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근심 많은 이들에게
무슨 책을 출간한 작가라고 소개하는 것보다 어떤 작가라고 소개하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내 글을 읽고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어떤 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서 행복합니다. 몇 권이 팔리는가 하는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저의 직업이나 재산 정도로 저를 소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합니다.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중인가 라는 사실로 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은 제가 어떤 사람인가 저 자신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글쓰기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로 타인을 돕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을 품고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저는 또한 "어떤 인생"을 살아왔으며, 살아가고 있고, 앞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숙고합니다. 과거를 돌아보면 부끄러울 때가 많습니다. 지금을 생각하면 그래도 좀 낫습니다. 미래를 생각하면 머리가 멍해질 때가 잦습니다. "어떤 인생"에 대해 함부로 단정 짓기는 힘들겠지요. 그러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수록 인생이 좋아진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어떤 작가로, 어떤 사람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돈이라는 것이 참 힘이 없구나 싶습니다. 돈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아마도 자신이 어떤 존재이며 또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거의 생각지 못한 채 살아갈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저는 돈에 미쳐 살았습니다. 돈이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시절 돈 제법 많이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다 한 조각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으로 어떤 인생 살아갈 것인가 생각하지 않은 탓입니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에 파묻혀 사는 사람들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은 늘 정당한 핑계와 변명을 댑니다. 돈 벌어야 아기 분유값이라도 해결하고, 가족 끼니 챙기고, 보험도 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테지요. 네, 맞습니다. 돈 중요합니다. 그러나, 어떤 존재로서 어떤 인생을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 없이는 그저 기계처럼 하루하루 보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일에 치이고 사람한테 시달리고 돈에 밀려서 매일 매 순간 스트레스 받으며 힘겹게 살아갈 때가 많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다는 자기만족으로 위안 삼긴 하지만, 한 번씩 마음 힘들고 고통스러울 땐 사는 게 참 힘들고 어렵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작가로, 어떤 사람으로, 어떤 인생 살아갈 것인가. 이런 생각을 깊이 하다 보면, 매일 겪는 고민과 문제들이 사사롭고 잡다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컵에 소금 타서 물 마시면 짠 맛에 인상을 찌푸리지만, 호수에 소금 타서 마셔 보면 짠 맛 하나도 느낄 수 없습니다. 마음 그릇을 키우면 일상 고통의 맛을 느끼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지요.
철학이라는 거창한 표현 쓰지 않아도 됩니다. 자신의 직업에 있어 어떤 가치를 발현할 것인가. 어떤 사람으로 어떤 인생 만들어갈 것인가. 정답을 찾자는 게 아니라, 매일 매 순간 이런 "큰" 생각을 해 보자는 겁니다. 지구 지키는 어벤저스는 친구의 서운한 한 마디로 종일 속상해하지 않을 겁니다. 생각이 인류에 가 있으니까 일상 잡다한 문제들이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죠.
사업 실패하고 극도로 힘든 시간 보내고 있었을 때, 그때는 주변 사람이 제게 던지는 한 마디 한 마디 전혀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제게 하는 말보다 더 크고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가 닥쳐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지금 누군가의 한 마디 혹은 어떤 문제로 근심하거나 화가 나 있다면, 그보다 더 크고 심각한 문제가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단 사실을 기억하세요. 더 큰 불행이 없기 때문에 자잘한 문제들이 크게 느껴지는 겁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많은 고민이나 걱정들. 어쩌면 사는 게 어느 정도 괜찮아서 그런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 스트레스도 사실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하는 거지요. 취업 못해서 자괴감 느끼며 살아서 뭐하나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직장 스트레스도 꿈 같은 이야기일 겁니다. 여자친구랑 싸워서 속상해 죽겠다는 사람도 있지요. 평생 모태솔로로 살고 있는 남자 입장에서는 그런 싸움이나 속상함도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생각을 확 키우면, 일상에서 마주하는 고민과 문제의 크기를 상대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어쨌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평온한 마음이고 자유로운 인생일 테니까요.
문제 없는 사람 어디 있겠습니까. 걱정이나 근심 없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어떤 사람은 문제나 걱정 있음에도 즐겁고 유쾌하게 잘만 살아가고요. 또 다른 사람은 근심 하나 때문에 불행한 하루를 살기도 합니다.
어떤 인간으로 어떤 인생 살아갈 것인가. 저는 이 차원 높은 생각이 일상 많은 문제와 고민을 없애거나 줄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믿습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죠. 생각이 저 멀리 북극성에 가 있으면, 독서모임 회원이 불참한 것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걱정, 근심, 고민 때문에 참말로 힘든 시간 보냈습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시절 저를 만나 제발 걱정 좀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표정 어두운 이들이 생각의 크기를 키워 환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