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놈이 이긴다
매년 4월만 되면 우울증에 빠집니다. 인생이 허무하고, 이렇게 아등바등 살아봐야 뭐하는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감옥에 들어간 때가 4월입니다. 법정에 들어서는 발걸음부터 판사의 최종 판결까지, 그리고 교도관에 이끌려 포승줄로 꽁꽁 묶이던 모든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열심히 살다가 그리 된 거라고 늘 스스로 위로했습니다. 악의를 품고 누군가를 해꼬지하려던 게 아니라, 돈 많이 벌어 부자 되겠다는 욕심으로 사업하다가 실패한 것이지요. 그래서 마음이 더 심란합니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것도 결국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짓이 아닌가 별 생각이 다 들어서 4월 내내 힘이 쪽 빠집니다.
우울하면 입맛도 없고 의욕도 사라집니다. 표정 자체가 바뀝니다. 3월말부터 슬슬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다가 4월 한 달 맥을 못추고 5월이 되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합니다. 4월에는 원래 그렇다 하고 넘겨버리기에는 한 달이라는 시간이 너무 깁니다. 고통스럽지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4월 16일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책쓰기 정규과정 강의를 마치고 집에 왔습니다. 차에 문제가 좀 있는 것 같아 정비소에 수리하러 가는 중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큰일났어! 어머님이! 어머님이!"
웬만해선 호들갑 떨지 않는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이송, 응급실, 격리, 입원, 수술, 회복까지 그 후로 모든 일들이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어제 집에 와서 달력을 보니 5월 2일이더군요. 4월의 절반이 순식간에 흘렀습니다. 우울함? 왠지 모를 허무? 비관주의? 그런 건 죄다 어디로 사라졌을까요? 먼 산 바라보며 한숨만 내쉬고 가슴 답답해하던 4월의 트라우마는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 수술과 입원이라는 큰 사고가 상대적으로 작은 저의 트라우마를 잊게 만들었던 겁니다.
걱정과 고민 없이 마음 편안한 날들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인생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시시때때로 번잡한 일 생기고, 마음은 혼란스럽고, 온갖 근심과 염려가 머릿속을 가득 채웁니다. 좀 괜찮다 싶다가도 어느새 또 다른 우환이 생기고, 기분 좀 좋다 싶다가도 금세 우울한 생각이 떠오릅니다.
걱정 하나가 떠오를 때에는, '이보다 더 큰 걱정이 없어서 이 정도 걱정을 하고 있는 거구나'라는 생각이 큰 도움 됩니다. 어떠한 근심이든 상대적으로 비교하면 더 큰 근심이 있을 수 있지요.
4월의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 때마다 '어머니의 사고'를 떠올리면 걱정과 근심 따위 순식간에 없애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공허하고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면, 가족한테 무슨 일 생기지 않는 것만 해도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인가 생각하게 될 겁니다.
더 큰 걱정은 사소한 근심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지금 어떤 근심과 걱정 속에 답답한 시간 보내고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은 수련이고 훈련이며 연습입니다. 의도적으로 어떤 마음을 계속 갖는 습관을 가지면 점점 단단해지고 의연해집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 피해갈 수 없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럴 때마다 휘청거리면 인생 너무 힘들고 아프지요.
버텨야 합니다. 이겨내야 합니다. 결국은 모두 잘 됩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결국 버틴 놈이 이긴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적어도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걱정과 근심은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