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쓰는 게 먼저다
책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주제부터 정해야 합니다. 무엇에 관해 이야기할 것인가. 그 무엇을 어떤 관점에서 논할 것인가. 그 무엇과 관점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 것인가. 주제를 명확히 정한 후,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순서를 정하고, 순서에 맞게 소주제를 정리하여 목차도 완성합니다.
주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무엇에 관해 말할 것인가 명확하지 않으면 횡설수설하게 됩니다.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쓰겠다고 결정해놓고 어머니나 형제자매 이야기로 빠지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주제가 선명하지 않거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주제를 잘못 정한 탓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책으로 쓸 만한 주제가 떠오르지 않는다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요. 글을 써 본 경험이 부족하거나, 책쓰기에 대한 강박이나 부담 때문에 아이디어 자체가 생각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주제 정하는 걸 뒤로 미루고 우선 생각나는 대로 자기 이야기를 마구 써 보아야 합니다.
주제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도 맞지만, 글을 쓰다가 주제를 찾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오늘 있었던 일, 어제 만났던 사람, 지난 주에 갔던 여행. 일상의 다양한 이야기를 "일기+메시지" 형식으로 매일 써 보는 겁니다.
그렇게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한 편의 글에 담은 메시지에서 다양한 기억이나 아이디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글 쓰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마침맞은 주제를 발견하게 되면 정식으로 책 집필을 시작하면 됩니다.
만약, 매일 글을 쓰는데도 여전히 책 집필할 만한 메시지가 떠오르지 않는다면, 그냥 그대로 매일 한 편씩 글을 써 나가도 됩니다. 이렇게 쓴 글이 40편 이상 모이면, 일상 에세이 그 자체로 출판해도 무방하겠지요.
토요일 아침 7시부터 두 시간 동안 62명 예비 작가님들과 "온라인 책쓰기 수업 165기, 3주차" 함께 했습니다. 인생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하듯, 글 쓰는 방법도 다양하고, 그에 따라 주제 정하는 방식도 가지각색입니다.
어느 한 가지 규칙에만 얽매여 각진 인생 살지 말고, 물처럼 연기처럼 유동적으로 유연성 있게 살아가는 것이 마땅합니다. 글도 똑같습니다. 무조건 이렇게 써야만 한다는 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도 되고요.
중요한 것은 우선 어떤 내용으로든 백지를 채우는 겁니다. 뒤죽박죽이어도 괜찮고, 엉망진창이어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한 뇌 활성화 방법으로 습작 만한 게 없습니다. 초고는 원래부터 엉망인 상태이기도 하지요.
속 답답하고 근심 걱정만 가득할 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됩니다. 화가 나고 짜증 폭발할 때, 잠시 앉아 글을 쓰다 보면 감정이 차분하게 가라앉기도 합니다. 치유의 글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쓰지 않을 때보다는 한결 낫다는 사실. 이것만큼은 분명합니다.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사람이 살다 보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많지요.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없는 고난에 빠지기도 하고요. 상처를 입기도 하고, 고민도 하고, 우울하고 괴로울 때도 많습니다.
마음이 마음 같지 않을 때 백지 위에 자신의 마음을 쏟아내 보자는 겁니다. 그것이 무슨 대단한 효과가 있냐고요? 어차피 다른 방법 없지 않습니까. 적어도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눈과 손과 머리와 가슴을 총동원해 쓰다 보면 미처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물론 배우고 익히면서 써야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책도 읽고, 사색도 하고, 문법도 익히면서 말이죠. 그러나, 이 모든 '사전 공부'도 쓰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일단 쓰고 봐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데 어느 정도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가 확인할 수 있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