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동안 한 길을 걸었다
오랜 시간 장롱속에 걸어두었던, 몸에 맞지도 않는 양복을 꺼내 입었습니다. 바지 옆단은 헤질 때로 헤졌고, 단추도 덜렁거렸지요. 대충 수습하고 고속 버스를 탔습니다. 창원 고속버스터미널에 내려 뒷쪽 골목에서 다시 마을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혹여 양복 구겨질까 봐 조심스레 버스를 타고 갈아타는 바람에 몸이 경직되어 더 피곤했지요.
김해 율하초등학교 정문앞에 내렸습니다. 길에 세워진 차 유리창을 거울삼아 옷 매무새를 만진 후, 가운데 복도로 들어서 옥복녀 작가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초등학교 교실에 21명 교사와 학부모가 앉았습니다. 저는 그들을 대상으로 3시간 동안 "글쓰기/책쓰기"에 관한 강의를 했지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강의한 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많은 사람 앞에 선 날. 2016년 5월 15일. 저의 두 번째 인생이 시작된 날이자 [자이언트 북 컨설팅] 창립 기념일입니다.
강의 마칠 즈음, 몇몇 교사와 학부모가 저를 터미널까지 태워주겠다 했습니다. 아무래도 서로 불편할 것 같아 극구 사양했지요. 양복 입고, 무거운 가방 들고, 학교 정문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었습니다. 5월이라 하지만 그 날은 많이 더웠거든요. 땀도 삐질삐질 흘렀고, 강의 마친 후라 몸도 지쳤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정문을 거쳐 여러 대의 승용차가 제가 서 있는 버스정류장 앞을 지나갑니다. 그냥 가도 될 텐데, 굳이 창을 내려 다시 인사를 합니다.
"조심해서 가세요 작가님!"
"아유, 제가 태워드려도 되는데."
"안녕히 가세요 작가님!"
버스 정류장에서 양복 입고 무거운 가방 들고 땀 질질 흘리며 서 있는 제 모습. 그리고, 제 앞을 지나는 시커멓고 길쭉한 승용차들. 20분을 더 기다린 후에야 마을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창원 고속버스터미널에서 대구행 버스를 타고,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 내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밤 10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것이 저의 첫 강의 기억입니다.
만 9년 됐네요. 햇수로 10년차입니다. 그 동안 개인저서 열 권 출간했고, 635명 작가 배출했습니다. 뒷통수도 오지게 맞았고, 저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늘 함께 하면서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이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았습니다.
사업 실패하고 전과자 파산자 되었던 시절 못지않게 다양하고 많은 경험을 했지요. 배우고 깨닫고 성장한 부분도 있고, 절망과 좌절 경험하면서 사람에 대한 독기를 품기도 했었습니다. 이제, 돈이 무엇인가 조금은 알게 되기도 했고요.
아버지와 어머니 쓰러져 병원 입원하고 수술한 날에도 글 쓰고 강의했습니다. 제 몸 무너져 수술과 시술 번갈아 한 날에도 강의는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딱 두 번, 문장수업 당일에 수술하는 바람에 강의 못한 적 있네요. 그 외에는 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강의를 연기하거나 빼먹은 적 없습니다. 작가로서, 강연가로서 두 번째 삶을 만났고, 저는 새로운 삶에 최선을 다하며 9년을 살아냈습니다.
제 수업을 한 번 들어 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저를 모략하고 험담해서 분하고 원통했던 적도 있고요. 서로 믿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고 정도 나눴는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뒷통수 후려치고 다른 곳으로 떠난 사람도 몇 있습니다.
큰돈을 벌게 해준다면서, 자기네들과 손잡고 동업하자고 제안하는 경우도 수차례 경험했습니다. 입이 쩍 벌어질 만큼 큰 액수를 제안하면서, 우리 자이언트 작가들을 자기네와 연결시켜 달라 하더군요. 돈 때문에 망했던 사람이 또 돈 욕심을 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딱 잘라 거절했습니다. 이후로, 저에 대한 온갖 이상한 소문들이 퍼져 한 동안 골치 아프기도 했었지요.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강의를 할 수 없게 되었지요. 동대구역 근처 소호사무실 임대했습니다. 한 평짜리 사무실 쓰다가 옆에서 시끄럽다 하여 세 평으로 옮겼고요. 이창현 강사님 조언으로 집 근처 여덞 평짜리 원룸 얻어서 지금까지 강의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로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요.
오늘은 [자이언트 북 컨설팅] 창립 기념일입니다. 9주년이네요. 이제 저는 세단을 타고 창원에 갑니다. 옷과 신발도 제법 갖출 정도가 되었고요. 9년 동안 한 길만 걸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시간 버티고 견디며 이겨냈습니다. 이후로도 달라질 건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매일 글을 쓰고 강의를 할 겁니다.
"9주년인데 뭐 행사 없어요?"
여러 작가님들로부터 문의 받았습니다. 네, 없습니다. 내년쯤 생각중입니다. 행사가 중요한 게 아니라, 9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겠지요.
처음부터 9년 해야겠다 작정했더라면, 아마 저는 이미 한참 전에 포기했을지도 모릅니다. 열 권 출간해야겠다 작정했더라면, 아마 저는 한두 권 내고 말았을지도 모릅니다. 목표도 중요하고, 9주년의 의미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챙겨야 할 것은 바로 "오늘"이지요. 저는 오늘도 사무실에 앉아 글을 썼고, 밤 9시에 문장수업 진행합니다. 삶은, 이벤트가 아니라 한 걸음입니다.
많은 분들의 축하와 선물 넘치도록 받았습니다. 저를 아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에 벅찬 감동 종일 느꼈지요. 행복합니다. 글을 씁니다. 강의를 합니다. 저는 작가이자 강연가입니다. 저는 [자이언트 북 컨설팅]의 캡틴입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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