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

지치고 힘들 때 그들을 떠올리다

Jan 6. 2025

감옥에서 조조를 읽었다. 내가 세상을 버릴지언정 세상이 나를 버리도록 그냥 두지 않겠다는, 그 한 문장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당시 나는, 세상도 나를 버렸고 나도 나를 버린 상황이었다. 그래서인지 자꾸만 조조의 의연함에 밑줄을 긋게 되었다.

모든 것을, 그러니까 돈도 사람도 가족도 일도 성공도 희망까지도 다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인간이 되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인간은 쓸모가 아니라 존재가 먼저란 사실을.

아버지는 다시 시작하라 하셨고, 어머니는 다 괜찮다 하셨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두 분은, 내가 저지른 인생 잘못과 실수에 대해 두 번 언급하지 않았다.

버렸던 나를 주섬주섬 다시 챙겨 모았다. 다 괜찮다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나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버림 받았다고 생각했지만, 애초에 누구도 나를 거두지 않았으니 버림 받을 일 없었다. 쓸모 없는 인간이라 여겼지만, 아직 삶이 끝나지 않았으니 존재하는 것만으로 가능성 있다는 생각으로 바꾸었다.

처참하게 무너졌던 내 삶은 이렇게 하나씩 제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두 분의 말씀으로,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을 비하하는 생각이나 말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누구나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 있다. 일상 바쁘다는 핑계로 그 사랑과 아낌을 잊고 살아갈 뿐이다. 멈춰야 한다. 힘들고 아프고 괴로울 때,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는 이가 나에게 뭐라고 말을 해줄 것인가. 상상하고 곱씹어 본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해 줄 것 같은 말. 그 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힘들면 약해진다. 약해질수록 약한 생각과 말을 쏟아내게 된다. 약한 생각과 말이 머리와 가슴에 스며들수록 인생은 점점 나약해진다. 심할 경우 다시 일어서기 힘들 정도로 무너지기도 한다.

뭔가 잘 풀리지 않거나 도저히 일어설 힘이 없다 싶을 때, 혼자 끙끙거리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 어떤 조언을 건넬지 상상해 보라.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해주는 말은 단 한 마디도 예외없이 보석일 터다.

사랑하는 사람이 무너지길 바라는 경우는 없다. 분노, 증오, 원망, 시기, 질투, 짜증, 스트레스 등 온갖 부정적인 생각과 말로 하루하루 더렵혀진 내 일상에 사랑과 온기 가득한 '그들'의 조언을 가져와야 한다.

안타깝게도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경우도 있겠다. 그럴 땐 마음속으로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생전에 들었던 그들의 목소리, 온화하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던 표정과 눈빛, 그리고 나지막히 전해주는 그들의 말을.

철저하게 혼자라고 주장하는 사람 있을 수 있다. 나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단지 그가 사랑을 느끼지 못할 뿐이다. 그럼에도 계속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럴 땐 또 다른 자신을 만나는 것도 방법이다.

고요히 앉아 잠시 옆으로 비껴나온다. 마치 영혼이 내 몸에서 분리되는 것 같은 상상을 하는 거다. 그런 다음 앉아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힘이 되는 말을 전해준다. 평소 혼잣말로 중얼거리던 내용과는 차원이 다를 거다. 내가 나를 위하는 말. 어쩌면 이것이 최고일런지도 모른다.

나이 오십 경상도 남자가 사랑을 말하면 손발이 오그드는 때도 있었다. 그러나, 삶이 힘들고 지칠 때 사랑만큼 힘이 되는 단어도 없었다. 누군가로부터 상처 입거나 외면 당할 때 여전히 나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힘이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지금 이 순간 나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이 내게 뭐라고 말해줄 것인가 떠올려 보면 도움 된다. 문제 해결, 고민 상담, 상처와 아픔 위로, 선택의 기로에서 마주하는 갈등,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온갖 상황들. 이 모든 상황에 대해 나를 가장 아기고 사랑하는 사람은 내게 어떤 말을 건네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