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는 글에 확신이 없어요

글 쓰면서 확신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by 글장이


"쓰긴 쓰는데, 제 글에 확신이 없어요."

헤밍웨이, 무라카미 하루키, 김 훈, 조정래, 박경리, 앤 라모트, 나탈리 골드버그....... 세계적인 거장들 중에서 글을 쓰는 동안 자신의 글에 확신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그런 사람이 있기나 할까요?


글은 항상 완성되어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한 편의 글을 끝냈다 하더라도 다음 글을 계속 써야 하죠. 한 권의 책 집필을 끝냈다 하더라도 다음 책을 또 써야 합니다. 평생 열 권의 책을 쓴다고 가정하면, 그 중에서 몇 권이나 확신을 가지고 쓸 수 있을까요?


10년 넘게 매일 글을 쓰고 있습니다. 블로그에만 6,900편의 글을 썼고, 개인저서 여덟 권 출간했으며, 습작과 일기 및 독서노트까지 합하면 1만 편이 넘는 글을 쓴 것이죠. 그 중에서 단 한 편도 확신을 갖고 쓴 글은 없습니다.


글에 대한 확신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요? 독자들이 내 글을 읽고 만족하고 기뻐하며 큰 호응을 보이는 것. 그래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내 책이 많이 팔리고, 슈퍼스타급 작가가 되는 것.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글과 책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 반응이 썩 괜찮을 거란 기대를 할 수 있어야 확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네, 방금 읽은 대로입니다. 내 글과 책에 대한 독자의 반응. 그러니까,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란 뜻입니다. 확신을 가지려면 독자의 반응을 미리 점쳐야 하는데, 그걸 백퍼센트 내다보는 작가가 어디 있겠습니까.


글을 쓰는 동안에는 글은 작가의 소유입니다. 그러나, 세상으로 나간 다음에는 독자의 것이지요. 독자가 읽고 판단하고 채점할 겁니다. 작가의 손을 떠납니다. 그러니, 글을 쓰면서 확신을 갖겠다는 건 애초에 욕심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매일 꾸준히 글을 쓸 수가 있는 걸까요. 작가는 글을 쓰는 동안 확신을 갖는 게 아니라 '견디는' 겁니다. 내 글이 괜찮은 걸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사람들이 내 글을 좋아할까, 출판사가 내 글을 받아줄까. 이런 오만 가지 염려와 근심 및 의구심을 매 순간 견뎌가며 글을 쓰는 존재가 작가입니다.


힘들겠지요. 그래서 글 쓰는 사람은 몸과 마음의 관리를 철저하게 잘 해야 하는 겁니다. 때로 산책이나 명상 등을 통해 멘탈을 잘 유지해야 하고, 스트레칭이나 운동 등을 통해 체력도 길러야 합니다.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기 위해 강인한 몸과 마음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면서 글을 써도 때로는 절망과 의심의 소용돌이에 빠져 허우적거릴 수 있습니다. 글을 못 쓰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작가라면 누구나 겪는 일반적인 상황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참고 견디며 글을 쓰는 과정이 버겁고 고통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기가 질려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도 많을 테고요.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쓰는 사람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의 글을 읽고 힘을 내는 독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대단하다고 자부하는 사람 별로 없을 겁니다. 보통 사람은 대부분 자기 삶을 보잘 것 없다 여기고 대수롭지 않다 생각하는 경향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보통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전하다 보면 내 삶이 의미와 가치가 있구나 깨닫게 됩니다. 타인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동시에 자신 또한 희망과 용기를 얻게 되는 것이죠.


작가가 겪는 고통에는 의미가 있습니다. 글쓰기는 힘들고 아프고 괴롭기만 한 일이 아니라, 보람과 희열과 만족과 기쁨도 함께 안겨주는 일이지요. 글 쓰는 작가뿐만 아닙니다. 그림, 음악, 조각, 행위 등 모든 분야 예술가들 다 마찬가지일 겁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어떠한 확신도 가지기 힘들지만, 자신의 작품이 사람들에게 전해져 도움을 주는 순간, 바로 그 행복 때문에 예술을 하는 거겠지요.


글 쓰다가 맥이 풀려 도저히 한 줄도 더 쓰지 못하겠다 할 때는, 잠시 펜을 놓고 책을 읽으면 도움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 명대사를 필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거장들의 일대기를 그린 책을 골라 읽거나, 그들의 집필 습관 등을 찾아 보는 것도 다시 힘을 내는 데 효과적입니다.


확신을 가지려고 애쓰지 마세요.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려고 애쓰는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그저 안아주고 예뻐해주면 됩니다. 그 시간에 바닥에 뒹굴며 스마트폰을 쥐고 하릴없이 시간만 탕진하는 사람 적지 않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자신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런 태도를 인정하고 사랑해주어야 마땅하겠지요.


작가에게는 휴일도 없습니다. 연금도 없습니다. 보험도 없습니다. 보너스도 없습니다. 참 허탈하지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독자가 있습니다. 내 글을 기다려주고, 내 삶을 응원해주는 독자. 그리고, 같은 길을 걷는 작가 동료들이 있습니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동반자들.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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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볕이 수그러들고 아침 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도저히 꺾이지 않을 것 같던 폭염도 시간 앞에서는 자리를 내주는 것이 자연의 이치입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지난하고 힘겨운 시간들도 결국은 지나갈 겁니다. 내가 쓴 글이 독자의 삶에 도움이 되는 그 순간을 바라보며 오늘도 한 편의 글을 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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