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핵심 메시지 정하는 게 먼저다
연말이다. 각종 모임에서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모두발언을 해달라는 곳도 있고, 마무리 멘트를 해달라는 곳도 많고, 아예 두 시간 특강을 해달라는 모임도 적지 않다. 영광이라 생각하고 초대에 응한다. 12월은 바쁘다.
이러한 특강을 초대 받았을 때, 내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이다. 모임의 특성에 따라, 회원들의 성향에 따라, 인원 수나 장소에 따라 해야 할 말도 달라진다. 이런 내용으로 강의해 주세요. 딱 부러지게 요구하는 곳도 있지만, 같은 내용이라도 환경과 상황과 사람에 따라 다르게 구성해야 한다.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어느 정도 구상이 떠오르면 더 이상의 스트레스나 부담은 없다. 주제가 정해졌으니, 그에 따른 사례와 경험을 스토리텔링으로 준비하면 된다. 문제는,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글쓰기/책쓰기 전문 강사라고 해서 무조건 글 쓰고 책 내라는 말만 강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말이라고 해서 목표와 계획에 대해서만 강의하면, 다른 강사들과의 차별화가 전혀 없을 터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과 새해를 맞이하는 각오, 그에 어울리게 비전과 동기를 부여하고, 또 심장에 자극을 주어 열정 뜨겁게 만드는 것도 내게 주어진 몫이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강의 요청을 받았을 때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이다. 그렇다. 우리는 결국 무슨 말을 할 것인가에 대해 가장 많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그 외에는 모두 부차적인 것들. 핵심을 파악하기만 하면, 나머지는 저절로 따라온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쓸 것인가.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는가. 독자들이 밑줄을 긋고, 감동하고, 감탄하고, 그래서 작가인 내게 홀딱 반하도록 만드는 글. 그런 고민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은, '무슨 말을 할 것인가'이다.
초보 작가 중에는 이미 몇 달씩이나 글을 쓰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런 이들조차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겁니까?"라고 물었을 때 명쾌하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 많다.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한 편의 글 적정 분량은 원고지 약 10매~15매에 이른다. 다섯 개 덩어리로 나눈다고 치자.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슨 말을 전할 것인가' 핵심 메시지를 정하는 거다. 그런 다음, 왜 내가 지금 이 메시지를 전하는가 이유와 근거를 적어야 한다. 독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메시지와 관련 있는 경험이나 사례를 스토리텔링으로 쓴다. 예시와 인용을 추가하면 더 좋겠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정리하고 강조한다.
핵심 메시지를 정하고 나면, 나머지는 공식에 대입하듯 채워 나갈 수 있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들에게 '무슨 말을 전할 것인가'이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이런 저런 말을 복잡하고 지난하게 하는 부하 직원에게 직장 상사가 쏘아붙이는 말이다. 그렇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가? 초보 작가는 일단 여기에 목을 매야 한다.
책을 읽을 때에도 핵심 메시지 파악은 중요하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바로 이것이 책의 중심 주제를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책 한 권을 다 읽었는데, 도대체 작가가 무슨 말을 전하려는 것인가 알지 못한다면, 그것은 독서가 아니라 시간 낭비이다.
핵심 주제를 파악하고, 그 주제를 전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사례와 경험을 뒷받침하였는가 확인한다. 충분히 논리적인가. 설득력 있는가. 문장은 참하게 썼는가. 공감할 만한가. 감동적인 요소는 있는가. 이 모든 것은 핵심 메시지를 파악한 다음의 이야기다.
쓰기든 읽기든 실력은 중심에서 비롯된다. 쓰기와 읽기의 중심은 핵심 메시지다. 주제다. 글쓰기는 주제에서 시작한다. 독서도 주제에서 시작한다. 글을 쓰고 싶다면, 가장 먼저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한 마디는 무엇인가. 나는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지금 내가 이 포스팅에서 독자들에게 하려는 말은,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고, 또 가장 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주제이다!"라는 메시지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충분히 공감하여 앞으로 글을 쓸 때 핵심 메시지부터 선명하게 정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내가 쓴 이 글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포스팅이 아니라 책을 쓰는 중이라면, 이 다음 챕터에 써야 할 내용은 "주제를 정하는 방법"에 관한 것들이어야 한다. 주제 먼저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고, 그런 다음 주제 정하는 방법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고 제시하는 거다.
주제 또는 핵심 메시지를 명확하게 정하면, 이와 같이 구성 또한 자연스럽게 정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구성까지 정하고 나면, 그 다음에는 사례와 경험 등 스토리텔링에 집중하고, 이어서 문법이나 표현 등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기본과 순서와 체계가 있게 마련이다. 내가 강조한 내용이 정답일 수는 없다. 어떻게 써도 상관없겠지만, 자기만의 원칙과 타당성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그냥 막 쓰는 것과 어떤 이유나 근거를 가지고 쓰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