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좋아지는 인생
추석이 다가옵니다. 아내는 과거에 명절만 다가오면 시름시름 앓고 두통에 몸살에 스트레스까지 몸과 마음 모두 엉망이 되었습니다. 음식 장만하고 손님 치르는 것이 여간 힘든 일 아니거든요. 저도 함께 음식 만들고 많이 도와주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내 혼자 감당해야 할 일들이 분명 있으니 힘든 게 당연합니다.
요즘은 전혀 다릅니다. 아내는 명절이나 제사뿐만 아니라 다가올 어떤 문제에 스트레스 거의 받지 않습니다. 어제 물어 봤습니다. 왜 요즘은 과거와 달리 힘들어하지 않느냐고 말이죠.
"어차피 닥치면 닥치는 대로 다 하게 되는데 미리 걱정해서 뭐해. 오늘 일만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어. 마음도 편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아."
결혼한 지 20년 됐습니다. 대구 부모님 댁으로 거처를 옮겨 산 지도 10년 넘었습니다. 세월이 아내를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저 시간만 보냈다면 지금의 내공은 생기지 않았을 겁니다. 저와 함께 마음공부 많이 했거든요. 그 내용을 정리해 봅니다. 불안과 걱정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첫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이건 팩트지요. 지금껏 살아오면서 미리 걱정해가지고 잘 해결된 일이 얼마나 됩니까. 그런 경우는 없습니다. 미리 하는 걱정은 '나쁜 일'을 더 길게 만드는 결과만 초래합니다.
둘째, 내 힘으로는 다른 사람 절대 바꿀 수 없다는 사실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시어머니, 친척 등 못마땅한 사람 있을 수 있지요. 그러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을 내 마음에 쏙 들도록 바꾸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가 나만의 특성 있듯이 그들도 그들만의 특성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아니면, 철자하게 무시하든지요. 아내는 요즘 인정과 무시를 적절히 섞어 사람을 대합니다. 한결 편안해진 모습입니다.
셋째, 지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에만 집중합니다. 무엇이 보입니까? 무엇이 들립니까? 네, 그것이 바로 '지금'이자 '현재'입니다. 지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것들은 불안이나 걱정과는 무관합니다. 불안과 걱정은 항상 과거 아니면 미래의 일들에서 비롯되거든요. 지금과 현재에만 집중하면 불안과 걱정이 줄어듭니다.
넷째, 인생을 크게 생각하는 습관을 가집니다. 명절에 음식 장만하는 것은 내 인생 전체를 놓고 보자면 사실 별 것도 아닌 작은 일이거든요. 하루이틀 몸 힘들고 스트레스 받을 수는 있겠지만, 날개 펴고 날아오를 내 인생 큰 그림을 생각하면 극히 소소한 단편에 불과한 사건입니다. 생각을 크게 하는 습관 가지면 불안과 걱정에 관한 일들이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집니다.
다섯째, 눈물의 효과를 믿어야 합니다. 저는 과거 크게 실패했을 때, 그리고 최근 극심한 통증을 느꼈을 때, 감옥에서 또 혼자 사무실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펑펑 울었습니다. 그냥 눈물 흘린 정도가 아니라, 아기처럼 큰 소리로 엉엉 울었습니다. 나이 오십 넘은 남자가 아기처럼 우는 것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오열한 덕분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카테콜아민'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많아지는데, 이때 눈물을 흘리게 되면 카테콜아민이 몸밖으로 배출됩니다. 울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리적인 안정감이 찾아오는 것이 이 때문이죠.
우울하고 괴로운 시간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인생 아닐까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의지와 실행력이 필요합니다. 환경과 상황과 사람이 나를 못살게 군다 하더라도, 그런 파도에 휩쓸려 자신을 불쌍한 인간으로 몰고 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대신, 언제 어디에서 어떤 일이 벌어져도 반드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존재하게 마련이거든요.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었고,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팠을 때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있었습니다. 고통에 휘둘리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려서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불안과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는 글 쓰는 사람입니다. 과거 제가 겪은 수많은 일들을 떠올리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니, 내 삶의 곳곳에 아름답고 소중한 순간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순간이 나를 덮치더라도, 저 자신이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란 사실을 잊지 않으니 견딜 만했습니다.
누구나 불안과 걱정 한두 가지쯤 안고 살아갑니다. 나만 힘든 게 아니란 뜻이지요. 돌아보면, 도저히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할 것 같다 싶을 정도로 힘겨운 날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또 누구 부럽지 않은 인생을 누리고 있기도 하고요. 앞으로도 온갖 일들이 다 생길 테지요.
이겨낼 수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고난과 역경을 이겨낼 만한 DNA가 장착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좋은 일이 있으면 힘든 일도 있고, 시련과 고통 있으면 웃을 날도 오게 마련입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반복 되는 동안 나는 점점 더 강해집니다. 태어날 때 우는 것은 불안과 걱정 때문이라 하지요. 그러니, 죽을 때는 환하게 웃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불안과 걱정보다 강한 존재다!"
오늘, 이 사실을 잊지 말고 흔들릴 때마다 확언 외치길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