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 얘기 좀 그만 합시다!
입만 떼면 남 얘기하느라 정신없는 사람들 있습니다. 누가 어쨌다더라, 누가 무슨 말을 했다더라, 누가 무슨 짓을 어떻게 해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다더라. 온통 세상 소식과 남 이야기 전하느라 힘 다 빼는 사람들이지요.
그들은 상대가 그 이야기에 관심 있는가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요.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목적 자체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냥 마구 수다를 떨면서 남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 자체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이죠.
궁금합니다. 정작 쉬지 않고 말하고 있는 그 사람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가진 존재일까요. 자신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고 있기나 할까요. 남에 대해 그토록 자세히 아는 사람이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별로 없다면, 그런 사람이 과연 자기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쓰기 시작한 후부터 '나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도 늘 다른 사람 인생만 기웃거리며 살았거든요. 나 자신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었습니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니 저도 모르게 제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또 어떤 걸 싫어하며, 무엇에 관심이 많고, 어떤 인생을 지향하는가. 사람이 자신에게 관심 갖기 시작하면 저절로 입을 다물게 됩니다. 생각이 깊어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을 진중하게 여기는 만큼 남 이야기도 섣불리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 쓸수록 내가 나를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흔히 정체성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수록 타인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사람 마음이란 게 시시각각 변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나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내 안에 상처가 꽤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온통 상처 투성이인데도 내가 그 상처를 한 번도 보듬어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먹먹해졌지요. 나는 팽개쳐놓고 매 순간 다른 사람 인생 들먹이면서 살았던 겁니다.
나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그래도 내가 제법 잘 살아왔다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수하고 실패하고 잘못한 적 많지요. 그럼에도 견디고 버티고 이겨내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겁니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 사는 거라고 하지요. 살아냈으니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 이 또한 글을 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나에 관한 글을 쓰다 보니 내가 뭘 잘 모르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마흔 넘고 쉰 넘어 이제는 인생 좀 안다 싶었는데요. 글 쓰다 보니 아직도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차고 넘친다는 사실을 알고는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지요. 건방 떨지 말아야 합니다. 늘 겸손하게 머리 숙인 채로 배우고 또 배워야 합니다.
SNS 세상입니다. 아침에 눈 뜰 때부터 밤에 잠자리 들 때까지 온통 남 이야기에 손가락 얹기 바쁩니다. 잘했네 못했네 간섭하고 오지랖 떨면서 마치 자신이 세상 정의를 구현하고 있다는 엄청난 착각 속에 사는 사람 많습니다.
기어이 한 마디 거들고 끼어들어야 속이 시원하지요.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이 그저 허공에 사라지는 한 마디 한 마디들. 그 짓을 심혈을 기울여 하는 통에 정작 자기 인생은 제자리걸음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꿈과 목표를 가지고 매 순간 노력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 반면, 매일 아무 생산적 가치 발현하지 못한 채 그저 세 끼 밥만 축내는 사람. 둘 중에 누가 댓글 쓰고 앉아 있겠습니까. 그러니, 혹시 악성댓글 받더라도 하등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겁니다.
남 얘기 좀 그만합시다! 저를 포함해서, 지금을 살아가는 모두가 고도의 집중과 몰입을 해야 하는 순간은 자기 앞날을 위해 공부하고 성장해야 할 때입니다. 남 얘기 함부로 할 만큼 자신이 떳떳하고 당당한가 되짚어 보아야 합니다.
글쓰기는 자신의 역사를 써 나가는 행위입니다. 자기 역사를 쓴다는 말은 성찰과 목표 지향을 아우르는 개념입니다. 어떻게 살아왔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자신을 바르게 세우고 나면, 저절로 타인의 삶이 보이게 마련입니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을 챙겨야 하고, 위정자들의 불법과 악행을 지적해야 하겠지요. 자기 삶부터 바로 세워야 내가 하는 모든 말과 글이 영향력을 갖습니다. 주변 사람들 기분만 상하게 만드는 비판과 정의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오해 소지가 없도록 당부합니다. 세상과 타인에게 무관심하란 뜻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 이야기에만 정신 팔리지 말자는 의미입니다. 그들이 하는 얘기 가만히 들어 보면, 좋은 말은 하나도 없습니다. 누군가를 비방하고,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고, 누구 때문에 기분 잡쳤다는 얘기로만 몇 시간을 떠듭니다.
내 소중한 귀가 그들의 헛소리에 잠식되어 나조차도 부정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될 것 같습니다. 대단히 불쾌합니다. 눈앞에서 그들의 입에다 청테이프 붙이고 싶습니다. 남 얘기 좀 그만합시다.
"야, 야, 야! 홍길동 얘기 들었니? 있잖아. 대박이야. 길동이가 글께 이혼을 했대. 아내가 바람을 피웠는데 말이야. "
도대체 이런 쓸데없는 쓰레기 같은 이야기를 왜 지껄이고 다니는 겁니까. 홍길동이가 이혼을 했든 마누라가 바람을 피웠든 그게 본인과 친구들과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이렇게 남 얘기하는 습성이 거의 문화가 되어버린 지경이라 악성댓글이 난무하기에 이르렀고, 그래서 사람이 목숨까지 끊는 사태가 생겨났지 않습니까. 잘잘못을 떠나서, 남 얘기하느라 정신팔린 사람들, 이제 제정신 좀 차리면 좋겠습니다.
본인 얘기 하세요.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자신을 보세요. 당신은 누구입니까?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