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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넘어서도 울 수 있어 다행이다

눈물의 가치

by 글장이


울분에 찰 때가 있다. 분하고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그럼에도 너무 많을 걸 잃어야만 할 때. 혼자 가만히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보면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처음엔 내가 왜 이러나 싶었다. 나이 들어 여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진 탓인가. 아니면, 몸이 노화될수록 마음도 함께 약해지는 때문인가. 그래서 얼른 휴지로 눈물을 닦고 담배 한 대 피우면서 울지 않은 척했다.


때로는 짧은 시간에 눈물이 멈추지 않는 때도 있다. 나 자신을 진정시키고, 마치 기침을 멈추듯 물을 들이키기도 한다. 계속 울고 있으면서도 이제 그만 울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곤 했었다.


몸이 아파 서러워서 울었다.

일에 치여 지치고 힘들어서 울었다.

사람에게 상처받아 분해서 울었다.

그 시절 이은대가 불쌍해서 울었다.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문득 울기도 했다.


나는 이제 우는 내가 부끄럽거나 민망하지 않다. 눈물이야말로 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맑은 정화수란 사실을 알게 된 덕분이다.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진다. 신이 인간에게 눈물을 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운다고 해서 약해빠진 존재라고 생각했던 과거와는 달라졌다. 눈물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안다. 시련과 고통의 세월을 견디고 지금까지 살아낼 수 있었던 건 어쩌면 눈물 덕분인지도 모른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기로 했다.


눈물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눈물을 위한 눈물은 자제하는 게 낫다. 쥐어짜는 눈물은 별 효과 없다. 저절로 흘러야 한다. 마치 연기하듯 괜히 슬픈 생각을 억지로 해서 눈물을 쏟아내는 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더 괴롭기만 하다.


둘째, 한 번 눈물보다 터졌다 해서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쏟아내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뭐가 됐든 희소성이 있어야 가치도 큰 법이다. 소중한 만큼 아껴야 한다. 진짜 눈물을 흘릴 만할 때에만 울겠다는 나름의 다짐(?)이 필요하다.


셋째, 적절한 시간 동안만 울어야 한다. 슬프고 힘들다 해서 "밤새도록 울었다"라고 말하는 사람 있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 눈물을 흘리는 것은 감정 치유에 도움 되지 않는다. 짧고 굵게 흘려야 한다. 물론, 상처의 정도에 따라 우는 시간에 차이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을 쏟아내는 것은 정화수로서의 기능에 맞지 않다.


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는 말이 있다. 태어날 때, 나라를 잃었을 때, 그리고 부모님 돌아가셨을 때. 강인한 남성상을 강조하던 우월주의 세상에서 통했던 말이다. 지금은 아니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자기 감정에 솔직하고, 자기 감정을 돌볼 줄 아는 사람이다.


눈물은 내 안의 어두운 부분을 씻어내 준다. 실컷 울고 나면 속이 후련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눈물은 수분, 염분, 담백질, 지방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분 성분, 지질 성분, 점액 성분 등 세 가지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삼투압을 유지하고, 각막 위를 코팅해 눈이 마르지 않도록 돕고, 각막을 매끄럽게 하며, 감염 방지작용도 하고, 항균 및 항염증제 역할도 한다. 의학적인 작용 외에도 감정의 표현 및 치유에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눈물을 꾹꾹 눌러 억지로 참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물을 보이면 쓸데없이 감정적이고 약해빠진 모양새를 드러내며 분위기를 망친다는 이상한 오해를 하는 경향이 있다. 잔치집에서 울면 재수없다는 말까지 할 정도이니 오죽하겠는가.


울지 않는다는 건, 울음을 억지로 참는다는 건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자기 안에서 솟아오르는 감정보다 남들 앞에 보이는 자기 모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가식적인 인생. 그렇게 눈물 참아서 어디다 쓰려고 하는가.


슬픈 영화를 보고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사람. 고통받고 상처 입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사람. 어떻게든 강한 척만 하려는 사람. 자기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사람. 이런 사람보다는 차라리 어린애처럼 실컷 우는 사람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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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게 창피한 게 아니라 울지 못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웃음이 인생에 꼭 필요한 감정 표현이듯, 눈물도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의미이자 가치임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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