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리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읽다 보면, 마치 해당 작가가 다이어트에 대한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분명히 그 작가는, 자신이 체험한 다이어트 경험 이상은 알지 못할 텐데요. 그럼에도 마치 다이어트 모든 범주를 경험한 사람인 양 쓴 글 같아서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다이어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 마찬가지입니다. 저도 예외가 아닙니다. 글쓰기나 독서에 관한 주제로 책을 쓸 때, 직접이든 간접이든 저는 제가 경험한 내용 그 이상은 알지 못합니다. 세상에는 많은 지식과 정보다 존재합니다.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내용에는 한계가 있지요.
작가는 아는 것만 써야 합니다. 물론, 자신 있게 글을 쓰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허나, 작은 지식 하나를 펼쳐놓기 위해 모든 걸 다 안다는 식으로 해당 분야 전체를 쓰려고 해서는 곤란합니다.
글쓰기 원칙 중에서, 중요하지만 실천하기 참 어려운 두 가지 소개합니다. 그것은 바로 "침묵과 겸손"인데요. 침묵은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자신이 아는 것 외에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독자는 작가의 글에 삶을 기댑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쓰는 것은 독자를 기만하는 행위겠지요.
겸손은 침묵과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적어도 작가 본인이 아는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 있게 분명하게 적어야 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내용이 전부는 아님"을 밝혀야 하는 것이죠. 저는 일전에 <강안독서>라는 책을 출간한 적 있습니다. 효과 확실한 독서 방법이라고 자부하지만, 세상에는 그 외에도 얼마든지 다양한 독서법이 차고 넘칩니다.
<강안독서>에 관해서는 분명하고 자신 있게 써야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오만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내가 경험했다고 해서 그 경험이 전부는 아닙니다. 독자에게는 "내가 아는 것에 대해서만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해야 합니다. 이것이 겸손이라는 글쓰기 원칙입니다.
초보 작가의 경우,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이 경험한 바를 되도록 근사하고 멋지게 포장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되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칭찬과 인정 받길 원하기 때문에 잘못된 욕구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욕구에 휘둘려 진실을 과장하거나 없는 얘길 지어내서는 곤란하다는 뜻입니다.
침묵과 겸손이라는 글쓰기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는 "육하원칙"입니다. 누가, 언제, 어디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가. 팩트를 쓰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무엇을 보았는가. 무엇을 들었는가. 무엇을 체험하고, 무엇을 느꼈는가. 육하원칙에 맞추면 진실에 가까운 글을 쓸 수가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퇴고할 때, 자신이 쓴 문장이 감정인가 사실인가 점검하는 것이죠. 직접적인 감정 표현은 대부분 과장 또는 허위입니다.
"정말 죽고 싶었다!" 같은 문장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이 문장은 과연 사실일까요? 작가는 사실이라고 우기겠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각도로 해석 가능하겠지요.
"화장실 출입문 위에 봉 하나를 고정하고, 거기에 노끈을 단단히 맸다. 의자를 가져다 그 아래에 두는데, 자꾸만 눈물이 났다." 죽고 싶었다는 감정을 쓰는 것보다 실제 행동을 쓰는 것이 사실 전달에 효과적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토해내기 위해 글을 쓴다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그럴 수 있지요. 그런 의도로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이런 경우 굳이 책으로 낼 필요는 없습니다. 아니, 책으로 내서는 안 됩니다. 자기 감정을 마구 쏟아낸 글이 독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까.
일기를 제외한 모든 글은 독자를 위함이란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작가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작가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작가가 얼마나 슬펐는지. 이런 내용을 쓸 때는 반드시 그 뒤에 어떤 배움이나 깨달음이 제시 되어 독자의 공감을 넘는 메시지가 장착 되어야 합니다. 독자가 귀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책을 읽을 때는 당연히 얻는 바가 있어야 하겠지요.
이러한 이유로 침묵과 겸손은 더욱 중요하다 할 수 있겠습니다. 잘 알지 못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쓰지 말아야 하고요. 자신이 잘 아는 내용에 관해 쓸 때도, 그것이 전부인 양 자만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 꼭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는 것만 씁니다. 그래서 어쩌면, 글을 쓰는 것이 생각보다 수월하고 단순한 작업이 될지도 모릅니다. 보고 듣고 체험한 내용만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죠. 부풀리지 말고, 대단한 내용 쓰려고 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글이 위대한 이유는 왜곡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