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과 인정을 구걸하지 마라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인생
2016년 5월 15일. 김해 율하초등학교에서 글쓰기/책쓰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3시간 강의를 마치고 버스를 타고 대구로 돌아왔지요. 버스 안에서 수강생들이 쓴 '수강 후기'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사업 실패로 전과자 파산자가 되었고, 막노동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던 제가 강사로 첫 발을 디딘 날. 살면서 참으로 오랜만에 타인으로부터 '좋은 말'을 들었던 겁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저와 제 강의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주는 한 문장마다 감동과 전율을 느꼈습니다.
그것이 문제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로 저는 강의를 마칠 때마다 수강생들이 쓴 후기를 꼼꼼하게 읽으면서 인정과 칭찬에 취했습니다. 어쩌다가 조금이라도 삐딱한 후기가 나오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고민도 하고, 해당 수강생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저는 점점 더 인정과 칭찬에 중독되어 갔습니다.
지금은 온라인 수업 마치면 오픈채팅방에 후기를 남기도록 합니다. 다들 멋진 말과 수려한 수식어로 제 강의를 인정해주고 칭찬해줍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취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다만, 그 후기를 읽으면서 두 시간 동안 모두 쏟아붓고 탈진상태가 되 몸에 에너지를 주입할 뿐입니다.
10년 동안 마음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와 제 강의를 바라보는 시각이 모두 똑같을 수는 없지요. 좋아해주는 사람 있는가 하면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습니다. 제 강의가 좋으면 제 강의를 들으면 되고, 제 강의가 싫으면 다른 강의 들으면 됩니다. 아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강사는 수강생에게 인정과 칭찬을 구걸하지 말아야 합니다. 수강생은 강사에게 인신공격이나 개인적 감정으로 비난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이 대원칙입니다. 강사가 수강생의 성향을 무시한 채 무조건 "좋아하라" 강요할 수 없는 노릇이고요. 수강생도 강사가 자기 입맛에 딱 맞춰주길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제가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한다는 걸 아는 몇몇 수강생들이 마치 조롱하고 놀리듯 후기를 남긴 적 있습니다. 제가 무슨 바보 천치도 아니고, 그거 읽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뉘앙스지요.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웃는 모습으로 대했고, 이후로도 아무 달라진 것 없이 강의했습니다. 자기들끼리 뒤에서 쑥덕거리며 저를 비난했지만, 그러면서도 제 강의를 꾸역꾸역 듣는 걸 보면 뭐라도 배울 게 있기 있었나 보다 여겼습니다.
제가 강의하는 목적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사람들이 좋은 글을 쓰고, 그래서 좋은 삶을 살게 만드는 것. 제가 비록 부족하고 모자란 존재입니다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조금 다른 경험을 한 덕분에 글쓰기 철학이나 가치관 혹은 노하우에 있어 전할 만한 것들이 좀 있거든요.
매 수업 때마다 최선을 다합니다. 저는 누구 앞에서도 강의 준비와 열강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와도 제 수업에 관여할 수 없으며, 전쟁이 터져도 정해진 강의 시간은 철저히 지킬 겁니다.
[자이언트 북 컨설팅]을 운영하면서 628명의 작가를 배출했으나, 수강생들로부터 제가 배운 것도 적지 않습니다. "같이 성장한다"는 말은 서로가 마음을 열었을 때에만 해당되는 의미죠. 한 쪽이 닫혀 있으면 성장은 불가합니다.
과거에 인정과 칭찬에 중독되어 세상과 인생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 적 있습니다. 이제는 다릅니다. 누가 칭찬을 한다 하여 베시시 웃지도 않고, 누가 욕을 한다 하여 발끈하지도 않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한, 그런 감정들 모두 아무 쓸모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강사라면, 수강생들의 인정과 칭찬에 목말라 하지 말길 바랍니다. 그럴수록 눈치를 보게 되고, 강사 자신의 철학과 가치관보다는 수강생들 입맛에 맞는 가식적인 강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반응이 좀 시원찮더라도 소신껏 강의해야 합니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으면 다른 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강사뿐만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인정과 칭찬을 받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고 살아갑니다. 인정과 칭찬 받으면 좋지요. 그러나, 중독되면 곤란합니다.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을 하더라도, 자신을 지키면서 일해야 흔들리지 않는 인생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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