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야지
명절이 되면 전국 각지에 살고 있는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우리가 큰집이라 제사 준비와 손님 치를 준비를 한꺼번에 해야 했다. 일이 많아 부담스럽기도 하고, 몸도 마음도 피곤했다. 그래도 일 년에 두 번 멀리 사는 친척들 얼굴 보는 맛에 부담과 피곤을 잊곤 했다.
이번 추석은 다르다. 단촐하게 우리 식구만 차례를 지낸다. 돈 문제가 생겨 풍지박산 난 집안도 있고, 아들 며느리 이혼 위기라 추석 따위 생각할 겨를조차 없는 친척도 있고, 코로나 후유증으로 건강이 악화된 동생도 있고, 돈과 건강 문제가 동시에 닥쳐 명절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날을 보내고 있는 친척도 있다.
집집마다 난리다. 겉으로 보기엔 다들 멀쩡해도, 몇 마디만 나눠 보면 어찌 견디는가 싶을 정도다. 아무런 걱정 근심 없이 무탈하게 명절 보낼 수 있는 나와 가족은 그야말로 다행이고 축복인 줄 알아야 한다.
사업 실패한 직후, 꽤 오랫동안 집에 들르지 못했다. 감옥에까지 갔으니 오죽했겠는가. 명절에 친척들이 오면, "은대는 어디 갔습니까?"라고 물었고,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냥 뭐 볼 일이 좀 있다 하더라며 말 돌리기 바빴다.
먹고 살기 힘들다 해도 다들 잘만 사는데, 왜 나만 이렇게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가 허탈하고 허무하고 괴로웠다. 열심히 살았는데 그 대가가 실패와 좌절 뿐이라니, 세상에 대한 분노와 그냥 삶을 접는 게 낫겠다는 절망만 가득했었다.
무너진 삶을 다시 일으키는 데 10년 걸렸다.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책 읽고 생각하고 글 쓰고 공부하고 강의했다. 조급한 마음 내려놓고 시간을 허락했다. 인생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무너질 수도 있지만, 자기 확신을 갖고 묵묵히 일하면 다시 일어설 수도 있는 여정이었다.
친척들과 통화했다. 전화기 밖으로 한숨과 푸념과 하소연과 불평과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지금은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을 거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꼭 명심해야 한다. 삶은 달라질 수 있으며, 그 변화와 성장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이뤄내야 한다는 사실. 우연은 없다. 도와줄 사람도 없다. 지금부터는 철저히 혼자가 되어야 한다.
책 읽으면서 속을 채워야 한다. 속이 차고 넘치면 글을 써야 한다. 그렇게 쓰는 글이 콘텐츠가 된다. 책도 출간한다. 자기 저서와 콘텐츠는 전문가라는 입증 자료다. 그것으로 세미나도 하고 강의도 한다. 쉽지 않은 길이다. 그러나, 이보다 쉬운 길을 찾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법적인 측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련과 고통을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더 이상 빠져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한숨도 습관이다. 인생 참 힘들다는 푸념도 버릇이다. 딱 끊어내야 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문제보다 해결책에 집중했다. 지금 내가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고통스러운가 설명하기 위해 애쓰지 마라. 어리석은 짓이다. 내가 얼마나 거뜬히 일어나는가 보여주겠다! 여기에 몰입해야 한다.
피곤하다고? 힘들다고? 어렵다고? 다행이다. 아직 배가 불렀다. 위험한 상황이 아닌가 보다. 좀 더 자빠져 있어도 되겠다. 나중에 숨이 콱 막히면 그 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라.
핑계와 변명은 인생 일으키는 데 있어 쥐약과도 같다.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하는 데에는 기운을 1도 쓰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첫 번째가 자존심이다. 남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뽀시라운 사고방식으로는 아무것도 못한다.
어렵고 힘들다 징징거리는 사람 중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세상에! 차를 가지고 다닌다. 고급 식당에서 브런치를 사 먹는다. 명절이라고 선물을 한다. 잠을 7~8시간 잔다. 영업, 택시 운전, 막노동, 배달, 이런 일이라도 해 보라 하면 나를 무슨 벌레 보듯 하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물리적 환경이 얼마나 나빠졌는가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렸는가 아직 멀었는가 하는 점이다. 기존에 누리던 삶을 고스란히 지키겠다는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평생 돈 빌리며 살겠다면 마음대로 하라.
지금은 모두가 어렵고 힘든 시대이다. 그러나, 조금만 눈을 돌리면 모두가 일정 수준 이상 성공할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콘텐츠 공유의 장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자기 것'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으면, 그걸 돈 주고 사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다시 말하지만,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정신 상태가 문제인 거다.
10년 넘게 하루 4시간 수면 고집하다가 이번에 몸 다 망가졌다. 척추는 엉망이 되었고, 신경은 제멋대로 부었고, 염증은 쇼크가 일어날 정도로 온몸에 퍼졌다. 수술 한 번 받고 시술 두 번 받고 병원은 열 군데도 넘게 다녔고 한방병원 침으로 허리와 어깨에 구멍이 날 정도였다.
건강을 잃었는데 돈이며 성공이며 다 무슨 소용이냐는 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나는, 지난 10년간 치열하게 살아낸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수치와 모멸 잘 견뎠고, 재래시장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막노동 한 것도 잘한 일이고, 오물통 사육장에 들어가 돼지 시체 건져낸 것도 잘한 일이다.
무엇이 두려운가! 무엇이 그토록 쪽팔리는가! 아직도 살만한 것인가! 딱 2년만 자신을 믿고 거칠 것 없이 살아내기만 하면, 남은 인생이 통째로 달라지는데 그걸 못한단 말인가!
오늘은 종일 음식 장만해야 한다. 사람들이 오질 않아서 어쩌면 오전중에 끝낼지도 모르겠다. 명절이 명절 같기를. 텅 빈 거실이 안쓰럽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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