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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삶이 의미 있는 이유

의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행위

by 글장이


대기업에서 인사 담당자로 오래 근무한 친구가 있습니다. 오랜만에 그와 통화를 했는데요. 최근 신입사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말을 하네요. 커리어나 자격 및 전공 과목의 성적을 바탕으로 서류 심사를 하고, 또 전문 면접관을 초빙해 심층 면접까지 본다고 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 뽑은 신입사원이 일 년도 채 근무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둔다는 사실입니다. "내가 아주 미치겠다. 위에서는 사람 좀 제대로 뽑으라 하고, 심혈을 기울여 뽑아놓으면 일 년을 버티질 못하니. 일 좀 가르쳐 써먹을 만하면 딴 회사로 가 버리니 환장할 노릇이다."


시대 기류인지 젊은 친구들의 가치관 변화인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야에서 오래 일하며 전문가의 깊이와 일의 철학을 느낄 수 있을 만한 존재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책 한 권 출간했는데, 그것으로 인생이 확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체험한 사람 중에는 아예 두 번 다시 책을 쓰지 않겠다며 펜을 놓아버리는 경우 종종 있습니다.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수많은 독자팬 앞에서 근사하게 강연회를 갖게 되는 것도 아니고. 힘들게 책 한 권 써서 출간했는데 뭐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더 이상 쓸 이유를 못 느끼는 거겠지요.


어떤 일을 한다.

두어 번 성과를 낸다.

그 성과로 인해 삶이 통째로 달라진다.

돈도 많이 벌고, 삶의 질이 달라진다.

인기도 많아지고, 영향력도 커진다.


글쎄요. 책쓰기뿐만 아니라, 세상에 이런 일이 얼마나 있을까요? 숏츠 영상에는 위와 같은 사례만 나오니까, 마음먹고 도전한 사람들이 실망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심지어 어떤 일까지 있냐 하면요. 책을 두어 권 출간한 후, 자신이 하는 일에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생겨서 성장하고 발전한 사람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조차 자기 성장의 근원이 책쓰기였음을 인정하지 않는 겁니다. 다른 일 잘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 믿는 모양입니다.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이든, 평범한 사람이 책을 출간하면 앞으로든 뒤로든 그 책의 영향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 소개를 할 때도 작가로서 인정을 받는 셈이고, 어디 가서 마이크를 잡아도 사람들 관심을 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집필하고 출간한 이후에 어느 정도로 삶이 변하는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 동안 글 쓰는 과정에서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독자를 위하고 자기 삶을 돌아보았는가. 글 쓰는 과정에서 자기 삶에 얼마만큼 의미와 가치를 부여했는가. 이러한 요소가 삶의 격을 바꾸는 것이지요.


책을 세 권이나 썼는데 돈도 안 되더라.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면 빨리 펜 놓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그 세 권도 잘못 쓴 책이고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도 잘못 밟은 것이 틀림 없습니다. 삶에 대한 관심과 정성은 뒤로 하고, 오직 돈과 성공만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일찌감치 장삿꾼으로 업종 변경하는 것이 더 낫겠지요.


"일을 통해 의미가 드러나는 것은 결과 때문이 아니라 장인 정신에 내재된 기술과 음미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수레바퀴는 고귀하지 않지만 수레바퀴를 만드는 일은 고귀할 수 있다. 지식 노동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희소한 일이 아니라도 괜찮다. 대신 일에 대한 희소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_ 칼 뉴포트


글 쓰는 일은 희소한 일 아닙니다. 내가 쓴 책이 고귀하지 않을 수도 있지요. 그러나, 글 쓰는 행위에 대한 희소한 접근법은 꼭 필요합니다. 마음가짐과 태도를 말합니다.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작가로서의 장인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슨 일을 하든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은 오직 자기 손에 달려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의미 있다고 해서 내게도 의미가 생기는 건 아니지요. 타인의 가치가 내게도 그대로 가치로 다가오는 건 아닙니다.


어떤 일이든 의미와 가치는 이미 존재합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의미와 가치를 내게 주어진 범주 내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죠. 남이 하는 일을 보면 그럴 듯해 보입니다. 그 이유는, 그들은 이미 의미와 가치를 찾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아무리 '좋은' 일이라고 광고해도, 나 스스로 그 일의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하면 내게는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는 일이 되어버리지요. 이러한 이유로, 남들 말만 믿고 직업을 선택해서는 안 되는 겁니다. 만약, 어떤 이유로든 이미 자신의 길을 선택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어떻게든 자기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뿐입니다.


자기만의 의미와 가치를 찾았다면,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망설일 이유도 없습니다. 그 일에서 성장하고 발전하고 성공할 가능성 무한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철학과 가치관은 자신이 서 있는 그 자리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현하는 순간부터 시작합니다. 폭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삶의 중심이 생겼다는 뜻입니다.


자주 우울하고, 이리저리 휘둘리고, 누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마음이 싱숭생숭하다면, 그것은 자기 일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쫓기듯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만, 아무런 의미와 가치를 찾지 않은 탓에 자꾸만 '뭔가 부족하고 잘못됐다'는 생각 지울 수가 없는 것이죠.


직업 바꾸기 전에, 다른 쪽으로 눈 돌리기 전에, 왔다 갔다 하기 전에, 우선 지금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의미와 가치를 발견하고 부여하는 작업부터 성실히 해 보아야 합니다. '여기'에서 의미와 가치 찾지 못하는 사람은 '다른 어느 곳'에 가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큽니다.


글 쓰는 삶이 의미 있는 이유는, 자신이 어떤 분야 어떤 측면에서 의미와 가치를 찾게 되는가 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머리로만 생각하는 것과 손으로 써 보는 행위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를 낳습니다. 제가 바닥으로 추락했던 삶을 다시 이 만큼 끌어올릴 수 있었던 이유도, 글 쓰면서 '내가 어떤 존재인가'를 끊임없이 생각한 덕분입니다.


그저 남들 보기에 그럴 듯한 글만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겉이 화려한 작가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속은 텅 빈 인생을 살아갈 확률 높습니다. 첫째는, 독자를 도울 수 있는 글을 써야 하고요. 둘째는, 독자를 도울 수 있을 만한 자기 삶의 경험을 찾아야 합니다. 셋째는, 찾고 쓰고 전하는 행위를 매일 꾸준히 반복해야 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반복하는 동안, 나와 내 삶의 의미와 가치를 저절로 찾게 되는 것이지요. 나란 존재가 왜 살아가야 하는가 철학적 질문에 희미하게나마 답할 수 있게 되면, 그 때부터는 누가 말려도 매일 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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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꾸준히 쓰고 있으면서도 허접한 글이라 여기면서 자책하고 자괴하는 사람 있다면,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절대로 흔들리지 마세요. 오직 쓰는 사람만이 성찰할 수 있습니다. 오직 쓰는 사람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오직 쓰는 사람만이 후회 없는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불평도 쓰면서 하고, 걱정도 쓰면서 하세요. 의미와 가치를 찾는 행운은 오직 쓰는 행위로부터 비롯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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