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타이에 가려진 단추
생일과 명절이 근접한 덕분에 선물 많이 받았습니다. 그 중에는 와이셔츠와 넥타이도 있습니다. 제 안목으로는 평생 고르지 못할 참하고 세련된 디자인입니다. 특히, 와이셔츠 단추가 고급스럽고 예쁩니다. 몇 번이나 손으로 만져 봅니다.
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맸습니다. 넥타이 때문에 와이셔츠 단추가 싹 다 가려집니다. 제일 마음에 든 게 셔츠 단추인데, 타이로 전부 가려지니까 아쉬웠습니다. 그렇다고 넥타이를 안 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요.
와이셔츠를 만드는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그들도 셔츠 단추가 넥타이에 가려진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을 텐데요. 그렇다면, 굳이 셔츠 단추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지 않을까요? 단추는 대충 만들고, 차라리 그 노력과 정성과 돈을 셔츠 다른 부분에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회사에 다닐 적에는 매일 양복을 입었습니다. 와이셔츠에 넥타이 꼬박꼬박 차려입고 다녔지요. 어떤 색깔, 어떤 디자인 걸치는가에 따라 그날 하루 기분이 달랐습니다. 당연히 업무 효율도 차이가 났고요. 일부러 배색 맞추고, 제 마음에 쏙 드는 셔츠와 넥타이 골라 입으려 애썼지요.
와이셔츠 단추는 넥타이에 가려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근사하고 참한 단추가 달린 셔츠를 입은 날에는 종일 자신감 넘치고 당당했습니다. 남들한테 보이지는 않지만, 저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있지요. 지금 내가 입은 셔츠의 단추는 최고로 고급스럽고 멋지다!
비록 가려지긴 했지만, 셔츠 단추 덕분에 하루를 다르게 살 수 있었습니다. 남들 보기에 단정하고 멋있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자신만 알고 있는 진짜 자기 모습이 훨씬 중요합니다.
강의 준비를 치열하게 합니다. 이미 9년째입니다. 웬만한 강의는 자다가도 일어나서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매번 리허설 반복하고, 사무실에 일찍 나와 시스템 점검도 합니다.
완벽은 없습니다. 그러나, 완벽에 가까운 준비는 해야 합니다. 준비를 소홀히 하면, 수강생들은 눈치채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알거든요. 오늘 내가 무엇에 소홀했는가. 오늘 내가 무엇이 부족했는가.
준비 철저히 하면 강의 내내 자신감 넘칩니다. 어떤 돌발 상황이 생겨도 여유롭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수강생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읽으며, 제가 주도하는 강의를 펼칠 수 있습니다. 아무도 모르는, 그러나 나는 확실히 아는, '준비된 저의 모습' 덕분입니다.
세상과 타인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이 있습니다. 나만 아는 내 모습도 있고요. 둘 다 중요합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만 중요시 여기면 내실 없는 겉치레 사기꾼이 됩니다. 내면만 중요하게 여긴 채 겉모습 대충 갖추면 예의 없고 초라하다는 평가를 받게 됩니다.
늘 공부하고 준비하며 속을 가득 채우는 게 먼저입니다. 그런 다음, 다른 사람들 눈에 비치는 나의 겉모습도 깔끔하고 단정하게 갖춰야 합니다. 속과 겉이 모두 반듯할 때, 비로소 내가 가진 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는 것이죠.
강의할 때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꼭 갖춰 입는 이유는, 수강생들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을 위함이기도 합니다. 강의할 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한 상태에서 옷차림도 저의 실력에 준하게 차려 입는 것이죠. 그럼으로써 최상의 컨디션으로 강의할 수 있습니다.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근사한 셔츠 단추입니다. 하나하나 반짝이고 멋스럽네요. 넥타이 뒤에 숨겨진 셔츠 단추 덕분에 오늘 밤 강의 자신감 넘치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셔츠 장인들도 아마 이런 신념으로 단추를 만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