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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이정표

실패하고 성공한 사람이 최고다

by 글장이


대학 시절에 딱 한 번 42킬로미터 완주한 적 있다. 학교에서 주관한 아마추어 대회였는데, 4시간 넘어 간신히 도착했다. 죽다가 살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5킬로미터마다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이제 5킬로미터, 이제 10킬로미터... 마음속으로 내가 얼마나 뛰었고 또 얼마나 남았는가 짐작할 수 있어서 그나마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이정표 없이 그냥 뛰었다면 어땠을까. 얼마나 뛰었는지, 얼마나 남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막무가내로 결승선이 보일 때까지 참고 견뎌야 했을 터다. 등산이라면 다른 사람들한테 정상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 볼 수나 있겠지만, 마라톤은 다들 목숨 걸고 뛰는 중이라 말도 걸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고 운동을 게을리하면서 내가 그 시절에 마라톤 완주한 게 꿈인가 생시인가 분간조차 하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이정표 이미지만큼은 생생해서,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덕분이란 생각 잊지 않는다. 이정표 없었으면 완주는 꿈도 못 꾸었을 거다.


군에서는 다양한 훈련을 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행군이라 답하겠다. 다른 위험하고 고된 훈련도 많은데, 고작 걷는 게 제일 힘들다고? 이건 모르는 사람들이나 하는 질문이다.


행군은 요령을 피울 수 없다. 혼자서 잠깐 쉴 수도 없다. 교관의 눈을 피할 길도 없다. 그저 앞 사람 전투화만 쳐다보면서 죽었다 생각하고 좀비처럼 걸어야 한다. 전투화는 운동화와 다르다. 거칠고 투박하다. 조금만 걸으면 발에 물집 잡힌다. 뒷굼치 다 까지고, 복숭아뼈도 짓눌린다.


누구의 말인지 귓가를 스친다. "이제 거의 다 왔어. 4킬로미터 정도 남았대." 시원한 물보다, 그 어느 누구의 응원보다 힘이 나는 한 마디. 어느 정도 남았다는 그 한 마디가 모두의 다리에 엔진을 싣는다. 그때부터는 저벅저벅 발소리도 척척 맞아떨어지기 시작한다.


살다 보면 실패할 때가 있다. 청운의 푸른 꿈을 안고 시작했으나 결과가 시원찮다. 노력 많이 하고 모든 걸 던졌다 할 정도로 애썼지만, 그럼에도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할 때. 실망감 이루 말하기 힘들다.


세상이 나를 배신한 것 같고, 다른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꼼수를 쓴 것 같고, 나는 누군가의 수작으로 엉터리 결과를 받은 것만 같다. 세상과 타인을 향한 분노, 그리고 나 자신을 향한 좌절감. 실패는 아프고 괴롭다.


나이 오십 넘어 인생 돌아보니, 실패란 마라톤의 이정표와 같고 행군할 때 누군가의 속삭임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일에 도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패를 거쳐야만 한다. 실패란 성공으로 가기 위한 과정에 놓여 있는 디딤돌이라는 뜻이다.


실패는 "내가 얼마나 왔으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한다"는 신호이다. 실패는 "이제 거의 다 왔어. 4킬로미터만 더 가면 돼!"라는 속삭임이다. 실패는 실망과 좌절과 절망으로 꺾여야 할 순간이 아니라, 다시 힘을 내고 다리에 동력을 착용해야 할 시간이다.


실패에 대해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해도 정작 실패 한 가운데 있는 사람 귀에는 제대로 들리지 않을 거란 사실 누구보다 잘 안다. 내가 그랬다. 사업 실패하고 모든 걸 잃고 무너졌을 때,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저 잘난 체하는 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실패 후에는 극도로 나약해지고, 심성도 삐딱해지며, 사고방식도 부정적으로 바뀐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렇다. 이럴 때, 자기 안에서 솟구치는 감정에 휘둘리면 두 번 다시 못 일어선다. 냉철해져야 한다. 주변 모든 조언과 책에 나오는 얘기와 어느 강연장에서 들리는 말들이 다 재수없게 들리겠지만, 그럴수록 귀와 마음을 열어야 한다.


나는 그걸 못해서 처참하게 망가졌다.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먼저 간 사람 찾아서, 그게 책이든 강연이든 일대일 코칭이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걸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겸허한 태도 가져야 한다. 속상하고 아프겠지만, 꾹 참고 이 과정을 견뎌내면 먼저 성공한 사람들보다 훨씬 멋진 성취를 이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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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했는가?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이제 5킬로미터 남았다. 모든 것이 신호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다는 표시다. 물 한 잔 마시고, 다시 출발하길. 여러 번 실패했다가 성공하는 사람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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