, 그런 소리 한 번도 한 적 없습니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데도 기어이 복도 끝까지 다녀옵니다.


땀으로 범벅이 된 어머니가 침상에 앉으면 저와 간병인이 번갈아 닦아드립니다. 쇠약해진 어머니는 그대로 잠듭니다. 숨소리가 맑습니다. 아기 같습니다. 그렇게 두 시간쯤 세상 모르고 꿈을 꿉니다.


오전 11시쯤 일어납니다. 그러고나면 몸이 좀 개운해진다 하십니다. 창밖을 보면서 오늘 날씨에 대해 몇 마디 나눕니다. 퇴원 준비를 하는 옆 환자와 담소도 나누고, 새로 입원한 맞은편 환자와도 인사를 나눕니다.


점심 때가 되면 아침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시간이 반복됩니다. 늦은 오후쯤 아이스 아메리카노 몇 모금 마시면서 저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저녁을 먹고 나면 또 하루가 갔다는 안도감과 퇴원할 때가 가까워온다는 기대감에 얼굴이 환하게 핍니다. 가끔씩 주사 바늘 아프다 소리도 하시고, 다리가 뻐근해서 진통제 먹어야겠다는 말씀도 하십니다.


병원에서의 어머니 하루는 지극히 단조롭고 단순했습니다.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무슨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요. 해가 뜨면 일어나 하루를 맞이했고 밤이 되면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바쁘다는 말이 사라진 어머니 인생에는 고요와 평온만이 가득했지요.


저는 그 곁에 앉아 책을 읽거나 글을 썼습니다. 잠든 어머니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인생 참 별 것 없구나 싶었습니다. 지극한 고요와 단조로움이 어찌나 맑고 평화로운지 온세상이 멈춘 듯했지요. 불과 열흘밖에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단순함이 주는 행복을 맛보았습니다.


49년 살았습니다. 공부도 많이 하고 자기계발도 많이 했습니다. 그토록 열심히 살았는데도, 단 한 번의 실패에 여지없이 무너져버렸습니다. 도대체 저는 무엇을 공부한 것일까요?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깨들은 걸까요? 49년 인생보다 병원에서의 열흘 동안 배운 게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면서도 정작 중요한 게 무엇인지 모릅니다. 가족 위해 일한다 하면서 일 때문에 가족을 팽개칩니다. 자기계발 한다면서 '좋아요'에 목을 매지요. 시간관리 한다면서 차 한 잔 마실 여유가 없습니다. 자신을 브랜딩한다면서 친구한테 전화 한 통 하지 않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란 존재이고,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호흡입니다. 내가 사라지면 금은보화가 다 무슨 소용이며, 숨 끊기면 자기계발이 또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멈추어야 합니다. 단순해져야 합니다. 자신에게 관심 갖고 호흡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상에서 번잡한 것들을 하나둘 정리하고 하루를 단순하게 꾸며야 합니다. 고관절은 사람 몸에서 가장 큰 뼈라고 합니다. 그렇게 중요한 뼈가 박살이 났는데도 빠른 시간에 회복이 가능했던 이유는, 몸과 마음이 단순해졌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어머니도 생각이 참 많고 복잡한 분이거든요. 단조로운 하루와 단순한 생각이 어머니 안에 잠들어 있던 재생 능력을 깨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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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할 때 많습니다. 할 일이 많아 정신 하나도 없을 때도 잦고요. 바쁘게 산다는 이유로 내 자신 돌아보며 생각 정리할 시간 갖지 못했습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뭔가 찝찝하고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지요.


단순하게 살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더 단순하게 살기 위해 번잡한 주변을 정리해야겠습니다. 머리가 맑으면 판단력도 좋아집니다. 술 취한 사람처럼 정신없이 살아가는 습관을 멈추고, 정갈한 하루를 살아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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